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106: 친구야 미안하다.....

sosoart 2007. 4. 23. 22:18

 

 

<동락재 통신-106: 친구야 미안하다.....>       (07 .4. 21)


며칠이 흐르다 보니 벌써 지난 월요일의 일이 되었다.

저녁시간이 되었는데, 고교 동창인 친구의 전화가 왔다. 


강릉에 일이 있어서  일을 보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나의 목공예작업실에 들렸다 갈려고 일부러 홍천으로 핸들의 방향을 바꾸어 지금 막 마을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근처의 초등학교 앞에 와있는데, 지금 집에 있느냐? 는 전화였다.


나는 요즈음 산림청 주관의 등산로 조사단에 참여하여 숲길 조사의 일을 하고 있는데 마침 그 날은 저녁시간이 되어도 일을 마치지 못하고,  일의 조사방법이 바뀌어 그에 대한 설명과 기록방법에 관한 지침을 전해 듣고 몇 가지 사무적인 일을 처리하느라 나의 임의대로 시간의 약속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던 거였다.


작년에는 “숲 해설가”의 일을 하였었고 올해에도 계속할 수 있었다면 계속하려던 참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방침이 바뀌어 연금수급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하지 못하고 있던 터였는데, 올해 신규사업인 “등산로 조사단의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있어서, 비록 타의에 의한 것이지만 업무의 특성상 매일 등산을 하게 되니 건강에도 좋고, 용돈도 벌수 있고 하니,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해서 “그러마” 하고 승낙을 하였던 터였다.


일을 하고 받는 수당이라야 몇 푼 되지는 않지만 벌써 10년 가까이 운동다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여서, 그렇지 않아도 운동의 계획을 세워 시작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울고 싶던 차에 뺨 맞는다......”고  타이밍이 아주 잘 맞았다면 맞았다고 할 수가 있었다.


또한 어떠한 일을 수행하게 되면 성실히 하되  公的인 일에 개인적 私務를 연관시키지 않는 것 또한 오랜 습관에 길들여져 있어서, 모처럼 찾아온 친구이지만 주어진 일을 팽개치고 만나러 가지는 못했던 것이다.

더구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정규직으로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어, 모처럼 친구가 근처에 왔었지만 달려가지 못한 것을 이해 해주길 바랄뿐이었다.


이 친구는 그전부터 부인이 공예나 미술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언젠가 부인과 함께 동락재와 동산방의 작품 구경을 위해서도 오겠다고 했었기에, 오게 되면 언제고 미리 연락을 하고 오라고는 했었던 것이다.

해서, 그날과 같이 모처럼 遠行길에 들릴 요량을 하고 미리 연락을 했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계획 하에 일을 미루고 반가이 친구를 맞을 수 있었을 텐데 그날은 그럴만한 상황이 되지 못해서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그냥 보내게 되어, 여간 미안한 마음이 아니었다.


그날만 날은 아니겠지만, 더구나 부인과 같이 일부러 먼 길을 마다않고 왔었는데 차 한 잔은커녕 얼굴도 보지 못하고 가게해서 마음이 몹시 서운했다.


친구야! 미안하다.

다음엔 꼭 미리 전화를 해주게나.  열 일 제치고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음세.  이번에는 나의 동락재와 작업실의 위치를 확실히 알았을 터이니 꽃이 활짝 피는 신록의 봄에 한 번 다시 오게나.


담근 지 몇 년 된 山藥酒 한 잔 하세나 그려.     

 

조병화 시인의 <때로 좀 만납시다>란 시가 떠오른다.


이 가을 들어

결혼 청첩 십여 장

부고 십여 장


세월 이렇게 빠르게 바뀔 줄이야

가장 가까운 친구 하나 둘 떠나는 마당

여보

때로 우리 좀 만납시다


대학 교수 십여 년

돈 구박 서러운 세월 서로 보내지만

돈 떨어졌다 해서

소식 무정

여보

이렇게 외면하기요


紙上에서 부닥치는 얼굴, 항상 그 얼굴

그 사람 그 얼굴

자네도 가끔은 끼어 있음직한데

자네 알아주는 기자님도

이젠 없어져 가는 모양


세월 이렇게 빠르게 바뀔 줄이야

선비들 어디 살겠는가

여보

때로 우리 서로 좀 만납시다그려


단골집은 없어졌어도, 내키는 대로 들어서는

다방, 혹은 대포집

서로 잔 대고

나라 얘기

우리 서로 서툴지만 때론 정치 얘기

간 사람, 남은 사람

세월 바뀌는 얘기

빗나가는 시의 얘기,   .....허허 나누며


세찬 세월의 거리

여보

때로 우리 서로 좀 만납시다그려


이러다간 아주

영 우리도 탈 나겠소


이 가을 들어

부고 십여 장


세월 이렇게 모르게 바뀔 줄이야

아는 사람 하나 둘 사라져 가는 장거리

아무리 찾아주는 이, 이젠 없다 해서

이렇게 꼼꼼 무소식

여보

이건 너무 하구료


낙엽지는 거리

때로 우리 서로 좀 만납시다

  

때론 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일까?

그냥 이 詩가 무시로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홀로 있는 시간의 적막이 나를 옥죄어 올 때가 있기는 한가 보다.


아니면 때론 나의 옛날  모습을 만나고 싶은, 돌이키고 싶은 시간이 그리웁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