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장미와 솟대-3

sosoart 2008. 6. 9. 23:30

 

근데, 이 벤치 어때? 우리 주인이 만든 건데 쓰던 소파를 다 뜯어 내고 첼제 프레임만 이용해서 야외용 벤치로 만들엇는데, 보는 사람마다 좋다고는 하더라고.

 

 

우리 동락재를 지키는 수호천사들은 여러가지 종류에 숫자도 많아. 하늘에서는 솟대들이 땅에서는 지금 여기 있는 복순이와 그 동생들이 사방을 지키지.

 

 

이 복순이는 순종 진돗개는 아니지만 아주 영리해서 주인 아저씨의 신임을 독차지해.

 

 

이 놈은 작년에 입양해 온 놈인데, 뭐 아메리칸 코커스파니엘 이라나 뭐라나?  바보 같은 놈이 이름을 길어가지고.....  이름은 "길동이"인데 애완종이라고 우리 주인이 별로 귀여워하질 않아.

그런데도 주인에게 잘 보일려고 주인만 보면 꼬랑지를 정신없이 흔들어대고 낑낑거리면서 관심 끌려다가 가끔은 한 대 줘 맞기도 해.

 

 

저 바라보는 꼬라지가 눈치만 본다고 우리 주인은 아주 싫어해.  누가 달라는 사람있으면 준대.  가지고 싶으면 달라고 해!

 

 

얘는 아주 웃기는 애야.  사실은 얘가 나이가 제일 많아. 여섯살쯤 됐을걸?  얘도 사실은 우리 주인 내외분이 춘천에서 잠깐 살고 계실때, 거기 아는 사람이 맡아 달라고 해서 여기 데려다 기르는 것인데, 여기서 한 5년은 됐지.

아주 영리하고 노는 것이 귀여워서 우리 주인 아저씨, 아줌마가 제일 예뻐해.  얼마나 영리한데.

주인 아저씨, 아줌마가 제 이름 "해피야!"하고 부르면 금방 대답하고 주인만 가까이 오면 이렇게 벌러덩~ 누워서 "저는 주인님의 종놈이예요!"  하고 이렇게 납짝 업드리거나 들어누운다니까........

노는 꼴이 어떤 때에는 좀 치사하다 싶기도 해.  암만 주인이 귀여워 한다고 저렇게 까지 하고 살아야 돼?

 

 

얘도 애완종인데 뜰에다 놓고 기르기는 하지만 이쁘긴 이쁜것 같아.  우리 솟대들이 보기에도.

 

 

주인 아저씨가 왠만하면 귀여워도 귀엽다는 티를 안내는 편인데, 얘한테는 안그래.

다만 이름을 주인 아저씨는 "강순이"라고 개명을 해줬는데, 얘가 그전 집에서 부르던 "해피"라는 이름을 고집해서 그냥 그렇게 불러주나봐.

 

 

얘는 맨날 주인만 보면 "거침없이 벌러덩~"이야. 참 웃겨.  그치?

 

 

이 넝쿨장미는 3년 전에 주인마님과 마나님이 꽃시장에서 사와서 심은 거야.  그때 벚나무, 모과나무, 대추나무,매화나무와 철쭉꽃을 아주 많이 사다가 심었지.

 

 

그런데 이 장미는 이곳 날씨가 추워서 잘 자라질 못한다나봐. 그래서 잘 번식을 못한다고 찔레꽃을 많이 심을 걸 그랬다고 주인 마님과 마나님이 하는 말을 들었어.

 

이렇게 평균기온이 낮고 추운 강원도 산골지방에서는 과실나무를 기르려면 사전 상식이 있어야 돼. 이곳 홍천지방에는 사과도 안되고 감도 안돼.  처음 우리 주인도 감나무, 사과나무를 사다가 심었는데 살리지 못하고 그만 보냈어.

나무장사들이 거짓말을 하고 파는 사람들이 더러 있으니까 주변의 주민들에게 잘 물어보고 심어야 해.

채소도 마찬가지야.  이곳에서는 고추도 5월이 지나야 심어.  남쪽이나 중부지방처럼 일찍 심으면 냉해를 입어서 죽어버려.

 

 

우리 동락재 솟대의 공통점은 오방색으로 몸을 치장한 것이 특색이야.  전통목공예를 배웠지만 전통에 한국적인 멋과 현대적인 멋을 가미해서 솟대에 채색을 해서 우리의 몸은 호화로운듯 하면서도 전통의 색채를 띄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패션을 모방해서 작품들을 만든다고 해.

심지어는 윗동네 입구 고갯마루에 장승과 솟대를 그 동네 목수출신의 아저씨가 세웠는데 우리 동락재의 솟대와 장승처럼 성형을 하고 화장도 똑같이 해서 세워놨더라고.

음식점이름도 "솟대00"라고 했다니까. 참 우습지도 않어.

 

얘네들이 주인 마님부부가 제일 신뢰하는 놈들이야.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나기는 해.

 

 

나도 어떨 때 성질이 나면 쟤네들 똑바로 안 봐.  그냥 이렇게 어슴프레 눈을 뜨고 째려보지.

 

 

사실 억울하기는 얘네들도 마찬가지야.  주인 마님이 아까 걔들 만들어 세워놓고는 전에 있던 얘네들은 찬밥이 됐으니까?  인간지사 세옹지마라고 하잖아~  우리도 마찬가지야.  언제 어떻게 될지 몰~러.

