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오래된 사이/ 김재진

sosoart 2015. 1. 5. 22:50

 

 

 

오래된 사이

 

                                          김재진


사랑이란 말 만큼 때 묻은 말이 없습니다.
사랑이란 말 만큼 간지러운 말도 없습니다.

너무 닳아 무감각해진 그 말 대신
달리 떠 오르는 말 없어
당신을 묵묵히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인연도 오래되어 헌 옷처럼 편해지면
아무 말도 더 보탤 것이  없습니다.
한 마디 말보다 침묵이 더 익숙한
오래된 사이는 답답합니다.

때로 벅찬 순간이 밀물처럼
가슴을 고즈넉이 적셔올 때
잔잔히 바라보는 그 눈빛 떠올리며
멀리 와서 생각하면 다투던 순간마저
따뜻한 손길인 듯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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