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28

소니골통신 160: 비워내기 유감

비워내기 정진규 우리 집 김장날 내가 맡은 일은 항아리를 비워내는 일이었다 열 동이씩이나 물을 길었다 말끔히 가셔내었다 손이 시렸다 어디서나 내가 하는 일이란 비워내는 일이었다 채우는 일은 다른 분이 하셔도 좋았다 잘하는 것이라고 신께서 칭찬하셨다 요즘 생각으론 집이나 백 채쯤 비워내어 그 비인 집에 가장 추운 분들이 마음대로 들어가 사시게 했으면 좋겠다 이 겨울을 따뜻하게 나셨으면 좋겠다 정진규 시인 생몰 1939년 10월 19일 (경기 안성시) ~ 2017년 09월 28일 (향년 77세) 학력 고려대학교 대학원 데뷔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나팔서정'수상이상시문학상 외 경력 1988 현대시학 주간 이제 어느덧 12월의 중순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곳 강원도의 산골에는 눈이 새벽부터 제법 내려서..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즈음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

오탁번시인의 "부재중 전화"

부재중 전화 오탁번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열자 간밤에 온 “부재중 전화”가 뜬다 발신자는 ‘권오문’이다 오호嗚呼, 여든두 살 영철 형님이 그에 떠났구나! 원주중학교 입학금을 대준 영희 누나의 오빠, 영철 형님의 맏아들 오문이가 병원 영안실에서 건 부음訃音 전화가 분명하다!..

소니골통신-140: 술 취한 놈이 詩를 쓴다

술 취한 놈이 詩를 쓴다 박상문 술을 먹으면 詩가 나온다 新春文藝 등단한지 40년 된 고등학생 때 치기어린 마음으로 폭넓은 인생경험을 한다며 사창가에도 가보고 어린놈이 꼴 같지 않게 별난 짓거리를 해대던 詩人이 된 내 친구가 보면 "개나, 소나 다 詩를 쓰고....." "더구나 학교수업 ..

동락재통신 134: 메일친구를 기다리며....... (2010. 1. 29. 금)

지난번 대설 때의 눈이 동락재의 으뜸 올빼미의 머리에 소복히 쌓여있다. 여의주를 문 용(대관령박물관전시 목조각품 ) 동락재통신 134: 메일친구를 기다리며.... (2010. 1. 29. 금) 작년 1월에 강원도 횡성의 숲체원이라는 곳에서 숲해설가의 일을 시작하다가 11월말로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숲..

동락재통신-128: 오랜만에 다시 “통신”의 붓을 들며.......

<동락재통신-128: 오랜만에 다시 “통신”의 붓을 들며> 2008. 12. 14 어느덧 2008년 무자년의 해는 기울어 서산마루에 걸려 그 빨간 마지막 모습을 불태우며 동락재에서 보이는 호수의 수면위로 빨려 들어가듯 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올해는 참으로 우리 가족에게는 다사다난 했던 한 해이기도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