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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락재통신-125: 두 번의 수술을 마치고.....

sosoart 2008. 5. 31. 03:31

 

<동락재통신-125: 두 번의 수술을 마치고.....>    08. 5. 31

 

어느덧 두 달이 훨씬 지났다.

 

그러니까 지난 3월 17일 원자력병원에 입원을 하고 3월 18일 신경외과 의사의 집도로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받았으니, 이제는 두 달 하고도 보름이 가까워 온다.

 

작년 내내 홍천에서 통원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금년 3월초까지 무릎은 물론, 허리까지 펴지도 못하고 더구나 엉치뼈와 허벅지 그리고 종아리까지 저려와 거동도 제대로 못할 정도가 되어, 조그만 강원도 小邑 홍천의 병원과 한의원의 통원치료는 역시 한계가 있음을 통감하고 서울로 올라와 치료를 받기로 했다.

 

작년부터 아내와 아들, 딸이 하루빨리 서울 집에 올라와서 치료를 받으라고 성화였는데 겨울에 홍천의 집을 비우고 갈 수가 없어서 이러구러 날짜만을 미루고 있다가 그만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주섬주섬 보따리를 싸가지고 서울에 와서 딸자식까지 대를 이어 근무를 하게 된 연구소의 부설 000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수술을 하게 되었다.

 

내가 근무할 당시 알고 있던 젊은 척추전문 의사는 유명하다는 척추전문개인병원의 원장으로 가서 근무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병원의 우수한 의료진을 신뢰하고 있기에 이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로 하였다.

 

먼저 담당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수술을 하기 전 필요한 CT나 MRI 검사 등 각종 검사를 하고, 하루라도 빨리 수술 날짜를 잡아 수술을 하기로 했다.

 

기왕에 수술을 할 거라면 빨리해서 지난 1년 동안 통원치료 하느라 아무 작업도 하지 못한 보상을 받을 욕심이었다.

 

평생 처음 받는 수술이어서 내심 약간 두렵기도 하였으나, 인명은 在天이라 여기며 또 이 수술은 그리 걱정할 만한 수술은 아니라는 의사의 말에 안도를 하고 있었다.

 

목요일 검사 후 그 다음 주 월요일인 3월 17일에 입원하고 그 다음날에 수술을 하였다.

 

예상 수술시간은 1-2시간이었는데 실제로 4시간 이상이나 수술시간이 길어져서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이 많이 걱정을 했다지만 수술결과는 잘 되었다는 집도의의 말씀에 가족들은 걱정을 덜고, 회복실에서 나오기만을 마음을 졸이고 기다렸다하니 아내와 자식들의 마음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어쨌던 아침 9시 이전에 수술실로 들어갔다가 병실로 다시 돌아온 시간이 오후 3시경이었고, 나는 병실로 옮겨져서 정신이 돌아왔다.

 

마취가 깨니 많이 아팠지만 견딜만 했다.

 

옛날보다 의료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수술도 비교적 빨리 간단히 이루어졌고 비보험이라지만 좋은 진통주사제로 통증을 많이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처음에는 4-5번 척추를 수술할 예정이었으나 열어보니 6-7번의 척추까지 수술을 하게되어 시간이 늦어졌다 한다.

 

2-3일간은 양 팔에 주렁주렁 주사기를 꼽고 많은 통증이 있었으나, 3-4일 후 부터는 통증도 차차 가라앉고 식사도 할 수 있었고, 침대를 빠져나와 걷기운동을 시작하였다.

 

아내 역시 척추가 아파서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여서 밤중의 병실간호는 딸이 대신 하였다.

수술 한 날부터 7-8일을 연일 아빠 병간호를 하느라 딸이 많이 고생을 했다.

 

알리지는 않았지만 입원하고 있는 동안 의학원이나 연구소에 근무하는 후배들이 병문안을 다녀가서 심심치는 않았고 그간의 여러 가지 직장이나 살아가는 소식들을 접할 수 있어서 오랜만에 더불어 사는 사회생활을 새삼 경험할 수가 있었다.

 

퇴직 후 8년 여를 서울을 떠나 강원도 산촌에서 틀어박혀 있었으니, 오랜만에 학교나 직장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마음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이 척추관협착증이라는 것이 디스크의 증상과는 또 다르며 무거운 것을 많이 든다거나, 하루의 많은 시간을 앉아서 반복적으로 일을 하는 예를 들면 밭일을 하는 사람들에 많이 걸리는 병으로 일명 “농부병”이라고도 한단다.

