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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락재 통신-25: 빗속의 낭만을 즐기는 우리 복실이

sosoart 2007. 3. 26. 06:24

대관령의 어느 목장에서

 

 

 대관령의 어느 목장.  초원이 황량하다. 이들은 목장의 소나 양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입장료 수입만을 탐하는 것 같다.

 

 

 

<동락재 통신- 25>     2003. 6. 30


어느덧 이제 다시는 오지 못할 6월의 마지막 초저녁입니다.


우리 카페의 모든 가족들께서도 지난 휴일 모두 잘 지내셨겠지요? 그런데,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여서 나들이나 주말계획 세우기가 조금은 "거시기" 하셨겠습니다.


저는 금요일 오후 강의와 실습이 끝나고 홍천으로 직행을 했습니다. 아들이 늦게까지 춘천에서 볼 일이 있다하여, 일을 끝내고 제 어머니를 모시고 온다고 했기에 모처럼 학교에서 동락재로 직행을 했습니다.


비는 누가 뭐라거나 말거나 추적추적 계속 내리는데도, 홍천을 지나 동북쪽으로 달려가는 서울 차들이 많더군요.

아마 설악산이나 동해 쪽으로 가는 나들이 차량들이겠지요. 이제 토요휴무, 주5일 근무제가 정착이 되어가는 과정인가 봅니다.


불경기라 해도 주말에는 나들이 차량들이 아주 많더군요. 하긴 우리나라엔 부자들이 많으니 경기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해외여행도 사스 때문에 잠시 주춤했을 뿐이지, 다시 인천공항이 바글바글? 거린다 합니다.


이 사람은 언제 그런 대열에 낄 수나 있을지? 아니, 남은 여생동안 그럴 일이나 있을지? 혼자서 썩은 미소를 지어 봅니다.


이 나라라는 곳이, 올바르게 교과서적으로 사는 사람은 돈하고 거리가 먼 나라라는 것을 잘 알고는 있지만, 돈 얘기만 나오면, 거 되~게 소외감 느껴지데요.


각설~하고

모처럼 금요일에 홍천으로 직행하여 오후 6시경 도착을 했습니다. 동락재에 도착하니, 우리 바깥식구들 중 세 녀석은 저희들 집에 들어가 있는데, 한 녀석, 이 녀석은 원래 우리 개의 가족 혈통?이 아니고 남이 기르기가 힘들어 한 살이 갓 넘을 때 입양을 한 것인데, 애완용 암컷이라서 그런지 아주 붙임성이 좋아서 애교도 만점이고 아양을 떠는 것을 보면 역시 계집애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비가 와도 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항상 비를 맞고 집 밖에 나와 있습니다. “나가 있어~!” 한 것도 아닌데....

아주 비를 좋아 하는가 봅니다.

어린 나이라서 비에 얽힌 사연도 없을 텐데...... 혹, 제 어미와 비 오는 날에 헤어진 것이나 아닌지 짐작을 해봅니다. 아니면 아주 詩心이 풍부하여 나름대로 비오는 날의 풍경을 머리에 담으며 詩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려.


하여튼 비를 오래도록 맞고 있으면 혹여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 몸뚱이를 저희 집 안으로 밀어 넣어도 금방 나와서 비를 맞으며 저를 이상하다는 듯이 머리를 기우뚱하고 쳐다보고 있습니다. 네 녀석 중에서 관심을 끌어보려는 고단수의 행동인줄도 모르지요. 쯧쯧쯧, 어쨌던 여성이란 동물들은 개나 소나....<죄송>

 

이런 유모어가 있지 않습니까?

영국의 해변가에서 노부부가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 사이를 걷고 있는데, 어떤 한 여성이 수영복을 준비하지 못해서 인지 그만 속옷 차림으로 물에 뛰어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할배 남편께서 “저 아가씨는 수영복을 가지고 오질 않았나벼........!” 라고 마님에게 말을 하니까, 마님 왈 “여자들은 남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못하는 짓이 없다우.  저 아이도 그래서 수영복을 입지않고 속옷 차림으로 날뛰는 거유.....!!!!!!!!!!” 하더랍니다.