 

 

그렇지만 어떻게 해.  단 1-2년 이라도 주인마님 내외의 총애를 받았었으니 일편단심 주인을 위해 섬기고 받들어야지.  안그래?  인간들처럼 저희들 필요할땐 제 간까지 빼줄것 같이 그러더니, 아무리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해도 대통령때문에 출세한 놈들이 배신하고 차버리고 그랬잖아.  그러더니 요새는 그 대통령이 세상을 뜨니까 또 그 를 이용해서 저희들 잇속 채우느라 국민선동하느라 눈X들이 빨갛찮아, 안그래?

 

그러길래 사람은 사람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높은 사람은 아래 사람을 잘 골라서 써야 한다지않아?  더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저도 물론 똑똑해야 하고 아래 사람도 훌륭한 사람을 골라 쓸 줄 알아야 되는 거라는 것은 어린 아해들도 잘 아는 거 아냐?  그런데 전임대통령 노무현은 참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야.   하긴 우리는 나무로 만든 솟대니까 인간들 세상일은 잘 안다고 할 수가 없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또 하나, 찬 밥이 또 있어.  지금 왼쪽에 있는 애 있잖아?  얘는 작년에 주인이 다른 작품 작업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 통나무 주어다가 자르고 깎고 해서 만들었는데, 얘 하고 비슷한 애가 원래 동락재 현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있거든~?  그런데, 아마 주인은 얘가 더 맘에 드나봐. 그때부터 계단 옆에 있는 애는 찬밥 됐어~.  얘 생기기 전까지는 그애가 얼마나 사랑 받았는데.  구경 오는 사람들도 걔가 멋있고 탐나다고 난리 부루스였는데, 얘가 나타나고 나서는 걔는 안중에도 없어.  그래서 걔는 한동안 스트레스 무척 받아가지고 정신병원에 가 있었어. 지가 무슨 연예인이라고 인기만 먹고 사나?

 

우리 주인마님이 장승이나 괴목 다듬어 만드는 사람인줄 알고 장승이나 괴목 탁자 만들어 달라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있어.  우리 주인은 그런 사람들을 제일 싫어해.  흔히 사람들은  괴목으로 탁자 등속을 만들고 장승이나 만드는 사람들을  "목공예"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지.  사실 목공예는 그런 것이 아니잖아?  미술분야의 한 장르로 공예부문 중 하나를 차지하며 전통과 현대의 목가구, 목조각 분야가 아니겠어?  기실 DIY나 괴목 탁자 등속을 만드는 일은 목공예라고 할 수 있을까?

하긴 목공예의 아류도 미를 추구하는 일이긴 하지.

 

 

이놈들은 그래도 정신상태는 제대로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렇게 강풍이 불고 집중호우가 내리고 불볕 더위가 내려 쪄도 꼼짝 안하고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저 자세로 지키고 있어.

역시 우리가 볼 때에도 대장감은 대장감야.  꼭 주인 닮았어.  아부하기도 쉬은 건 아냐.......

 

 

그래도 내 모습도 준수하긴 준수하지?

나도 한 때는 이 집의 Top이었어.  지금은 그냥 동락재 최고관리위원으로 있지만.

내 발판 바로 아래 노랗고 동그랗게 생긴것은  도로변의 야광표지와 똑같은 건데 길옆 울타리에 내가 서있으니까

혹시 자동차들이 지날때 주의하라고 주인마님이 달아놓은 것이야.   그래도 우리들을 끔찍히 생각해 주기는 해.

 

 

나는 그래도 잠미꽃밭 위에 서 있으니 행복해.  내 주변엔 대추나무 꽃, 소나무꼬츠 참나리꽃, 목련꽃 들이 번갈아 피고 여름엔 도마도, 가지, 호박꽃 들도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혀서 항상 풍족해.  물론 겨울엔 혼자서 서있으니 조금 외롭기는 하지만 내 몸에 눈이 덮이면 사람들은 또 다른 나의 매력을 발견하곤 하지.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이렇게 내려다 보면 사람이라는 것이 참 우스워.

요즈음 주말엔 이 도로 위로 많은 사람과 차들이 지나가곤 해.   주변 군부대에 면회나 외박을 나가는 사람들, 산좋고 물맑은 강원도에 전원주택이나 땅을 마련하고 주말마다 오가는 서울이나 도시사람들, 그리고 할리 데이비슨인가 뭔가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요란한 굉음을 내며 떼로 몰려다니는 멋을 낸 드라이버들, 또 길이 막히면 속초나 설악산, 인제 내린천 등에서 444번 지름길 도로로 구룡령, 운두령, 서석, 노천 등을 거쳐 상경하는 자동차들로 여름 한때는 시끄럽기도 해.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그 표정이 각양각색.....  지나는 자동차의 꼬리만 봐도 그 안에 탄 사람들의 표정을 읽을 수가 있는 것 같어.

 

  

나는 요즈음 강희근이란 시인이 쓴 "무제"라는 시를 되뇌이곤 해.

 

나직이 말하라 해도

나직이가 안되고

감추어 둔 것 눈으로

드러내 보여라 해도

눈으로가 안되고

마음대로 되는 일만이 세상에

있는 것 아니라고 해도

마음대로가 기준인 사람

저녁노을을 어깨로하여 간다

뻘똥 열매 입술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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