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개꼴/ 오탁번

sosoart 2015. 1. 18. 17:20

 

 

 

개꼴

 

                               오탁번

 

 

진소천으로 소풍 가는

 

병아리빛 어린이집 버스를 보고

 

텃밭에서 김을 매다가

 

허리를 펴고 손을 흔든다

 

오종종한 아이들이

 

밀짚모자를 쓴 할아버지한테

 

고사리 손을 흔든다

 

 

 

옆자리의 아이 엄마들은

 

입을 삐죽하며

 

정산 나간 늙은이 보듯

 

왼고개를 젓는다

 

허허, !

 

개꼴이 된 나는

 

먼 하늘 보고 웃는다

 

 

 

오탁번 시집 시집 보내다’ (문학수첩) 2014년 발행, 94.

 

 

 

194373일 충북 제천 출생

고려대 영문학과, 동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1967동아일보’(동화), 1967중앙일보’()

1969대한일보’(소설) 신춘문예 당선

시집 아침의 예언’ ‘너무 많은 것 가운데 하나

생각나지 않는 꿈’ ‘겨울 강’ ‘1미터의 사랑

벙어리 장갑’ ‘손님’ ‘우리 동네

시선집 사랑하고 싶은 날’ ‘눈 내리는 마을

한국문학작가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협상, 김삿갓문학상, 고산문학상 수상

은관문화훈장 수훈

1971-2008년 육군사관학교, 수도여자사범대학, 고려대 교수 duurdla

곅간시지 시인발행, 편집인 역임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고려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나이를 먹다 보면 모든 것이 둥글게 보이고, 더구나 어린 아이들을 보면 내 손주 보듯이 천사인 듯 귀엽고, 깨끗하고, 소중하고, 보듬고, 쓰다듬어 주고 싶은 것이 평범한 할아버지들의 마음이다.

시인의 시처럼 어린 병아리들을 보면 내 손주처럼 안아주고 싶고 쓰다듬어 주고 싶기도 하며, 그 어린아이가 아장아장 걸어가는 것을 보면 혹시나 다칠세라, 넘어질세라 몸을 움츠리기도 하고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예쁜지 얼굴도 만져보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잘못 늙어가는 늙은 개들 때문에 어린이 성희롱이니 성추행이니 하는 보도들을 접하게 되면 나이 먹어가는 것에 대하여 또한 남자로 늙어가는 것에 대하여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다 늙은 개들의 빌어먹을 죽일 놈의 짓거리 때문에 어린아이나 여식을 둔 부모들이 아무리 선하게 생겨도 남자라는 사내들을 보면 보호본능으로 아이들을 품에 안게 되며 공포와 경계의 눈으로 평범한 늙은 할아버지들을 보면서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

 

나 역시 길을 가면서 또는 손주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할 때에도 예쁘고 귀여운 어린 아이들을 보면, 그 어린 아이들이 사내아이든 계집아이든 지그시 쳐다보며 아이고! 예쁘구나....! 라며 정감어린 눈으로 귀여운 천사들에게 말을 걸고 싶지만, 또 하도 예쁘고 천사같아서 쓰다듬어 주고싶어도 그 옆의 아이 엄마나 할머니들을 의식하여 움추리게 된다.

 

세상 참 맑고 착하고 예쁜 어린아이들에게도 순수한 마음과 말로 예쁘다고 표현 못하고 쓰다듬어 주지 못하는 이 시대가 참 얄궂다.

 

반대로 나의 손주를 남이 그렇게 해도 그대로 그 순수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들이 이웃집 아저씨나 아주머니들 일지라도 혹시나 내 손주에게 나쁜 기운이 미칠까봐 그들이 예쁘다, 머리를 쓸어준다 하더라도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을 하게 마련이니,

 

허허,  참!  아이고 이노무 세상, 참 몹쓸 세상이로고.........

 

나무관세음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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