어쨌던 그 녀석들을 뒤로 하고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섰습니다.


어제, 집사람 친구가 모처럼 서울에서 춘천으로 찾아와 가게에서 같이 있다가, 아들 녀석 차를 타고 저희 동락재로 늦은 시간에 도착하였는데, 비가 오니 밖에서 숯불구이는 하지 못하고, 거실 바닥에 가스버너를 지펴놓고, 푸성귀와 몇  안 되는 반찬을 펼쳐놓고 삼겹살을 구워 저녁식사를 하였답니다.


이곳 동락재에선 집안에서 먹을 때는 항상 거실바닥에 펼쳐놓고 손님이고 아니고 간에 철퍼덕 앉아 고기를 구워먹곤 합니다. 손님들이 와서는 맛있다고 난리 호들갑 법석들을 합니다. 직접 농사지어 딴 고추와 상추, 쑥갓, 파에 햇마늘 듬뿍 얇게 잘라서 작년에 햇볕에 손수 말린 고추로 만든 태양초 고추장 - 그 색깔이 정말 너무도 이쁜 빨강색 -에 찍어 먹는 그 맛, 그리고 노랗게 잘 익은 된장에 풋고추, 올 봄에 집사람이 만든 강원도 특유의 제법으로 만든 맛있는 막장에 상추쌈 큰 한입 싸서 서로 눈 흘기며 먹는 그 맛은 서울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런 맛이지요.


옛말에, 그리 먼 옛날도 아니지만 시어머니 앞에서 함께 상추쌈 싸 먹다가 시어머니에게 눈 흘긴다고 혼이 났다는 며느리 얘기들 아시지요?


그날 저녁은 그런 화려하지는 않지만 맛있는 만찬을 대접하고, 금요일 이른 아침엔 뒷산의 비 개인 아침녘의 나뭇잎 냄새와 땅 내음 짙은, 녹음 속의 안개처럼 아름다운 산이 열병한 물기 머금은 공기를 보시했다 합니다.


그래서 청소도 못하고 갔다하기에, 제가 모처럼 털이개로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기로 샅샅이 청소를 하고 대걸래질도 깔끔하게 하였습니다.

저도 동락재에서 3년을 (혼자 생활이 2년 정도) 살림?을 해 보았으니, 이제는 웬만한 주부 뺨칠 정도로 빨래, 요리, 청소 ..... 뭐 못하는 게 없습니다. 파출부를 해도 아마 훌륭히 먹고 살 것입니다.


딸과 같이 있는 서울에서는, 딸아이는 공부한다고 도서관에서 있다가 밥을 먹고 들어오기 일쑤이므로, 외식을 하지 않는 날은 가급적 손수 해서 먹고 있습니다. 홍천에서의 요리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는 거지요.


요즈음은 날씨가 더우니 오이냉국이나 미역냉국도 자주 해 먹습니다.

하긴 요리경력이 오래됐군요. 지금까지 살아온 날 중 이런저런 이유로 이 세상 여기 저기에서 혼자 해먹은 경력도 만만치 않군요. 생각을 해보니.....


또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그려.


