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밤의 이야기/ 조병화

sosoart 2015. 5. 13. 12:27

  

<밤의 이야기-8>

 

조병화

 

실은 맨손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단 말이다

 

이곳에선 외롭긴

누구나 매한가지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외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헤세의 말을 빌면

인간은

깊은 안개 속에서

서로의 Sein

-서로를 모르는 채

그저 서로 Sein하고 있는 것이라 하지만

 

생존은 너무나 허허한 자리

실로 이상한 건

살고 있다-하는 마음이다

 

무욕해질수록 가득 차 가는 마음

바람에 집을 둔 마음

입김처럼 순한 이 외로움

 

생명이여

떠나는 것이여

 

이곳에선 가진 자나 없는 자나 매한가지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빈 마음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 Sein이란 獨逸語로서 존재(存在)의 의미라고 해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생은 태어날 때부터 외로운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태어날 때 온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주먹을 쥔 손에도 아무것도 움켜쥐지 않고 태어났으니까요.

세상을 찾아온 울음소리로 첫 인사를 할 때 아마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곧 외로움에서의 탈출이라는 커다란 명제를 운명적으로 알았기 때문일까요?

 

어느 때부터 일까요?

스스로 내 존재가 있음을 깨닫고 존재의 이유를 메꿔가기 시작하고 존재하는 것 자체가 외로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알아주는 또 다른 Sein을 원하게 되지만 그 또 다른 존재는 나의 옆에서 영원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될 때, 나의 깊은 외로움은 시작된다는 것과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 다는 마치 선문답禪問答과 같다는 허허로움을 알게 되는 것이......

 

존재, 생존, 생활, 외로움, 무욕... 이러한 것이 내 생애의 화두로 영원히 깨닫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 역시 우리네 소시민의 일생일진데, 사람들은 외로움이라는 무서운 장벽을 뚫기 위해 사랑도 하고 욕심도 내고, 그것을 잊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몰두하지만 외로움은 내가 살아있는 한 내 안에 굳게 자리 잡고 내 목숨과 같이 생과 사를 같이한다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한 편으로는 외로움이 있기에 나의 생도 존재하는 것인 줄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로움이란 다른 말로 고독孤獨이란 말로 바꿀 수가 있겠지요.

조병화 시인은 밤의 이야기- 20에서 고독소망이라고 얘기합니다. 외로움소망이라는 말이 되겠지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소망이 없으면 살아갈 존재의 이유도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저는 오래 전, 퇴직을 하면서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상과 소망을 공유하며 차도 마시고 좀 더 높은 차원의 생활 속의 예술작품을 창작하고 취미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소망의 하나였습니다.

물론 그러한 것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이상적이어서 실현하기가 어려운 것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 늙은 나이에도(우리나라 노인의 수명이 100세까지 간다는 예측이 난무하는 시점에서 인생 70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할 수는 있으므로)그 소망은 버리지 않고 언젠가는 흉내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기도 합니다.

 

남녀노소 모든 계층이 차를 매개로 미술, 음악, 공예 등의 예술적 창작 작업도 또한 작품의 발표의 장으로서 때때로 또는 정기적으로 어떠한 주제를 정하여 자유로운 토론도 하며, 각자의 특기를 발휘(재능 기부)하여 각 분야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여행도 같이 한다면 참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한 소박한 소망이 아직도 제게 남아 있고 그 실현을 위해 실은 밤낮으로 구상하고 토대를 마련키 위해 조용히 물밑에서 준비를 한다는 것이 지금의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밤의 이야기- 20> 조병화

 

우리가 살면서 아무리 어렵고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도 꼭 이루고 말겠다는 신념으로 소망을 갖는다는 것은 살아가는 일의 원동력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오늘 또 다시 외로움, 고독, 소망과 그리움이 나에게 어떠한 힘을 주고 존재의 이유에 대해 타당성을 부여해주어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힘차게 걸음을 옮기게 해줌에 대해 감사함을 느낍니다.

 

주변으로부터 수구꼴통’, ‘꼰대’, ‘늙은이’, ‘지하철 공짜손님등으로 천시 받는 연세 드신 모든 분들 우리는 오늘을 있게 한 이 나라의 일등 공신” “인생의 지혜 덩어리라는 자부심을 잃지 마시고 당당히 나가십시다.

figh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