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에 일이 있어서 올라갔다가, 오늘 해거름이 되어서야 동락재에 도착을 했습니다.
동락재에 들어오기 전에 마음이 虛虛로워 잠시 수타사엘 들렸다가 왔습니다.
불자는 아니지만, 어머님께서 寶蓮花란 법명을 가진 독실한 불자이셨고 나 역시 절의 경내에 들어서면 마음이 한없이 편하여 지고, 모든 고뇌를 잠시라도 잊을 수 있어 마음 잔잔하여 지기에 가끔은 이곳 수타사와 공작산 순환로의 고갯길 정상에서 저 멀리 산등성 굽이를 바라보며, 혼돈된 머릿속의 상념을 추수리곤 합니다.
요즈음은 겨울철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인지 이곳을 탐방하는 불자들도 거의 볼 수가 없고, 행락객은 더더구나 눈에 띄지 않으니, 간간히 울리는 풍경소리 벗삼아 경내에서 머리를 떨구고 뜨락을 걷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맑아 집니다.
채근담의 이런 말들을 다시금 곱 씹으며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또 기약을 해 봅니다.
苦心中 常得悅心之趣
得意時 便生失意之悲
괴로운 마음 가운데 항상 마음을 기쁘게 하는 멋을 얻으며
득의 했을 때에 문득 실의의 슬픔을 낳는다
즉, 사람은 역경에 놓이면 마음을 괴롭히게 마련이지만
그러한 속에서 과거를 반성하여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득의의 기쁨에 도취 되노라면 실의의 슬픔이 곧 닥치게 된다.
그러므로 실패했다고 용기를 잃어서도 안되고
일이 제 뜻과 같이 됐다고 해서 몸이나 마음가짐을 흐트리거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하는 뜻입니다만,
말은 이렇게 하기 쉽지만 그걸 알고도 실천하는 일은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진정 스스로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도록 전념을 다한다면 반드시 이루어 질것이라는 신념을 신앙참아 다짐해 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아직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스스로 곧추 서기 위하여 온 몸과 마음으로 모든 번뇌를 물리치고 열심히 내일을 위해 정진을 다짐하며 오늘도 끊임없이 노력을 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自重自愛"가 요즈음 마음의 中心입니다.
거리에서, 골목에서,
지하도에서,
손을 내미는 측은한 사람 보면
올해 들어부터 부쩍 어머님 생각
한푼이고, 두푼이고, 빠짐없이
동전을 집어 주고 지나시던 어머님 모습
불쌍도 하지, 나무아미타불
이렇게 적선을 하시던 먼 어머님 생각
나도 그렇게
적선을 배운다
광화문 지하도 젖물리고 앉아 있는 여인
종로 지하철 입구
아이 잡아매고 앉아 있는 눈 먼 여인
덕수궁 긴 담 모퉁이
장안의 먼지 다 쓰고
지장보살처럼, 묵묵히
그저 묵묵히
세월을 마냥 앉아 있는 다리 없는 사나이
보이는 게 모두 눈물
느끼는 게 모두 눈물
생각 도는 게 모두 눈물
아, 나무아미타불
어머님!
어머님처럼 적선을 하며
적선을 배워도 배워도
모자라는 게 적선이옵니다.
<적선을 배우면서> -조병화
적선과 자중자애, 그리고 내가 흘리는 땀의 깊이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는 밤입니다.
06.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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