모처럼 청소를 말끔히 끝내고, 저녁 준비를 했지요. 오늘 저녁의 메뉴는 "닭도리탕". 저만의 비법을 전수 받고 싶은 분은 메일 주세요. 그래도 공짜로는 안 될것 같네요. 적당한 조건이면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어쨌던 밤 10시경이 되어서 집사람과 아들이 오는 기척이 납니다. 차의 전조등 밝은 불빛 -아들녀석 차는 코란도인데 그 안개등이 유난히 노래(yellow) 눈이 피곤하여, 아들 녀석이 코란도 몰기 전까지는 무척 욕 꽤나 했었는데....- 이 도로에서 노란 깜박이 등 불빛과 함께 마당으로 들어오면 벌써 네 녀석들이 아우성쳐서 밖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요. 한 밤중 (시골에서는 밤 10시면 한 밤중입니다) 동네의 까만 하늘을 찢어 놓을 듯 요란하게 짖어대지요. 가족들이 올 시간이 되면 마당 양쪽에 불을 켜 놓았는데, 요즈음은 모기, 날파리, 각다귀들이 너무 벌떼처럼 불빛에 몰려들고, 현관문을 열 때 같이 집안으로 따라 들어와 차가 도착하면 바로 불을 꺼버립니다.


맛있게 저녁과 반주 한 잔. 내일은 집사람과 집사람 일터에 같이 가지 않고, 지금까지 미뤄왔던, 마당으로 내려서기 전의 현관 앞 테라스의 공간이 길게약 10여평 되는데 군데군데 세멘바닥이 균열이 생겨 비가 오면 스며들어 틈새가 점점 더 벌어져 얼른 손을 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본격 장마가 오기 전에 손수 해보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더하여 큰비가 오면 거실의 큰 창 사이로 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기에, 도대체 무슨 조화로 그러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붕에 올라가 보리라고 벼르기도 했던 차였습니다.

토요일 아침, 아들 녀석이 어제 피곤했던지 늦잠을 자고, 저는 집사람을 홍천 버스터미날 까지만 태워다 주고 돌아와서 아들과 같이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마당 땜질작업.


세멘 한 부대 아들 녀석이 사다 놓은 것과 마당에 쌓아 두었던 모래와 물을 섞어 흙손으로 이곳 저곳 때우다 보니, 세멘 한 부대가 모자라, 아들보고 홍천읍에 나가 한 부대를 더 사오라고 했습니다.


그 사이 집사람이 돌리고 간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모처럼 푸른 하늘 아래로 쨍쨍 내려쬐는 햇볕에 빨래를 널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빨래든 이불이든 일광욕을 시켜야 뽀송뽀송합니다. 홀아비 전원생활하면서 "나, 살림꾼 다 됐~어~요."


아들이 40여분 후에 도착하여 다시 마당 보수작업을 하니 오후3시가 다 되었더군요.

세멘 작업 할 때에도 세멘과 모래와 물을 섞는 비율을 잘 맞추어야 하는데, 과연 며칠 지나면 도로 다 부숴져 떨어질지, 조금 걱정은 됩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 전원생활을 하지요.


마당 작업 끝내고, 아들과 마당 옆 나무 아래에 펼쳐놓은 하얀 파라솔 아래 둥근 탁자에 마주 앉아 시원한 캔 맥주 한 잔씩을 하니 갈증이 싹 가십니다.


요즈음 젊은 애들은, 군대는 갔다 왔지만, -군대도 어디 옛날 군대와 같습니까? 나이롱 군대지요- 아비의 눈으로 보아서 그런지 나약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제 스물다섯 나이면 돌맹이도 소화를 시키고 무서운 게 없고, 힘 쓸 것 있으면 어디 한 번 나와봐라! 할 나이인데, 일을 시켜도 마음도 안 놓이고, 안 스러울 뿐입니다.


마당 보수작업을 끝내고, 아스팔트 슁글 지붕이 큰 비가 오면 비가 조금 벽체를 타고 새기에 지붕을 고치려고 작정을 했었는데, 기왕에 손을 댄 참에 지붕도 고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지붕엔 제가 올라갔습니다. 혹여 지붕엔 한 번도 올라가보지 않은 녀석이 미끄러져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몇 대 독자 몸에 이상 생기면 조상님들께 뵐 면목도 없고, 다쳐도 내가 다치는 게 낫지 하고 제가 올라갔습니다. 저야 그전에 단독주택 살 때에도 웬만한 수리는 제가 다 했으니까요. 어린  나이의 중, 고등학교 시절에도 전기 만지는 걸 좋아해서 친척들 집 웬만한 전기공사는 다 해 주었으니까요.