 

내가 나의 홍천의 동락재를 손수 가꾸기 위해 산이나 밭에 버려진 무거운 돌이나 벌목하고 버려진 무거운 통나무들을 주어 옮겨오는 과정에서 너무 무리를 하였고 그 기간이 3-4년의 단기간에 걸쳐 이루어져서 척추에 이상을 가져온 탓이다.

 

대개 서울이나 도시를 버리고 시골로 들어와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보금자리를 가꾸어 나가는 사람들은 단시간 내에 터전을 완성하기 위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집중을 하고 무리를 하게 되는 것이 그 원이이므로 장차 전원생활을 목표롤 하고 있는 이들은 他山之石으로 삼아햐 할 일이다.

 

열흘간의 입원을 마치고 퇴원을 하여 집에서 안정을 취하며 걷기운동을 하였다.

마침 집 근처 川邊 兩岸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왕복 10Km 정도로 잘 가꾸어져 있으므로 첫 날에는 약 1Km부터 시작을 하여 매일 매일 1Km 정도씩 걷는 거리를 늘려 나가고 약 4-5 Km 거리 내에서 매일 오전, 오후로 걸었다.

 

평상시에는 아내와 함께 걷고, 주말에는 혼자서 혹은 딸과 같이 걷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며 다리운동을 하였다.

 

주말이면 아내는 주중에 펜션의 예약손님을 맞으러 홍천으로 내려가니 혼자서 산책이나 걷기운동을 할 때면 심심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어서 개울 속을 유유히 유영하는 잉어와 하얀 왜가리들을 보며

혼자의 시간을 달래기도 해본다.

 

수술 후 나는 양쪽 아파트의 거대한 벽사이로 흐르는 개울에 파릇파릇 新綠으로 자라나는 수양버들의 잎을 보며, 또 하얀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정호승”의 시 “봄길”을 떠 올리며 川邊의 벤취에 앉아서 하늘을 힐끗 우러러 보기도 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봄길> 정 호 승

 

 

 

 

두 달 가까이 운동을 하며 가끔 통원치료를 하며 근력을 키워나갔지만, 한 가지 수술을 할 일이 또 있었다.

 

이 또한 무거운 물건들을 무리하게 들어서 일어나는 증상이지만 탈장의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걷기운동이 불편하게 되었다.

 

이제 어느 정도 척추수술 후 몸이 안정되어 가므로 탈장수술을 빨리 하지 않으면 걷기에도 점점 불편함은 물론 내가 빨리 회복이 되어야 아내도 척추 수술을 받을 것이므로 서둘러 외과진료를 받고 수술을 하기로 했다.

 

아내만 아니어도 몸이 완전히 회복된 연후에 탈장 수술을 받으려 했으나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의사와 상담한 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으니 수술해도 괜찮다는 판정에 수술을 서둘러, 척추수술 후 두 달 만에 또 다시 탈장수술을 결행했다.

 

또 다시 5월19일 월요일에 입원하고 5월 20일에 수술한 후 5월 23일에 퇴원을 하였다.

 

난생 처음 해본 수술이지만 두 번째가 되니 수술도 별로 대수롭지가 않았다.

치료의 과정으로 여기고 담담히 임했고, 한 달 여만 탈장대라는 보조대를 차고 있으면 된다고 하니 다가오는 여름 전에는 다시금 몸의 상태가 정상에 가깝게 호전되리라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작년부터 무릎치료에 매달려 전혀 운동이나 일상생활을 하지 못한 관계로 약간의 고혈압과 당뇨의 증세가 있다고는 하지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체중도 줄여서 작품활동과 일상의 할 일을 하여야겠다.

 

젊었을 때부터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여 뒤늦게 이렇게 고생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건강의 과신으로 제 몸을 혹사하는 어리석은 일은 저지르지 말아야 할 터이다.

늙어가는 나이에 건강을 잃고 다시 회복하려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생활의 의욕이나 자신감도 잃게 된다.

 

지금 이렇게 된 것은 더 나빠지기 전에 몸을 추스르라는 경고로 알고 나의 건강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어 내 스스로에게나 가족들에게 걱정이나 누를 끼치지 않도록 계획성 있는 건강지키기도 함께 힘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