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락재통신-128: 오랜만에 다시 “통신”의 붓을 들며> 2008. 12. 14
어느덧 2008년 무자년의 해는 기울어 서산마루에 걸려 그 빨간 마지막 모습을 불태우며 동락재에서 보이는 호수의 수면위로 빨려 들어가듯 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올해는 참으로 우리 가족에게는 다사다난 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나로서는 작년과 올해 2년간을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여 병마에 시달렸던 지긋지긋한, 내 일생에서 건강문제로 제일 고생을 한 2년이기도 했다.
작년 초여름 무릎을 다친 후 8개월가량 정형외과 통원치료를 했지만 완치를 하지 못하고 남은 평생 내내 불편한 다리로 살아가야 함은 물론 올해에는 척추를 비롯한 다른 곳을 수술하기 위해 두 번의 병원 입원으로 인하여 치료 및 수술 후의 회복과 몸 관리에 여념이 없던 관계로 아무것도 못하고 두 해를 다 보내게 되었다.
젊은 시절 만들어 놓은 몸만 믿고 40대 후반부터는 체력관리나 건강관리에 소홀하여 오늘날 이 지경이 된 것이 너무 후회스럽기만 하다.
건강에는 절대 자신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겪고 나서야 알았으니 이미 엎질러진 물을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게다가 아내마저도 올 가을에 척추 수술을 하여 지금도 허리에 보조대를 차고 수술 후 요양과 적절한 운동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면 눈물겹고 안쓰럽기만 하다.
부부가 다 이제는 정상의 사람처럼 자유로운 등산이나 운동을 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위축이 되는 것을 피할 도리는 없는 것 같다.
단지 이 상태보다 더 나빠지지 않도록 건강유지를 위하여 더욱 열심히 걷기운동이나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해나갈 도리밖에 없게 되었다.
하여, 작년부터 하지 못했던 목공예의 작업과 그림 작업은 물론 산촌에서 내가 살아가는 기록물인 “동락재통신”도 중단하고 오로지 건강의 회복에 전념한 한 해로 기록이 될 것이다.
덕분에 올해에는 이곳 산촌에서 생활은 얼마 하지 못하고 거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지내며, 중랑천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매일매일 자전거타기와 걷기운동으로 하루의 반을 보낸 꼴이 되었다.
마음이 조급하여 너무 자전거타기 운동에 시간을 쏟다보니 몸에 무리가 와서 또 다른 수술을 하게 되어 가을부터는 자전거운동을 삼가고 걷기운동에만 전념을 하다가, 아내도 척추수술을 하게 되어 병간호와 수발을 드는 외에 아내가 살림을 할 수 없으니 완전하지 않은 몸을 가지고 몸소 주부역할을 하다 보니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돌이켜볼 여유도 없었다.
아내가 허리에 보조대를 풀려면 올 해 말이나 되어야 하고, 또 보조대를 푼다 할지라도 한 두 달은 허리를 굽히거나 바닥에 앉지 말고 조심을 해야 하므로 아무래도 내년 봄까지는 내가 살림살이를 계속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나의 고집으로 인하여 발생된 것이니 아내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나나 아내나 이런 산촌의 시골에 들어와서 채소를 가꾼다거나 주변이 온통 일거리인 시골생활을 뒤늦게 하게 된 결과, 몸이 따라주지 못하고 또 일을 하다보면 욕심이 생겨 무리를 하게 되니 자연 허리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그래서 작년부터는 손위 동서와 처형들이 내려와서 밭도 가꾸고 채소도 기르며 많이 도와주었으며, 올해에는 나와 아내가 수술을 한 탓으로 우리 내외를 대신해서 손위 동서와 첫째, 둘째 처형들이 텃밭의 농사를 짓다시피 하였다.
모두 칠순을 넘긴 노년이라서 재미삼아 채소를 가꾼다 하여도 힘이 들기는 매 한가지이겠지만 그래도 공기 좋은 곳에서 적당한 노동을 하니 건강에도 좋다고 좋아들 하시니 부담은 좀 덜 되었다.
내 손으로 심고 가꾸어서 먹는 재미는 해 본 사람만이 아는 시골생활의 즐거움이리라.
이제 앞으로 할 일은 어서 빨리 건강을 되찾기 위해 부지런히 운동하고 무조건 하루에 8Km 이상은 걷는 운동을 하는 일이다.
서울에선 증랑천변의 산책로를 따라가면 한강이나 의정부, 포천 쪽으로 갈 수 있으니 우리 부부에겐 운동을 할 수 있는 천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홍천의 산촌에 오면 나의 무릎이 고장 나서 산길을 걷기엔 불편하고 또 도로를 걷자니 시골의 국도나 지방도로에는 인도가 별도로 없으니 걷기운동이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도 손위동서가 작년에 목사로 일하시던 교회에서 은퇴를 하고 전원생활 겸 건강유지를 위해 밭일도 하기위해 두 내외분이 이곳에 자주 내려와 돌봐주시니 건강회복에 많이 도음이 된다.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고 마음은 온통 목공예와 작년에 부탁받은 목가구 제작, 또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스케치 해놓은 그림도 화폭에 그리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게다가 작년엔 문화재청의 우수정책고객으로 초청을 받아 안동권 문화재탐사 팀에 합류하여 2박3일의 문화재답사를 빼고는 전혀 아내와 같이 여행도 하지 못해 아내도 무척 답답해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선 몸이나 건강하게 만들어서 일상생활이나 큰 불편없이 해나가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올해의 모든 좋지 않은 기운은 올 해로서 끝내고 내년엔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다짐을 해본다.
마음이 급하여 우선 두서없이 “통신”을 엮어본다.
글도 오랜만에 써보니 횡설수설이다.
할 일은 많고 마음은 급해지고 여건은 따라주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지만 급할수록 천천히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송구영신! 모두 액은 물러가고 좋은 일만 다가오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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