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60) 독일 현대미술을 이끄는 라이프치히 화파
이현경
학술(60) 독일현대미술 - GERMAN NOW 학술세미나
이현경 / 미술비평
독일 현대미술을 이끄는 라이프치히 화파
“작은 파리” 혹은 “플라이스 강변의 아테네”라 불리는 독일 남동부의 도시, 라이프치히는 중세 시대부터 “유럽의 십자가”로 불리며 중요한 교통의 요지로써 상공업 도시로 발전한 곳이다. 이런 경제적 기반을 토대로 라이프치히의 문화·예술은 17세기부터 부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그 풍부한 역사적 전통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라이프치히는 우리에게 미술보다 바흐의 활동지, 멘델스존과 바그너의 고향인 음악의 도시로 유명하며, 500년 이상 동안 출판과 문학의 중심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이런 풍부한 문화적 함양을 갖추었던 라이프치히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구동독의 영역에 포함되면서 그 명성을 잃어갔다. 그러다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통일 독일의 약진 속에서 그 문화적 명성을 되찾고 있다. 이제 이 도시는 풍부한 고전적 전통 위에 사회주의 시기라는 독특한 현대사가 덧붙여지게 되었고, 이러한 도시의 풍토 속에서 자라난 라이프치히 화파(Leipzig School)는 일찍이 1960년대부터 서구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라이프치히 화파의 초기 세대인 베른하르트 하이지히(Bernhard Heisig), 볼프강 마토이어(Wolfgang Mattheuer), 베르너 튑케(Werner Tubke) 등은 구동독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배경으로 개인의 두려움과 무기력함 그리고 그 속에서 싹트는 욕망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만들어서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이후 1977년 카셀도큐멘타에서 등장하면서 국제적 화단으로 인식되었다.
최근 성남아트센터에서 기획한 ‘독일현대미술’전시(7.6-9.2)는 60년대부터 활동했던 이런 초기 라이프치히 화파와 1990년 독일 통일 이후의 신(New)라이프치히 화파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신라이프치히 화파는 라이프치히 시각예술대학교의 교수인 네오 라우흐(Neo Rausch)와 이 학교 출신의 화가들이 주축이 되어, 기존의 라이프치히 화파의 독특한 풍토를 계승하고 거기에 현대의 다양한 매체에 대한 실험과 주제가 덧붙여져 지금의 미술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되는 화파이다. 지난 8월 18일(목)에 성남아트센터에서 전시와 연계하여 이 화파에 관련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였다. 미국과 영국의 주도 속에서 도약하는 독일 미술이지만 아직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낯선 라이프치히 화파를 살펴보는 신선했던 세미나였기에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성호(미술평론가)씨는 ‘21세기 유럽 현대미술과 독일 라이프치히 화파’에서 누보레알리즘(Nouveau realisme) 전후의 프랑스 미술, yBa(young British artists) 전후의 영국 미술, 그리고 yGa(young German artists) 전후의 독일 미술을 살펴보면서 미국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유럽의 현대미술 속에 독일의 신라이프치히 화파가 갖는 위상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발표자는 유럽 현대미술을 리얼리즘의 맥락으로 파악하고, 여기에 독일의 현대미술은 표현주의의 전통에 기반하여 다리파-청기사파-신즉물주의-신표현주의-라이프치히 화파-신라이프치히 화파의 계보를 갖는다고 하였다. 그 속에서 신라이프치히 화파는 최근의 다원주의적 성향을 대변하는 리얼리즘이 엿보인다고 하였다.
홍경한(월간 경향아티클 편집장)씨는 ‘독일 현대미술 속 뉴 라이프치히 화파’에서 라이프치히의 문화·예술 전통과 독일 특유의 철학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신라이프치히 화파는 주로 사회와 분리된 고독한 자아, 인간 존재의 의미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현실에 대한 냉소와 자조 또는 허무함과 같은 우울한 주제를 갖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였다. 이것은 최근 중국 현대미술의 주제와 같이하지만, 오랫동안 고립된 채 사회주의의 족쇄에 갇혀있던 라이프치히가 특히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고집스럽게 지향하는 지점들은 그 특유의 서사적 시스템을 통해 차별성을 갖는다고 하였다.
홍호진(UNC갤러리 관장)씨는 ‘21세기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과 라이프치히 화파의 위상’에서 1990년대 이후 점차 대중과 괴리되어 현학적으로 변해가는 현대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애매함으로부터 새로운 출구를 찾던 뉴욕과 런던의 미술시장은 그 대안으로 영국의 yBa과 독일의 라이프치히 화파, 중국의 정치 팝(Political Pop), 인도의 현대미술 등을 주목하였다고 하였다. 그 중 라이프치히 화파는 라이프치히와 가까운 유동적인 도시 베를린을 바탕으로 증가된 시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젊은 공급자들을 갖추었기에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출처: 김달진 미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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