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그래요/ 김용택

sosoart 2015. 4. 16. 19:44

 

 

 

그래요

 

 

                                      김용택

 

꽃이 피면 뭐 허답뎌

꽃이 지면 또 어쩐답뎌

꽃이 지 혼자 폈다가

진 사이

나는 그 사이를 오가며 살았다오

 

꽃 피고 지는 일 다 지금

일이지요

겁나게 질고 진

봄날이었구만요

 

산이 무너지고

디딘 땅이 캄캄하게 푹 꺼지는 줄만

알았지요

 

그래요

봄에만, 죄가 꽃이

되지요

누구든 다 그렇게

버릴 수 없는

빈 꽃가지 하나씩

마음에 꽂아두고

그래도 이렇게 또

오는 봄

가는 봄을 살지요

 

 

 

 김용택

 

 

김용택시인, 전 초등학교 교사

출생 1948928(66), 전북 임실군

학력 순창농림고등학교

데뷔 1982년 시 '섬진강'

수상 2012 7회 윤동주 문학대상 

2002 11회 소충사선문화상

1997 12회 소월시문학상

1986 6회 김수영문학상

 

경력 2003 4대 전북작가회 회장 

 

 

 

김용택시인은 간간이 자신의 시에 전라도의 투박스런 사투리를 넣어 질박하고 순박한 토종의 표현으로 시의 맛을 더 감칠맛 있게 하는 시인입니다.

 

섬진강 시인이라 일컬을 만큼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 사람사랑의 시를 만들어낸 자연의 냄새가 나는 시인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간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시가 표현하고 내포하는 의미가 곧 그 시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주 예전 어느 날 직장의 동료, 후배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우연히 시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조병화시인과 김용택시인에 관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토론 아닌 토론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공학도 출신과 인문학도 출신들과의 시에 대한 얘기여서 저 역시 그 이야기에 동참하면서 시인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를 주고받기도 했었습니다.

 

조병화시인에 대해 어떤 친구는 다작의 시인으로서 그의 시는 뻔하다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고, 김용택은 자연주의 시인으로서의 그가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는 사람이기에 영혼이 맑고 순수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시골에 어울리지 않는 조금은 고급 자가용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서민과 어린이들의 순수 영혼을 대변하는 시인으로 자처한다는 것이 못마땅하다,

 

다작을 하는 시인이나 문인들의 작품은 다 읽을 만한 가치가 없다는 의견 그러면 다작을 하는 작가나 시인의 문학작품이나 시는 읽을 가치가 없는 것이냐?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되는 시는 그 사람의 영혼과 고뇌 또는 일상의 가치가 융합되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이 다작이라 해서 그렇게 판단하고 몰아붙이는 것은 독자의 문학적 소양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는 반론과 문학작품의 내용이나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속에 함축되거나 미사여구로 표현되는 문학적 언어나 시어詩語를 가지고 작가의 실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둥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었습니다.

 

물론 작가에 대한 판단과 호, 불호의 감정은 독자 그 사람의 됨됨이 따라 다른 것이어서, 어떻게 보면 아는 만큼, 배운 만큼, 자신의 성정性情이나 인격만큼(자신의 그릇 만큼)만 규정짓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그 작가가 사상 편향적이든. 일방적 사고를 가진 자이든, 겉과 속이 다른 자이든 간에 그 작품을 읽고 감동을 받는 다던가 자신의 정서와 정신세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적어도 그 작품을 읽은 가치는 있었을 터이고 후회는 없는 것이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던 시나 문학작품에 한한 것이 아닌 모든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 심지어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이 있느니 만큼, 문학이나 예술작품을 보고 그 작가를 단정 짓는 행위는 아무리 문학이나 예술작품의 언저리에서 구경만하는 일반 독자나 관람하는 사람이라도 양극의 극단적인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저는 김용택시인의 시를 좋아하고 즐겨 접하고 있습니다.

시가 좋다고 반드시 그 사람이 좋은 것은 아니고, 예술인이나 문학가라해도 그들이 반드시 선인이고 좋은 인간성의 소유자라고 믿을 이유는 전혀 없고, 다만 그 작품을 작품으로 대하는 것이 옳은 작품의 감상법이 아닌가 합니다.

 

조병화시인의 시도 아무리 다작의 작가라 해서 그 시가 그 시인 것 같다고만 머리에 각인 시키지 말고 좋은 시만 선별하여 감상하면 그 뿐이지요.

저는 아직도 조병화시인의 시를 좋아합니다. 한 때는 조병화시인의 시집이나 산문집을 빠짐 없이 수집하려고 무던 애를 썼던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어느 한적한 산촌, 가끔 깊이깊이 밤으로 접어드는 밤하늘의 고적함을 풀어 놓으며 그의 시를 나즉히 되뇌어봅니다.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주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 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이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을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나를 믿어야 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하나의 최후와 같이

당신의 소중한 가슴에 안겨야 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그래요, 우린 누구나 다 마음 한 곳에 자기의 조그맣고 내밀한 도피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살다보면 누구나 남에게 말 못 할 비밀 아닌 비밀 한 두 가지쯤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사람의 흔적이든 고단한 삶의 흔적이든 김용택의 시처럼 누구든 다 그렇게/ 버릴 수 없는/ 빈 꽃가지 하나씩/ 마음에 꽂아두고/ 그래도 이렇게 또/ 오는 봄/ 가는 봄을 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