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산촌에도 장미꽃이

sosoart 2008. 6. 7. 23:18



 


나는 이 동락재의 터주 솟대야. 이 동락재의 주인이 목공예디자인을 배우기 전에 삼재로 부터 가정의 기운을 지키기 위하여 만든 솟대가 있었는데, 그들이 제 1세대 솟대이고 나는 2세대 솟대이니까 지금 이 동락재의 정원에 있는 솟대 중 제일 어른이라 하겠지. 이 동락재에는 제5세대 솟대까지 있으니까.

그런데 세상이란 나이만이 어떤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고 모든 것을 고려해서 적재적소에 기용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기도 해.

그렇게 철이 없는 나는 아니기에 주인마님이 정해 놓은 서열에 따라 맡은 바 소임을 잘 수행하고 다른 솟대나 마당의 식구들과는  잘 지내고 있는 편이지.

그런데 오늘은 내가 올해 초여름을 맞아 주인마님이 찍어놓은 사진을 설명하는 일을 맡게되어 설명을 하게 되었으니, 서툴더라도 잘 이해해 주길 바래.

그러면 시작할께.

  

작년에도 아마 이맘때쯤 넝쿨장미가 피었을게다.

 

 

저렇게 하얀 찔레꽃이 한 열흘쯤은 먼저 피고 그 다음에 울타리의 넝쿨장미의 꽃이 활작 피어난다.

 

 

이 새의 몸을 감고 올라가는 등나무는 벌써 잎이 피고 줄기가 울타리든 다른 나무나 꽃의 줄기이든 가리지 않고 왕성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기실 이 등나무는 심어놓으면 다른 식물은 다 망치며 건물도 성할 리는 없다.

 

 

이 조그만 장승 부부는 아직도 의좋게 장미의 꽃과 찔레꽃의 향기를 맡으며 꽃내음에 취해 있다.

 

 

이 솟대는 아마 만들어지기는 이 동락재에서 제 1세대일 것이다.

 

 

 

아마 이 녀석들은 3세대 솟대들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이 놈들은 제1세대의 혼을 받아 실제 몸은 5세대쯤은 되겠지만, 그 형태와 가문 만큼은 정도로 이어받아 토박이 2세쯤의 솟대로서 우리 동락재의 으뜸 지킴이 이다.

저 도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눈매와 태도는 우두머리 솟대답다.

 

 

초봄에 동락재의 바깥 야산에 널려져 피어 있는 야생화를 캐다 심었더니 벌써 이렇게 많이 퍼졌다.

 

 

울타리를 돌아가며 옆 울타리의 뽕나무와 자작나무, 그리고 생강나무와도 공존을 하며 넝쿨장미는 잘도 꽃을 피운다.

 

 

이 자작나무는 심은 것도 아닌데 어떤 연유로 이렇게 동락재의 울타리에 자리를 잡고 자라는지 모르겠다.

 

 

장미꽃 넘어에는 앵두나무가 있고 그 뒤로 으뜸 지킴이 솟대가 늠름하다.

 

 

아직 싸구려 디지털카메라의 접사방법이 서툴러 선명한 상을 얻지 못했다.

사실 옛날 그러니까 70년대 초반에는 카메라에 미쳐서 필름, 현상, 인화에 돈을 많이 버리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AF(Auto Focus)카메라로 또 디지털카메라로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니,카메라를 손에서

놓은지 오래되고 아들이 쓰다버린 디지털카메라를 이제는 내가 사용을 한다.

 

 

카메라 탓인가? 실력 탓인가?  아무튼 노굳이다.

 

 

이 앵두는 이제 막 태어나 그 비릿한 모습이지만 한달쯤만 지나면 아주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으리라.

 

 

동락재의 대장이며 동락재 주인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있는 솟대이다.

 

 

이쪽 울타리는 아직 장미가 덜 피었다.  내년엔 이 울타리에 찔레꽃이 아주 하얗게 만발해 있을 것이다.

 

 

정원에 놓여 있는 벤치가 외롭다.

 

 

도로 옆 울타리로 제 얼굴을 내놓고 자랑을 한다.

이렇게 강원도 산촌의 산골에서는 봄도 더디 온다.  그러나 늦게 오는 봄이 더 소중한 것일까?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스무고개를 푸는 과정이 아닐까?

"김승희"시인의 "스무고개 숲 속에서" 사는 것처럼 오늘도 스무고갤 푼다.

 

나, 어려서부터, 스무고개 놀이를

하기 싫어했지,

식물성인가? 물으면

아니, 라고 고개를 흔들고

광물성인가? 또 물으면

아니, 라고 열쇠 가진 아이는 고개를 또 흔들고

나 그때부터 스무고개 놀이를

하기 싫었지,

빨리 그 답을 알고 싶었던 거야,

열쇠 낱말을

안개가 내리는데

우우 하늘이 가장 가까이 땅에 닿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