심은지 몇 년이 지나서야 겨우 이렇게 꽃이 피었다. 모과나무는 역시 남쪽에서 키워야 잘
자라는가 보다.
이 꽃사과나무는 해마다 꽃을 화사하게 피우고, 꽃잎이 질때면 이렇게 눈처럼 흩날려 쌓인다.
<동락재 통신-107: 산촌에도 꽃이 피었네 그려.......> (07. 5. 18)
항상 남녘이나 도시나 서울보다 뒤늦게 찾아오는 봄이긴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막지는 못하니 이 산촌의 同樂齋에도 꽃이 피었네 그려.
옛날 풍류깨나 한다는 양반들이 봄에 꽃피고 새 울면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화사한 꽃의 고운 자태와 향기에 취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벗들을 그리워하고, 그 벗을 청하여 술 한 잔 권 커니 잣 커니 하는 그런 흥취를 알 겨를은 없었으나, 이 고적한 산촌에서 봄을 맞이하고 꽃 피는 계절에 화사한 벚꽃과 앵두꽃의 앙증맞은 자태를 보니 술 한 잔 생각에 벗들의 얼굴이 절로 떠오르네 그려.
내 비록 性情이 괴팍하여 남들이 모두 모여 사는 서울과 도시를 버리고 이 산촌에 들어와 隱居 아닌 은거를 하네만, 벗 그리운 마음이야 어찌 예전과 다르다 하겠는가?
이제 우리도 늙어지면 그리운 마음도 기운이 쇠하여 가누지 못할 날도 아니 온다 할 수 없으니, 눈 맑고 마음 정다울 때 벗들과 봄날의 정겨움을 나누는 것도 기뿐 일이라 할 수 있겠네.
그나저나 마음만 앞서고 벗을 청하려니 벗이 좋아하는 술을 가지고 있지 않네그려.
나야 산촌에서 누더기 걸치며 탁배기다 약술이다 가리지 않고 마시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나와 다른 자네들이야 입에 달라붙지 않아 마다할 것 같으이.
이래저래 사람 산다는 것이 다 정해져 있는 건 아닌가 싶네.
그러니 모든 것이 마음만 앞서는 것 같아서 허허로울 뿐일세.
잠시 봄 날 곱게 핀 꽃들을 보며 벗들을 생각해 보았네.
김소엽의 “근황”이란 시가 이 저녁엔 어울릴 것 같네.
친구여
국민학교 다닐 때엔
더하기 빼기가
너무 쉬웠지
맞으면 O 표, 틀리면 X 표
쉽고도 재미있었던 오 엑스 문제
그때엔 100점을 받아들고
빛살을 타고 달릴 만큼
햇빛도 곱고 투명했지
친구여
대학을 나오고
아이도 길러 보고
사회생활도 했는데
세월 갈수록
더하기 빼기가
왜 이리도 어려운가
타고 달릴 빛살도 없고
눈도 침침하고
다시금 시험지 받으면
O 표 X 표 함께 써낼 문제
O 표조 X 표도 칠 수 없는 문제
어느 한때엔
XXX 였던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OOO 이었어
아니야, 아니야
내 작은 머리로서는 풀 수 없는 문제
컴퓨터에 넣어도 해답이 없을 거야
친구여, 이럴 때 자넨 어떡하는가
나는 하릴없이
하나님의 창가에
의문부호 찍어놓고
자꾸 자꾸 하늘만 쳐다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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