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이
김재진
사랑이란 말 만큼 때 묻은 말이 없습니다.
사랑이란 말 만큼 간지러운 말도 없습니다.
너무 닳아 무감각해진 그 말 대신
달리 떠 오르는 말 없어
당신을 묵묵히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인연도 오래되어 헌 옷처럼 편해지면
아무 말도 더 보탤 것이 없습니다.
한 마디 말보다 침묵이 더 익숙한
오래된 사이는 답답합니다.
때로 벅찬 순간이 밀물처럼
가슴을 고즈넉이 적셔올 때
잔잔히 바라보는 그 눈빛 떠올리며
멀리 와서 생각하면 다투던 순간마저
따뜻한 손길인 듯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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