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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숲에서 보내는 편지-130: 요즘 결혼식을 보며

sosoart 2009. 6. 12. 21:56

 

 

 

저무는 숲에서 보내는 편지-130: 요즘 결혼식을 보며 (09. 6. 12)

 

비단 요즈음의 결혼식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생활수준이나 소득수준이 높아져서일까? 대부분의 결혼식에 허례도 많지만 중산층 이상의 결혼식은 대부분 호텔에서 치루는 것이 일반화되어있는 듯하다.

그중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거나 현직 혹은 전직 직장의 중견간부이상은 호텔도 중, 상류급 호텔에서 자녀들의 결혼식을 치루는 것이 보편화된 것 같다.

제 돈 가지고 고급호텔에서 자녀의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누가 뭐라 할 일도 아니지만, 대개는 그동안 투자(?)했던 부조금의 회수 아니면 걷어 들일 수 있을 때 많이 걷어 들이자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본인의 경우는 30여 년 전 당시에는 늦은 나이에 결혼식을 올릴 때에도 10년 정도의 적지 않은 직장생활을 했어도 꼭 초대할 사람에게만 청첩을 돌리고 어느 종교단체의 예식장을 빌려서 양가 가족, 친한 친구, 직장 선후배와 동료들을 초대하여 그야말로 검소하고 조촐하게 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은 설악산으로, 그 대신 5박6일 이라는 남들보다는 조금 긴 일정으로 동해안과 설악산 일대를 여류롭게 둘이서 여행을 한 기억이 남아있다.

 

퇴직할 때까지 30여년 오랜 직장생활동안 남들의 경조사에는 아주 많이 참석하고 부조금 역시 적지 않게 해왔다.

그러나, 정작 나의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에도 꼭 참석하면 좋은 친구를 선별하고 직장 동료들에게는 나의 부서 직원에게만 알리고 장례를 올렸다.

어머님이 토요일 오후에 돌아가셔서 직장에 알릴 경황도 없었고, 굳이 그간 부조했던 만큼 본전(?)을 챙기려는 마음도 없었을 뿐더러 집안 경조사는 간소하고 조용히 경건한 마음으로 치루자는 우리 부부의 이심전심인 마음에서 지금까지도 그렇게 지켜오며 살아왔다.

 

늦었지만 나의 자식들은 아직도 출가를 시키지 않았지만, 나의 아이들 결혼식 역시 조촐하게 전통혼례방식이나 조용한 장소에서 양가 가족과 가까운 친지만을 초대하여 의식을 치루고자 마음먹고 있다.

 

옛날 직장 동료들을 보면 자기가 현직에 있을 때 부조했던 사람들의 명부를 보고 일일이 청첩을 보내 본전(?)을 챙기는 인사들이 대부분이지만, 나의 경우 일단 부조금은 부조하는 날 잊기로 했고 다만 나의 품위유지비로만 인식을 했기 때문에 준만큼 다시 받을 요량은 애초부터 갖지 않았다.

 

물론 그러한 것이 세상을 별 요량없이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좀 더 맑고 거침없이 살고 싶을 뿐이기에 준 것은 준 것으로 끝내자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그런데 얼마 전 나의 가까운 지인에게 들은 얘기가 남의 일이지만 “인간 사는 것이 참 지저분한 세상이구나!”라고 느끼게 한 일이 있었다.

 

이야기인즉슨, 자기의 가깝다고 하는 친구의 자녀 결혼청첩을 받고, 양가가 서로 잘 아는 처지이기에 부부 동반하여 결혼식장엘 갔다고 한다. 친구 부부가 식장입구에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기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려고 다가갔더니, 친구의 부인되는 사람이 짐짓 외면을 하기에 얼마나 무안한지 몰랐고, 도대체 친구의 부인이라는 사람이 왜 외면을 하고 있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는데(“설마..... 우리가 오는 것을 못 보았겠지”라고 생각을 했단다.) 요즈음 모 신문의 기사에 결혼특집 연재기사를 보고 “아! 그래서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의 부인이라는 그 여자가 그랬었구나....!” 라고 그제서야 알아차리고 자기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 나의 지인의 부부가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즉 호텔결혼식의 점심값이 1인당 5만원에서 10만원을 상회하는데 대개는 친구의 자녀 결혼식에 10만원의 부조금을 내는 것이 보통이므로, 부부가 같이 와서 점심을 2인분 축내면 피로연의 하객에게 제공하는 음식 값보다 지출이 많으니 환영받지 못할 것이 뻔하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에!!!!!!!!!!

