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103: 4월의 마지막 눈꽃 핀 공작산에 오르며

sosoart 2007. 4. 7. 16:43

 

 어쩌면 올 봄의 마지막 눈이 될 것같다.  기상변화가 하도 심하니 단정하기는 이르기도 하다.

 

 

 이렇게 4월에 피는 설화는 더욱 곱다.

 

 계곡의 물은 이미 얼음을 다 녹이고 쏠쏠쏠 흐르는데.....

 

 미끈하게 쪽쪽 뻗은 낙엽송의 설화도 나뭇가지에 곱게 피었다.

 

 하얀 눈과 파란 하늘이 대조를 보인다.

 

 

<동락재 통신-103: 4월의 마지막 눈꽃 핀 공작산에 오르며>  (07. 4. 4)


오늘은 아침에 동락재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인 공작산으로 향했다.


이곳 홍천의 산골엔 어제 밤에 눈이 약간 왔다.  눈이라고 해야 이제는 4월에

오는 눈이어서 그런지 습기를 잔뜩 머금은 눈이긴 하지만, 이러한 눈일수록 나

뭇가지에 쌓이면  雪花를 피워 가는 눈이기도 하다.


이 산촌에서는 이제야 이 겨울을 거두어 가는 4월이며  이 봄의 어쩌면 마지막

일 것 같은 눈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람들에게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듯, 못

내 이별을 아쉬워하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마음인 듯 그 흔적을 기어코 남기고

떠나는가 보다.


어떻든지 간에 이곳 홍천이란 곳에 와서 지척에 있는 공작산의 정상을 등산하

게 된 것은 7년 만에 처음인데, 마침 내린 눈으로 아름다운 산의 모습을 보여주

니, 왠지 올 해에는 아주 좋은 일들만 나의 앞에 펼쳐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


계곡에 쌓인 눈을 밟으며, 연실 눈앞에 보이는 설화가 화려하게 핀 나무와 바짝

마르긴 했지만 숲의 모습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 아닌가 생각

을 하며, 아랫녘엔 이미 봄이 왔다고 하는 이러한 4월에 나처럼 이렇게 아름다

운 雪花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행운이 아니겠는가? 하며 감사하는 마

음을 가져본다.


실로 오랜만에 山行을 해본다.  공작산이 해발 887미터라면 그리 낮은 산도 아

닌 중급 정도의 산인데, 10여년 이상의 공백을 넘어 산행을 하자니 은근히 두렵

기도 했다.


왜냐하면 이 기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하지 못했고, 육십을 넘어 하나 둘 나이

가 더 들어가니 별안간의 산행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요즈음엔 별안간 운동을 하거나 몸에 조금만 무리가 가는 일을 하거나 하면 다

리나 팔, 발가락이나 손가락에 쥐가 잘 나곤해서 가급적 천천히 산을 오르며 올

봄의 마지막 눈일 것 같은, 눈 쌓인 산의 모습을 감상도 하며 사진으로 담으며

서서히 몸을 푸는 정도로 올랐는데, 다행히 정상까지는 별 무리 없이 오르게 되

어 “아! 내 몸이 아직은 망가지지는 않았구나....!”하는 안도의 마음을 가질 수가

있었다.


정상에 오르는 경사가 급한 짦은 구간에서는 그늘이 진 응달이어서 눈이 녹지

않고 미끄러워 약간은 힘이 들었지만, 무난히 정상에 올라 사방을 조망할 수가

있었다.


사방이 확 트인 곳에서 동서남북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은 볼 만 했다.

그렇다고 호연지기를 느낄만한 그런 등반은 아닐지라도, 20년 가까이 등산을

하지 않았던 내 몸이 다시금 등반을 시작한다 해도 거침은 없겠다는 확인을 할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다고 하겠다.


이제는 서서히 다시 몸을 만들어 가며, 지난 젊은 날처럼 전문 등산인 으로써는

산을 오르지 못하더라도, 산행을 통해 모든 것을 思惟하고 위축되어진 심신을

단련하는 기회를 다시 갖게 되는 것에 마음속으로 깊은 감사를 하였다.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욕심 없이 시작하는 마음은 이런 저런 거칠 것 없는 편

안한 마음이 되었고, 또 다시 나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데 커다란 동력이 될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정상의 바로 아래

에 앉아서 준비하여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천천히 하산을 하였다.


하산 길에 아무래도 아주 오랜만의 산행인 탓에 몇 번 쥐가 나고, 다리를 주무

르며, 쉬다 가다를 반복하며 몸을 달래었지만 그래도 상쾌한 마음으로 산을 내

려왔다.


이 산은 아내가 같이 가보자고 항상 벼르고 압력을 넣곤 하던 산이었지만, 실은

긴 시간동안 우리 두 사람은 등산을 하지 않다가 충분한 몸의 준비 없이 별안간

아내와 같이 산행을 하다가 도중에 쥐가 나서 혹여라도 불상사가 날까보아 요

리뺀질 조리뺀질 하면서 기피를 했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자신감을 다시 얻었

으니 자신있게 아내와 오붓한 산행을 해볼 요량이다.


아내도 나와 똑같이 근 20년 만의 산행이니 쉽지는 않겠지만, 어느 하루 시간을

넉넉히 잡고 천천히 올라, 아내에게도 다시금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

어넣어 주어야겠다.


왕복 5시간 정도의 산행이었지만, 나름대로 다시 산행을 해도 옛날처럼 전문

산행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 시간

이 되므로 해서 오늘 하루 또한 뜻 깊은 하루를 보냈으니, 이제 오늘의 저녁은

비록 혼자서 하는 저녁이지만 쇠주 한 잔에 삼겹살 한 점 구워 먹으며 앞으로의

많은 산행을 통해 심신이 다시금 젊은 시절의 싱싱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망과 동기 부여로 나의 앞으로 오는 시간들을 적극적이고 힘이 넘치는 생활

로 가꾸어 가련다.  

       

어찌하랴! 술꾼이 좋은 날 술을 마다하면 이 또한 죄악이 되려니.

사람 사는 동안 죄악의 씨는 뿌리지 말 진저!!!!!!!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개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 였습니다.

 

우리가 물이 되어 언젠가 첫사랑이란 이름으로 잠시 만났던, 찰라적 순간순간마다 그리워했던, 그 사람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서로 물이 되어 어느 포구의 흘러오는 한 줄기 물에 섞이어 만난다면 어땠을까........?

 

또 우리가 구름이 되어 저 파란 하늘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의 공간에서 서로 만나 휘감고 재회의 뜨거운 포옹이라도 했었다면 어떠하였을까......?

 

문득 그런 허깨비와도 같은 몽상에 잠겨 일상의 일탈로 빠져들고 싶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좌전(左傳)의 鮮克有終

"뒤끝을 잘 마무리 짓기는 매우 어렵다"는 말씀을 떠올리며 모쪼록 끝맺음의 아름다움을 위해 오늘도 걷는 이 "나그네의 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