손재주는 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정말 40대 초까지만 해도 손수 만지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후로부터는 비디오 조작할 줄도, 오디오는 물론 새로운 전자제품이나 휴대폰 조차도 제대로 조작을 못해 기능의 10분지 1도 활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꾀가 나서 그런 건지, 무관심해서 그런 건지........


그러다가 몇 년 전 부터는 시골과 홍천 동락재에 살게 되니 안 할 수가 없어서, 다시 옛날의 솜씨를 기억을 더듬어 리바이블?하고 있습니다.


어쨌던 지붕에 올라가 보니, 아스팔트슁글로 된 지붕인데 새는 곳 바로 위 부근에 못이 하나 박혀져 있었는데, 왜 못을 박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틈새로 물이 흘러드는 것 같아서 그 쪽을 손을 보고 내려 왔습니다.

(그저께 새벽녘에 번개와 천둥을 치며 억세게 쏟아지던 비에 안 새는 것을 보면 일단 성공인 것 같습니다.)


내려와서 시원한 캔 맥주 하나 더 마시고, 이제는 앞마당의 잡초 뽑기 작업을 했습니다.


아들 녀석은 모처럼 몇 시간을 계속 일을 하더니 힘이 드는지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기에, 잡초 뽑기는 시키지 않았습니다.

한 두 시간 계속했더니 허리가 아파서 견디기가 힘들더군요.

운동이란 운동은 거의 다 좋아하고, 아마츄어 야구팀 창단에서부터 과학단지 아마리그창설(일간스포츠에 전지 1/4기사로 게재되기도 했지요), 투수, 포수, 외야수, 타자 등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해도 미움을 받지는 않았는데...... 왜냐구요? 물론 잘 했으니까!!!!!!! ...................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저수지 둑을 타고 내려가니 동락재 주변은 서서히 어두움과 적막으로 싸여지며 소쩍새 소리만이 고적함을 쌓아갑니다.


밤에 아들 녀석은 제 어머니 모시러 차를 몰고 나가고, 이제는 저녁준비를 하며, 저녁 짓고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이 되어 봅니다.


세 가족이 모여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번 주말에 오지 못한 딸아이에게 전화를 거는 일상의 반복이 계속됩니다.


우리 아이는 강남에 살지 않으니 걱정은 덜 되지만, 그래도 딸아이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늦어도 혹시? 하는 마음에 꼭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게 부모마음 아니겠습니까?


우리 가족은 일찍 잠이 들어야 12시입니다. 보통은 12시가 넘어선 시간 1시가 되어야 잠이 들곤 합니다. 습관이지요.

이 시골의 주변 마을 사람들은 밤 9시만 되어도 불들을 끄고 잠을 잡니다.


일요일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들과 홍천온천에 가려 했는데, 어제 하루 종일 일을 해서 그런지 8시나 되어서 일어났습니다. 바깥 식구 개들 밥 주고, 앞 뒤 심어 놓은 채소 한 번 둘러보고 그렇게 하다보면 1시간은 후딱 지나갑니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물을 주어야 하는데, 물을 주는데 만도 이 삼 십분은 그냥 지나갑니다.


그런데, 어깨와 팔이 후끈거리고 따가워서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니, 어제 햇볕 아래서 밀짚모자를 쓰고 일을 했는데도 살이 탄 모양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썬 크림이라도 바르고 하는 건데. 워낙 성품이 무얼 바르는 걸 싫어하는 쉰 세대라서 그런지......


작년에 잠깐 퇴직후,  어느 직장에 근무할 적에, 여성간부가 저에게 향수를 선물을 했는데 쓰기도 쑥스럽고 해서 쓰질 않았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내 몸에서 늙은이 냄새가 나나? 생각이 되어 그녀에게 물어보았지요.

