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23: 기후변화와 폭우

sosoart 2007. 3. 26. 06:21

목조각 작품: 도깨비 - 참죽나무에 채색 

 

<동락재 통신-23>     2003. 6. 23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군요.


작년까지 2년 연속 폭우로 인한 피해를 입은 홍천에 처소를 둔 저로서는 은근한 걱정이 앞서기만 하는군요.


이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처럼, 날씨도 변화무쌍하고 무자비하게 인간들에게 벌을 내리는 하늘의 뜻도 전혀 예측할 수 없어, 걱정이 우선 앞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어제는 모처럼 집사람과 몇 년 만에 인사동에 나들이를 했습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게 거리를 꾸며 놓았더군요.

고서화 점포나 화랑, 소품 판매점포 들은 여전하며, 좀 달라졌다면 대형 점포와 전시장이 조금은 늘었다는 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인사동을 다니면서 항상 느꼈던 점은 문화의 거리, 전통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거리라고 서울시에서 부르짖지만, 과연 인사동에서우리의 전통문화를 접하고 느낄 수 있는가?는 아직도 동의를 할 수가 없군요.


잡상인들이 나열해 놓은 싸구려 수입소품, 모조품, 그리고 가짜 앤틱소품 등....

이런 것들이 어떻게 전통문화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지? 서울시나 인사동 전통예술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새로운 인식의 전환과 정말 전통문화를 우리 내국인이나 외국인에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의 강구가 국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않나? 생각이 됩니다.


집사람은 4 년 동안 춘천과 홍천의 공기만을 쐬다가, 하긴 그 사이에도 볼일이 있으면 하루정도 서울에 머물곤 했습니다만, 저와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것은 이제는 서울 거리에 차를 가지고 나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나선다 해도 도저히 머리가 아파서 1시간 이상을 버티기가 힘 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시골에 비해서 분주히 돌아가는 외양을 보면 힘이 있고 활력이 넘쳐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만.


안국동에서 인사동 거리를 지나 종로2가 까지 오면서, 아! 이제는 서울에서는 못 살겠구나!를 느꼈습니다.

인사동에서도 전과 다른 새로운 것도 느끼지 못하고, 그렇고 그런 전시회, 그렇고 그런 점포를 둘러보면서 전혀 감동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정치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고 우리의 가장 소중한 정신적인 문화도 역시 다시 거꾸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를 느낍니다.


무언가 모든 부문에서 나라가 활력이 있고 상식이 통하고 건전함이 약동하는 젊음, 그런 것을 이제는 바란다면 바보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한탄스러운 하루를 또 느꼈습니다.


어제 밤, 동락재에 혼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해 보았더니, 토요일 날 친구들이 찾아와서 동락재 앞의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였답니다.

그런데 요즈음 모내기 후에 저수지의 배수를 계속해서 水位가 많이 내려가서 그런지, 물을 빼서 그런지 입질 한 번 받지 못하고 새벽 2시경 낚시대를 걷었다고 하는군요.


그 저수지에서 재작년에 50Cm가 넘는 붕어가 나왔다는 풍문이 있었는데,

평소에는 그렇게 입질이 잦지 않지만 나왔다 하면 대물이라는 말을 듣긴 들었습니다.


아들 녀석이 釣果가 좋았다면 다음 주에 이 아비가 바톤을 이어 받아 아들과 밤하늘 별을 벗삼아, 뒷산의 소쩍새 울음소리에 졸음을 깨우며 밤낚시의 정취와 새벽 호수 위에 어른거리는 물안개를 맞으려 했는데.....


비가 오면 고마운 일은 텃밭에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이지요.

그리고 비가 온 후, 주변의 나무들의 싱싱한 초록빛은 마음을 아주 기운나고 편하게 해주어 전원의 교향곡을 듣는 듯한 감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계곡의 흐르는  물길을 가르는 힘 찬 물살이 또한 청초한 나뭇잎파리와 더불어 평화로운 전원의 풍경을 연출해줍니다.


귀찮은 일은 집안의 바깥마당에서 비를 맞으며-아마도 더워서 일까요?-더러는 청승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 동락재 지킴이들. 귀여운 두 사내 녀석과 두 계집아이로 도 다른 가족을 이루는 우리 집 개들..... 비를 맞으며 밥을 주어야 하는 일도 간단치만은 않은 일이지요. 이 녀석들 때문에 어쩌다 서울의 음식점에서 고기를 먹는 날이면 남은 음식을 싸달라고 해서 냉동실에 얼려 놓았다가, 금요일 동락재 가는 길에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가져가 맛있게 요리(?)를 해서 주곤 하지요.


그 녀석들도 낮에는 주인도 없는 집에서 얼마나 사람이 그립고 적막하겠습니까?

대견스럽고 귀여운 나의 제2의 자식들이지요.


진도개라 영리하긴 하더군요. 집도 잘 지키고..... 저는 원래 큰개를 좋아해서 세퍼트나 삽살개를 또 하나 구해서 기르려 합니다. 이러다가 개 농장을 하려느냐?는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가 오니 마음이 후줄근하군요.


모처럼 조병화님의 <명동>을 읽어 봅니다


외투가 무거워드는 북극의 序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가에서

맥주를 들면

여기는 명동 味樂 부근


생존에 명멸하는 허전한 군상들이

도시의 고독을 버리고

명동 

좁은 序夜의 계단을 오르내린다


오오 불거품치는 취기와 불꽃

인내와 충돌이 빙빙 돌아 사라지면

밤은 너와 나의 조국


행복하여도 좋고

행복치 않아도 좋고

여인보다도 고독이 좋다


명동 인생 천리

허허한 골목에 주점의 불꽃만이 늘어간다

잘잘잘...... 인간의 기름이 닳도록


또 다음 날을 기약하며, 동락재의 동산 드림

 

 

<댓글>

 

깜희: 저희 내외도 가까운 연신내만 나가도 머리가 아픔니다. 정말 이젠 지나가다 아파트 높은 것을 보면 언제 저 곳에 살았나 싶게 지겨워요. 정말 촌사람 다 되었나봐요. 장마에 비설겆이 잘 해 놓고 오셨겠지요?? 2003/06/24

 

바이올렛: 점점 유흥가로 변해가는 인사동의 모습은 저도 갈때마다 씁쓰레한 마음만 담고 온답니다. 2003/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