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동락재의 앞뜰 고추밭에 우담바라가

sosoart 2011. 7. 25. 00:02

 

 

 

 

 

 

어제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던 아내가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나를 불렀다.

 

모처럼 주말과 함께 찾아온 복날이어서 지난 주 중 아주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며칠간 계속 외지에서 생태조사를 하고 학교에서 보고서 정리를 하던 아들에게 전화를 하여 “홍천의 동락재에 잠깐 들려서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복날 음식으로 여름의 허약해진 심신을 보하고 잠시 시원한 곳에서 쉬었다 가라”고 연락을 하던 참이었다.

 

불교에서 우담바라는 삼천년에 한 번 피는 꽃으로 아주 희귀하며 귀한 꽃이라 말들을 하고 있는 터라, 그 귀한 꽃이 우리 부부가 살면서 마음과 몸 그리고 주변의 자연과 더불어 인생을 가꾸어 가는 우리의 화실 동락재와 산촌공방 월든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경사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세상 남에게 해코지 한 번 안하고 살았고, 크게 베풀지는 못했지만 남에게 악하게 하거나 얻어 먹지 않았으니, 그저 큰 걱정 없고 마음 평안하게 사는 것이 이제 남은 인생의 바램이니, 이렇게 자그마한 상징적인 우담바라꽃을 보게 된 우리 부부의 마음은 행복하기만 하다.

 

비록 생태 환경학자인 아들은 냉정하게 “풀잠자리 알”일 뿐이라고 얘기했지만 모든 것은 마음으로 비롯되는 것인 만큼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자기성찰을 일깨우는 촉진제도 되고 우리가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이라는 격려의 의미와 이제 세상에 할 만큼 했고 성실하게 살았으니 마음 평안하게 살라는 자격을 주는 상징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요 며칠 사이에도 각종 매체나 보도에서도 어느 곳에서 우담바라를 보았다는 사진과 함께 기사를 볼 수가 있었지만, 우담바라는 마음 깊은 곳에서의 성찰과 마음가짐 이지 그것을 본다는 것 자체가 사사로운 개인의 복을 보장 한다던가 국가에 경사스런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말은 아니지 않겠는가?

 

모든 근본은 마음 안에 있으니 착한 마음으로 성심을 다하고 利他的인 삶과 행동으로 살아간다면 모든 세상이 다 우담바라꽃으로 둘려질 것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오랜만에 나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본다.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또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을 음미하면서 또 은퇴 후 걷기 시작한 나의 새로운 길을 더욱 다지기 위한 준비로 글과 그림을 그리기 위한 붓을 잡지 못했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니 이 여름이 지나면 “가을엔 나에게 쓰는 편지 한 통쯤 쓸 시간은 나지 않겠나?” 싶다.

 

문득 나의 마음에 공명을 일으키는 최태선의 시 하나 읊조려 본다.

 

누구나 삶 안에 가시 하나쯤 박혀 있다 / 최태선

 

 

삶은

너와 나 사연이 쌓여

계절을 이룬다

나만 아픈 것이 아니고

너도 아프고

생은 그런 것이리라

 

가슴의 생체기

가시가 박혀 아픔을 느끼지만

누구나 삶 안에 가시 하나쯤

박혀 있다

 

깊이를 모를 뿐

우리네 삶은

박힌 가시

하나씩 뽑으면서 사는 것이리라

 

사랑, 기쁨, 행복의 가시일지라도

박힌 가시의 비율은

슬픔, 그리움, 추억의 가시

동일한 비율 이리라

 

사랑해서도 아프고

그리워해서도 아픔이 오는 것

박힌 가시는 삶 안에 내재되어 있는

우리네 인생의 불가피한

삶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