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장미와 솟대-1

sosoart 2008. 6. 2. 23:30

 

나는 이 동락재의 터줏대감 솟대야.

이 동락재의 주인이 공직에서 퇴직을 한 후, 자신의 취미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걷고자 늙으막에 또 다시 학교를 다니면서 목공예디자인을 배우기 전에 삼재로 부터 가정의 기운을 지키기 위하여 만든 솟대가 있었는데, 그들이 제 1세대 솟대이고 나는 2세대 솟대이니까 지금 이 동락재의 정원에 있는 솟대 중 제일 어른이라 할 수 있을거야.

 

그런데 세상이란 나이만이 어떤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고 모든 것을 고려해서 적재적소에 기용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기도 해.

그렇게 철이 없는 나는 아니기에 주인마님이 정해 놓은 서열에 따라 맡은 바 소임을 잘 수행하고 다른 솟대나 마당의 식구들과는  잘 지내고 있는 편이지.

 

그런데 오늘은 내가 올해 초여름을 맞아 주인마님이 찍어놓은 사진을 설명하는 일을 맡게되어 설명을 하게 되었으니, 서툴더라도 잘 이해해 주길 바래.

 

 

그런데 왠 펜션간판이 있냐고?    아~ 그건 이 동락재엔 두채의 건물이 있는데 하나는 주인아저씨의 목공예작업장인 목공예공방 동산방의 건물이고 하나는 전용 살림채야.  그런데 주인마님 내외 두분 만이 살고 있으니까 건물을 한 재 놀리느니 용돈이라도 벌려고 유럽의 펜션처럼  강원도의 산촌에서 은퇴후 사람들과의 소통도 하고 말벗들도 사귈겸 민박의 건물로 사용하기로 하고 말하자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라고 해. 

 

그러면  이야기를 시작할께 잘 들어봐.   에헴!

 

  

작년에도 아마 이맘때쯤 넝쿨장미가 피었을게다.

 

 

저렇게 하얀 찔레꽃이 한 열흘쯤은 먼저 피고 그 다음에 울타리의 넝쿨장미의 꽃이 활작 피어나곤 해.

 

 

이 새의 몸을 감고 올라가는 등나무는 벌써 잎이 피고 줄기가 울타리든 다른 나무나 꽃의 줄기이든 가리지 않고 왕성한 공격력을 자랑하지.

 

 

기실 이 등나무는 심어놓으면 다른 식물은 다 망치며 건물도 성할 리는 없어.

 

 

이 조그만 장승 부부는 아직도 의좋게 장미의 꽃과 찔레꽃의 향기를 맡으며 이맘때면 항상 꽃내음에 취해 있어.

 

 

이 솟대는 아마 만들어지기는 이 동락재에서 제일 먼저 소나무로 만들어진제 1세대로 알고 있어.

 

 

 

아마 이 녀석들은 3세대 솟대들이 아닌가 생각이 돼.

 

 

이 놈들은 제1세대의 혼을 받아 실제 몸은 5세대쯤은 되겠지만, 그 형태와 가문 만큼은 정도로 이어받아 토박이 2세쯤의 솟대로서 우리 동락재의 으뜸 지킴이야.

저 도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눈매와 태도는 우두머리 솟대답게 보이지 않아?

 

 

초봄에 동락재의 바깥 야산에 널려져 피어 있는 야생화를 캐다 심었더니 벌써 이렇게 많이 퍼졌어.

 

 

울타리를 돌아가며 옆 울타리의 뽕나무와 자작나무, 그리고 생강나무와도 공존을 하며 넝쿨장미는 잘도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이제는 이곳의 추운 날씨에 적응이 된것 같어.

 

 

이 자작나무는 심은 것도 아닌데 어떤 연유로 이렇게 동락재의 울타리에 자리를 잡고 자라는지 모르겠어.

 

 

장미꽃 넘어에는 앵두나무가 있고 그 뒤로 으뜸 지킴이 솟대가 늠름하게 보이지?

 

 

주인아저씨가 아직 접사방법이 서툴러 선명한 상을 얻지 못한 것 같어.

사실 옛날 그러니까 70년대 초반에는 카메라에 미쳐서 필름, 현상, 인화에 돈을 많이 버리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AF(Auto Focus)카메라로 또 디지털카메라로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니,카메라를 손에서

놓은지 오래되고 아들이 쓰다버린 디지털카메라를 이제는 주인이 사용을 하나봐.


 

 

카메라 탓인가? 실력 탓인가?

 

 

이 앵두는 이제 막 태어나 그 비릿한 모습이지만 한달쯤만 지나면 아주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거야. 작년에는 주인아저씨가 흐드러지게 맺은 열매를 한 소쿠리 따다가 앵두술을 담그던데.........

 

 

동락재의 대장이며 동락재 주인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있는 솟대가 바로 얘네들이야.

 

 

이쪽 울타리는 아직 장미가 덜 피었어.  내년엔 이 울타리에 찔레꽃이 아주 하얗게 만발해 있을 것 같아.  왜냐하면 주인아저씨가 올 가을엔 이 울타리에 찔레꽃을 아주 많이 심는다고 했거던.

 

 

정원에 놓여 있는 벤치가 외로워 보이지. 나는 벤치하면 권혜경의 호반의 벤치라는 노래가 생각나.

 

 

도로 옆 울타리로 제 얼굴을 내놓고 자랑을 하는 저 녀석은 나르시슴에 빠져있는 놈이야.  제가 아주 잘난 줄 알고 길가로 제몸을 자랑삼아 내놓고 있잖아.

 

이렇게 강원도 산촌의 산골에서는 봄도 더디 와.  그러나 늦게 오는 봄이 더 소중한 것일 수도 있겠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스무고개를 푸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  나는 소나무로 만든 솟대이기에 사람들의 세상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김승희"시인의  시 "스무고개 숲 속에서" 사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것도 스무고갤 푸는 일이 아니가도 싶어.

 

나, 어려서부터, 스무고개 놀이를

하기 싫어했지,

식물성인가? 물으면

아니, 라고 고개를 흔들고

광물성인가? 또 물으면

아니, 라고 열쇠 가진 아이는 고개를 또 흔들고

나 그때부터 스무고개 놀이를

하기 싫었지,

빨리 그 답을 알고 싶었던 거야,

열쇠 낱말을

안개가 내리는데

우우 하늘이 가장 가까이 땅에 닿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