"내 몸에서 늙은이 냄새가 나서 향수를 선물했소...?" 했더니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니에요"라고 하더군요. "그러면, 왜?" 했더니 대답을 안 하더군요. 아, 물론 뇌물이겠지요. 그런데 사람 잘 못 골랐지 뭡니까? 그랬더니 나중에 저에게 자기 전 남편이 판화가 였다면서 오리지널 판화 대작을 선물하더군요. 저는 미술작품은 뇌물이라 생각지 않는 사람이기에, 다음에도 또 갖다 주오! 하는 마음으로 덥썩 받았지 뭡니까? 계속 다녔으면 작품 몇 점 더 선물을 받을 수 있었는데......아까워라.


예술품, 그 중에서 저는 그림을 아주 좋아해서 혹 그것이 뇌물성이라 해도 눈이 뒤집혀, 급기야는 받고 마는 그런 인사거든요. 그래서 머리가 훌러덩 벗겨졌나? (대머리는 절대 아니라고 합니다)


일요일엔 집사람과 같이 춘천의 집사람 일터로 나갔다가 오후 5시경 문을 닫고 의암호 상류, 소양교 강변의 아파트를 보러 갔습니다.

혹시나 아들 녀석이 춘천에서 살게 되면 춘천에 아파트를 준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실은 그 강변에 있는 상가건물을 알아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집사람과 둘이 남았을 때, 소일거리로 강변의 아트샵(Art Shop) 카페 같은 것도 구상을 해보던 중이었구요.


서울엔 한강 조망권에 드는 아파트는 몇 천에서 억대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한강경치가 밥 먹여주나.......?

하여튼 서울의 일부 사람들은 별난 족속들도 적지 않으니까요.


간혹 급매로 나오는 아파트가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만........, 그리고 홍천으로 가면서 잠시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동락재에서 다시 삼겹살 파티.


제 작년에 담아 놓은 매실주로 반주를 했습니다. 시판 매실주보다는 단 맛이 없고 신맛이 많이 납니다만 뒷맛이 깨끗하고 개운합니다.

집에는 술 종류가 많이 있습니다. 양주는 즐겨하지 않지만 몇 종류가 한 병씩 남아 있고, 안동소주, 또 그 비슷한 옛향 이란 증류주, 각종 소주, 앵두주, 맥주 그리고 집에서 만든 과일주, 약술 등등, 홀아비로 혼자 있으면서 술은 많이 마셨지요. 지금도 그 양은 10박스쯤은 있을겁니다.


먹지는 않지만 뱀술도 몇 병 있습니다. 선물 받은 북한 뱀술, 동락재에서 잡은 뱀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줄 요량입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데도 낚시꾼이 있더군요, 요즈음 아마 낚시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서울, 경기 번호판의 차가 주말에 항상 서너 대가 세워져 있으니....


이 사람은 그렇게 낚시를 좋아했었는데, 백수가 된 후로는 낚시 한 번 못 갔습니다. 아내와 자식에게 백수건달, 한량으로 인식될까봐 자제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낚시도 잊어버렸습니다.


이런 시가 생각이 납니다.


온종일 저수지 가에서

낚시를 담급니다

붕어 세마리, 구구리 네마리

하늘과 물을 낚다

석양에 돌아 옵니다

밤엔 우물가에서 손과 발을 담급니다

장마가 지나간 밤하늘

밤하늘은 온통

별들의 분주한 장날입니다

서울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이곳

산장에서

그저 

생각을 먹고 사는 벌레처럼

사람기 없는 산에 머물고 있읍니다

얼마남지 않은 이 시간

가는 날

그렇게 가겠지


나를 잃는 예습을 하고 있읍니다

그럼.......



