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앞에서 . . . 고은
우리는 오늘 뭔가를 놓쳐버리고 있지 않은가
꼭 찾아야 할 것을
엉겁결에 열차는 떠나버리고
꼭 이루어야 할 것을
저 하늘 높이 휘날릴 깃발
결코 헛될 수 없게
꼭 이루어
내일의 푸른 들녘 가득히 피어날 꽃을 앞두고
우리는 오늘 뭔가를 몽땅 놓쳐버리고있지 않은가
밤마다 여기저기 모여
자꾸 주사위만 던지면서
꼭 만나야 할 것을
그냥 보내고 말지 않았던가
차가운 밤거리 지나가던
지난날 통금시대 안마장이 소경의 피리소리
그것마저 보내고 난 숨막히는 정적
우리는 한때 거기에 활을 쏜 적이 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래 외치던 소리들도 사라지고
바람만 떼굴떼굴 구을러와
삐라조각 비닐조각 신문지조각
이것이 자유였던가
우리는 오늘 뭔가를 놓쳐버리고 있지 않은가
역사라는 말 또는 역사의 마지막이라는 말
그렇게도 많이 썼건만
언제나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할 일을 다했던가
뼈아픈 먼 산맥들이여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황야 그것을 위해 싸웠던 세월
그것들을 위해 더이상 무엇이었던가
한 자루 촛불 앞에서
우리는 결코 희한에 잠기지도 않거니와
우리는 결코 기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는 오늘과 오늘 이전
그 누누한 시간 뭔가를 놓쳐버리고 있지 않은가
촛농이 흘러내리자
한층 더 밝아진 촛불 앞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인가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소시마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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