옛날 같으면 지나가는 거지도 불러서 잔치음식을 먹이는 법인데, 아무리 비싼 피로연 음식이라도 친구부부가 같이 와서 축하하려는 마음으로 하객으로 참석한 순수한 마음을 그렇게까지 계산적으로 주판알을 퉁기면서 바로 눈앞에 있는 하객의 존재까지 무시해가면서 모른 척을 한단 말인가?

 

과연 말세는 말세로다.

 

가까이 왕래를 했던 친구 자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하객으로 참석을 하고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하려던 그 부부를 안전에서 못 본 척 딴청을 부리는 친구의 부인을 바라보는 그 부부들의 마음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으며 배신감을 느꼈을까?

 

부인이 잘 못하면 남편의 망신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결혼식이 끝나고 남들이 하는 의례적인 式後 감사의 편지는 물론 "결혼식에 참석해 줘서 고맙다"는 전화 한 통 없었다니, 아무리 제 부조금 액수만큼의 피로연 음식을 그것도 혼자가 아닌 부부동반해서 먹고 갔다고 한들 그래서야 어찌 친구라 할 수 있겠는가?  큰 벌이 없이 퇴직후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 그것도 지방에서 생활하고있는 사람이 서울의 친구 자녀 결혼식에 참석차 일부러 상경을 하였는데.......

 

세상이란 참 요지경 속이며 그 몇 푼의 돈 때문에 사람의 정과 도리를 내팽개치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개탄할 일도 아니다.

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다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니겠나?

 

세상이 나를 속이고 지랄염병을 할지라도 노여워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인간이 아니라 생각되는 자들은 다시 面對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다시는 말을 섞지 않으면 될 터.....

 

그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나의 그 지인도 “친구 하나는 참 잘못 두었구나. 아니, 요즈음 세간에서 회자되는 우정이라는 것이 요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 것을 그 지인은 순진하게도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同類의 感를 느낀다.

 

하기는 제 자식의 결혼식이 임박하면 동창회에 얼굴을 내밀고 청첩을 보내는 인사들이 태반이라 하거늘.........

 

나 역시 그런 친구는 없나? 생각을 해보면 내 주변엔 창피한 얘기지만 “그것보다 더 못된 놈들”이라고 칭하는 인사들이 적지아니 있지 않았던가?

 

내 젊은 시절 항상 나에게 밥과 술을 얻어먹었던 친구라 하는 자들이 나에게 커피한 잔, 쓴 막걸리 한 잔 산 기억도 거의 없음은 물론 친구로서의 진정한 우정을 베푼 그러한 자들이 있었나?

 

베푼 자는 잊지 않고, 베품을 받은 자는 항상 잊어버리는 것이 까만 머리칼을 가진 우리네 동족이라는 인간들의 법칙이거늘, 베푼 것이 마음이든 돈이든 베풀었으면 베푼 것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 진리라는 것을 항상 잊지 말지어다.

잊지 않고 섭섭히 생각하면 마음의 상처는 더욱 더 깊어지리니.....

 

周易에 이런 말씀이 있지 않은가?

 

失得勿慍 실득물온 즉, 손해를 보았다고 성내지 마라.

 

손해냐 득이냐를 두고 성을 내지 말지어다. 손해를 보았든 이득을 보았든 빨리 잊어버릴수록 좋다.

손해 본 것을 속상해하며 화풀이를 하면 두 번 손해를 본 것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마음이 상하게 되면 화가 나게 되고 화가 나면 분노하게 되며, 사람이 분노하면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니, 분노가 치밀어 극에 달하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하게 마련이듯이 내 것을 더하고 남의 것을 덜하면 죄악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내 것을 덜어내고 남의 것을 더하게 되면 착한 선으로 가는 길이다.

 

모든 선한 것에 사랑이 있고 잔잔한 기쁨과 행복이 있으려니 무릇 세상살이에서 내가 손해를 봤다고 성내거나 남을 탓하지 않는 것이 선하고 행복한 나를 만들어 나가는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길이다.

 

항상 이 마음을 잃지 말고 오로지 나의 완성을 위해 살아갈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