제가 한 참 낚시에 미쳐있을  30 년 전쯤 詩作을 위해 끄적거려 놓은 초안이 있었습니다


낚시를 던진다는 것은 나를 던지는 거지

번잡을, 

세파에 얽혀진 俗塵을,

나에게서 더욱 멀리

청정한 호수에 던져 버리는 거지


낚시를 담그는 거란 기다린다는 거지

기다린다는 것은 萬에 하나

희망이라도 있다는 거지

온통 막히는 세상 일 보다는

눈망을 빛나는 生氣가 있는 거지


낚시란 쓸쓸한 苦行이지

피로한 人間群이 그득한 버스를 타는

무덥고 긴 旅情을 빠져 나와야 하는 거지

하지만 황폐한 밭이랑, 논두렁을 지난

피곤한 발자욱을

파릇이 움트는 풀잎에

피로를 풀지


시골 내음에

호반을 가르는 微風에

포근한 고향을 느끼는 거지


낚시란 孤寂한 거지

스스로 혼자를 만드는 거지


넓은 하늘

저수지와의 그 공간엔

오직 한 점

나만이 있는 거지

모두를 거부하고 나만을 고집하는 거지

 

그러나 

외롭지 않은 이 자리....

자연을 같이 하는 거지


뜬 구름, 물새, 파란 하늘

그리곤 

둘러선 樹林과 풀 잎새들.....


대화를 강요하지 않는 거지

무표정, 잊은 언어 속에

모두를 함께 하는 거지

 

낚시란 

만족하는 거지


내 모두의 세계를

만들고 채색하고

부수고를 되풀이 하며

흡족한 나의 왕국을

설계하는 거지

나의 왕국에

황제로 군림하는 거지


낚시란 좋은 거지

낚시란

혼자서 

내가 하는 거지


물이 있고, 하늘이 있고,

구름이 있고,

山 내음이 있고


기약이 있고

또 내가 있고.....

 

그래서 


참 좋은 거지




옛날 한 30년전 쯤, 그러니까 1975년도 낚시春秋라는 월간지에 게재되었던 落書였습니다.


전원생활의 가감 없는 화려하지 않은, 바가지 위에 음각화 새기듯, 있는 그대로의 사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옮겨 봅니다.

 

왜.......? 


누구에게 따로 얘기할 사람 없는 그런 곳이기에 더 말이 많아지는 가 봅니다.


내일은 일생에 한 번 맞는 2003년의 7월 1일 입니다.


나는 과연 나를 위해, 내일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겠군요.


달(月)마다 좋은 달 되소서!!!!!!!!

 

 

<댓글>

 

바람나라: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늘 멋진 생활이 되시기를... 2003/06/30

 

**: 한참 읽어내려가면서 잔잔한 감동으로 가슴이 촉촉해짐을 느낍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는 이야기라 더 반짝반짝 윤이 납니다. ~~글 감사하고 다음번 글 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7...기분 좋은 일로 시작되시기를.. 2003/06/30

 

깜희: 정말 정말 좋은신 글 잘 읽었습니다. 칠월의 초하루를 아주 맑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강하십시요. 2003/07/01

 

장미: 우리가 사는 얘기를 항상 대신 해 주시는것 같아 늘 잘 읽고 있습니다. 동락재가 있어 이렇게 행복하신데 무슨 돈얘기로 기분을 망치십니까? 저도 지난 주말엔 잡초와 씨름하느라 허리 부러지는줄 알았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2003/07/01

 

딸딸이아빠: 어린 저에게 유익한 글들이많아 정말 기분좋은 첫날이 될것같네요.. 2003/07/01

 

: ! 사랑은 그런거지....누군가를 기다리고 그러면서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마련하고..동락재님의 글을 보며 잠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낚시하며 쓰신 글이 순수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시는 분이시니... 마음 씀이 그리도 따사로우시군요, 글속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늘 좋은날..^*^ 2003/07/01

 

초롱영롱: 읽고 있으면 왠지 동심이 되어 버리는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이어주세요.... 200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