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개콧구멍/ 심호택

sosoart 2015. 10. 8. 06:52


 


개 콧구멍

 

                      심호택

 

 

여러 당숙들 코빼기 보기 어려운데

십리 밖 선제리 의춘이아저씨만

가까이 사는 죄로 우리 집 드나든다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말 그대로 우리 집 한 달 돌이 제사참례

다 기억하며 꼬박꼬박 나타나건만

우리 할아버지라는 분 사람 추어주는 법 없어서

큰아부지 저 왔어유----

사람 좋게 벗어진 이마빡 들이밀어도

시큰둥 절 받고나면

말끝마다 게으른 놈 미련한 놈

의춘이아저씨 욕 배만 불러서 간다

하루 이틀 일 아니고

오죽이나 성가시면 그 말 나왔을까

의춘이 어디 가는가?

큰집 가네! 제산가 개 콧구멍인가!

투덜거린 일도 유명한 양반

그래도 짐자전거에 고깃 근이나 매달고

제사참례 한 번도 안 거른다

어리석은 놈 끌끌끌......

와서 반드시 혼나고 돌아간다

 

 

 

 

심호택 시인

 

심호택 

 

1947~2010. 1. 30 전북 군산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원광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세상을 살다보면 제 할 일 충실히 다 하고도 그리 인정을 못 받는 이가 있습니다.

또 남이 다 해놓은 일을 제가 한 일로 포장하여 그 공과 결실을 가로채는 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세상을 우직하게 사는 것인지 아니면 약삭빠른 처세가 몸에 붙지 않아 원칙대로만 착하게 사는 사람들도 역시 적지 않습니다.

 

인생을 살다가 어느덧 황혼에 이르러 서산에 뉘엿뉘엿 해가 질 나이쯤 되면 이것도 저것도 뭐 그리 큰 의미 없이, “~ 나는 참 바보처럼 살아왔구나!”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게 살아왔던 자신이 뭐 그렇게 야단맞을 짓은 아니었구나!” “내 삶은 바로 밭을 가는 누렁 소처럼 묵묵히 살아왔지만, 그렇게 잘 못 산 삶은 아니었구나!”라며 스스로 위안을 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을 것입니다.

 

십오 년 전쯤 은퇴를 하고 사회의 공직에서 물러나, 그동안 잊어버린 자신을 찾아보겠다며 험한 세상의 물정을 겪어도 보고 쓰라린 경험도 하다보니 자신과 욕심을 하염없이 내려놓으며, 외롭고 초라해지는 자신을 자아성찰이라는 껍질로 단단히 채비하여 바깥세상과 단절하다보니 도도히 그리고 번개처럼 흘러가는 세상물정과는 동떨어진 채로 여생을 살게 된다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립니다.

 

급격한 세태와 인정의 변화는 이제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기 어려운 나이에 왔음을 돌아보면 이제 이 세상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조차도 어려운 것이 당연함을 깨닫게 됩니다.

 

나이 먹어감이 서글픈 까닭은 죽음에 점점 가까워져 간다기보다는 가정과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규정되어지고 마치 투명인간으로 여겨진다는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기르며 교육을 시키고, 또 그 자식이 성장하여 가족을 생산하고 또 새로운 가정을 이룬다고 부모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어서, 이 시대의 늙은 부모들은 아마도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보다도 가장 어려운 과정을 밟아가는 늙은 세대가 아닌가싶습니다.

 

청년, 중년에 이른 자식들의 교육과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하여 희생했지만,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늙은 부모들도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늘그막에나마 자신을 찾고, 젊은 시절 하고 싶었던 학문의 완성이나 취미생활의 영위, 또 자신을 즐기며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 도와주어야 아름다운 노년도 가꾸어 나갈 수 있다고 자식들에게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위의 시처럼

 

그래도 짐자전거에 고깃 근이나 매달고

제사참례 한 번도 안 거른다

어리석은 놈 끌끌끌......

와서 반드시 혼나고 돌아간다.............“

 

이러한 것 또한 부모들의 마음과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큰집 가네! 제산가 개 콧구멍인가!........................”

 

때로는 이 땅의 평범한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이런 마음으로 넋두리를 하며 고생을 견디고 살아왔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피천득 선생의 이 순간이라는 위의 시처럼

 

이 순간 내가 밤하늘의 별들을 쳐다 볼 수 있고, 9교향곡을 듣을 수 있다는 것, 또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 그리고 또한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찬란한 것이며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요즈음 불면증에 시달리어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1년 여 전부터 핸드드립커피의 매력에 빠져서 매일 한 잔씩의 드립커피를 손수 내려서 마시다 보니 그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뜰 안의 대추나무에서 해마다 한 말 정도의 수확을 하기에 거두어 들인 대추를 푹 고와서 대추차를 마시고 있지만, 오늘도 새벽3시에 잠든 지 3시간도 안되어 잠이 깨어 불면의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이렇게 시를 감상하며 새벽시간을 벗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