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박건한
빈 곳을 채우는 바람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앉아
나뭇잎 흔들리듯
나를 부들부들 떨게 하고 있나니.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아니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어둠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앉아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게
나를 뒤척이고 있나니
며칠 전 서울에 다녀 와서
공방에 장작난로 불을 붙이고 따뜻한
나의 탁자에 며칠 전 주문한 볶은 원두커피를
핸드밀에 갈면서 은은한 커피의 향을 맡는다
해가 가기 전에 무언가 한 가지 더 배워
내 곁에 두고 써먹을려고 작년에 핸드드립커피를 배웠다.
이런 추운 겨울 날,
커피를 갈아 드립퍼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코로 스며드는 커피의 향은
스타벅스 등 저급커피로 만드는 아메리카노와는
비교도 안되는 향과 맛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참 잘했던 것 같다.
이 산촌의 낮과 밤은 적막과 외로움이 늘 곁에 있지만
이렇게 구수한 커피의 향을 맡고 있노라면
나의 공예에 관한 아이디어, 그리고
내 주변의 정답거나 그리운 사람의 체취가
생각이 난다.
오늘은 문득 전남 목표에서 경기도 파주의 활판공방으로
출퇴근 하는 박건한 시인이 떠오른다.
무엇을 좀 끄적이려고 나의 블로그에서 자료를 찾다가
문득 그의 시 한 편이 스쳐갔다.
이 메마르고 고단한 세상에
이미 폐기되다시피 된 활판 인쇄의 맥을 이어가고자
뜻을 같이한 이들이 외로운 작업을 하면서
이 나라 중견 시인들의 자선(自選)시를 묶어
100인의 시집 100권 출판을 목표로 정진하는
거룩한 작업에 고개를 숙이고 싶다.
돈도 되지 않는 그 작업을 하는 출판사 대표,
편집주간 박건한 시인, 그리고 활판인쇄 장인들...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지구촌과 이 나라 방방곡곡을
다니며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아깝지 않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 들이
이러한 시집과 문화적 가치, 그리고 예술, 공예품 구입에 투자하는
진정 문화인들이 되면 얼마나 이 나라의 문화적 바탕이
윤택해 질까?
살찐 돼지보다는 머리와 마음이 부자인 그런 사람이 많은,
문화의 자존과 자부심이 강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
그런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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