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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락재 통신-27: 귀촌? 모든 것을 손수 하려니 고달퍼....

sosoart 2007. 3. 26. 06:27
 

 동락재의 흰눈 온 날 아침, 겨울 눈오는 날이라서 쓸쓸하고 황량해 보입니다. 

왼쪽이 화실 겸 살림채, 오른쪽이 목공예공방 건물입니다.

 

 

<동락재 통신-27>     2003. 7. 7


또 다시 월요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카페의 님들도 힘찬 한 주를 시작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홍천에서 서울까지 가는 길에 90 키로를 넘지 않고 운전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규정속도는 80키로 이지만......


항상 시간에 쫒겨서 다니던 습관이 아직도 몸에서 떨어지지가 않아서, 차에 오르면 80, 80, 80.....하면서 마음을 콘트롤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길이 뻥~ 뚤려 있으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100에 다다릅니다.


그 속도에 대한 유혹에 아직도 초연하지 못하니, 여전히 소인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나 봅니다.


지난 금요일에 모처럼 딸과 같이 5시에 만나 홍천으로 향했습니다.

딸은 이미 방학을 했지만, 무슨무슨 자격시험 준비로 학원과 도서관에서 뜨거운 여름을 달래고 있어, 한 편으론 안됐기도 하고 한 편으론 기특하기도 합니다. 나중에 결과야 어찌되던 열심히 한다는 그 과정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동락재에 들어서니 7시가 조금 안된 시간. 가져간 짐을 풀고 집안에 들어가 지난주에 고친 지붕의 수리가 제대로 되었나? 거실의 창틀 위를 살펴보니, 젖은 흔적이 없어서 일단은 성공인 셈이었습니다.


앞으로 큰비가 한 번 지나가 보아야 완전한 성공을 확인할 수 있겠지요.


딸아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제 할일을 하고, 저는 밖으로 나가 앞, 뒤의 밭을 살펴보니, 풀을 뽑아 준지 1주일 밖에 안 되었는데, 잡초들이 또 억세고 거세게 그 곱지 않은 모습을 당당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여름엔 역시 밭의 잡초 뽑아주는 일이 제일 성가시고, 힘이 듭니다.


지난주에 지붕 수리와 마당 세멘작업을 한 흔적이 이제야 몸에 나타나더군요.

햇볕에서 작업을 한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았고, 상의를 입고했는데도 등과 어깨의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을 했습니다. 역시 산간 시골의 공기는 물론 햇볕마저도 그야말로 청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나이를 먹어 갈수록 피부도 약해지는 가 봅니다. 옛날에는 낚시나 등산을 그리 오랜 시간을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다시 잡초들을 뽑고, 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손톱을 아무리 깨끗이 씻으려 해도, 흙물이 배어서 새까맣습니다.


뒤꼍의 도마도가 제법 어린아이 주먹보다 좀 커졌습니다. 피망도 그만큼 자랐고, 모처럼 온 딸아이 주려고 고추도 한 움큼 땄습니다.


오늘은 딸아이가 감자탕이 먹고 싶다고 하여, 집사람이 퇴근하고 올 때에 춘천의 배달전문의 잘하는 감자탕 집에 시켜서 가지고 온다고 했습니다.

가게에서 점심 식사로 가끔 집사람과 시켜먹던 것인데, 그 집 감자탕은 맛도 있지만, 감자탕을 주문하면 가스버너에 감자탕, 반찬, 밥, 라면 사리, 수제비, 물수건, 그릇까지 일체가 갖추어져 있어 먹기만 하면 됩니다.


딸아이는 홍천 집에만 오면, 이 아비와 같이 서울에서 생활하는 동안 못했던 영양보충을 하기로 작정을 하는지,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하며 무척이나 제 어머니를 괴롭힙니다.


집사람은 난생 처음 해 보는 장사에, 사람에 시달리면서도, 그래도 서울에 남편과 딸을 두고, 뒷바라지도 못해준다고 내내 안스러워 합니다.


저희 가족은 고기를 무척이나 좋아 합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사흘은 고기를 먹던 아이가, 공부 한답시고 밖에서 매식만 하다 보니, 아마 집에서 해주는 밥을 먹고 싶겠지요. 저는 오늘 저녁 마당에서 딸아이에게 숯불구이를 해주려고 했었는데, 시켜서 먹게 되니 편하기는 합니다.


토요일엔 춘천의 집사람 일터에서 하루를 보냈고.........,

일요일엔 아침에 집사람의 일터로 가면서 평소와 달리, 홍천의 구성포를 거쳐, 잼보리도로로 춘천을 갔습니다.


4-5 년 전 전원주택을 보러 다니면서 풍천리라는 곳에 영업중인 소형휴게소 자리를 인수, 매입하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여름엔 그렇게 교통량이 적지 않았었는데, 홍천까지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차가 많이 막혀 곁가지 도로로 운행하던 차량들이 4차선으로 지나가니, 이 도로의 교통량이 너무 한가할 정도로 줄어든 것을 느꼈습니다.


노후를 대비해 전원주택을 구입할 계획 시, 수익성 전원주택이나 상가 등을 사려고 할 때에는 향후의 도로계획과 도시계획 등을 면밀히 조사, 파악하여야 커다란 실패와 손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때 그 휴게매점(음식점과 민박집도 함께 운영했습니다만...)을 구입했다면 또 다른 손해를 면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오면서 보니, 그 많던 음식점, 가든 들은 거의 문을 닫고, 이제 유행?을 시작하는 펜션이 몇 군데 지어져 있었고, 또 지으려는 곳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후나 퇴직 후 펜션업을 계획하시는 분들도 심사숙고하여 발을 내디뎌야 할 것입니다.


신문이나 부동산 업자들이 권유하는 펜션---적어도 4-5억을 투자하여 1년에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요?

도시에서 4-5억을 투자 한다면?


또 본인이 시골에 직접 거주하지 않으면서 분양하는 펜션에 투자하여 기대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 업자나 건설업자만 배불려 주는 것인지를 잘 가늠하여야 할 것입니다.


펜션은 유럽에서는 퇴직한 노령자들이 직접 시골에 거주하면서 소위 민박도 하며 아침 조식을 제공해 주는 형태로서, 그냥 잠만 재워주는 곳이 아닌, 그 지방의 인심과 주인 노부부의 정과 그간의 인생, 직장 경험 등을 활용하여 특화된 자기 집만의 특색을 가지고 손님이 기거하는 기간 동안 한 가족처럼 정을 나누고, 그 정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유대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왜곡된 펜션과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지요. 그야 말로 말 그대로 “민박”인데......

 

또 기실 펜션이라는 것은 그렇게 가꾸어지고 운영되어야지만, 망하지(?) 않고 좋은 都農 간의 이해와 우애의 정을 쌓는 터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펜션이라고 꼭 통나무, 황토집, 목조주택 아니면 하얀색의 스틸하우스 일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주인 노부부의 아름답고 정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오는 손님을 편하게 해주는 것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수익도 그저 노부부가 살아갈 수 있는 정도의 수입이라고 합니다.


이야기가 또 빗나갔군요.

어쨌던, 전원생활을 계획하시는 분들께서는 지금부터라도 치밀하게,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적어도 3-4년은 충분히 설계하고 준비하고 조사하여 전원생활을 시작하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전원생활은 낭만이 아니고 현실이니까요.

설사 아무리 전원이 좋고, 산 좋고 물 좋다 해도 마음 편하지 않으면 그곳이 곧 지옥이니까요.


몸은 고되더라도 마음 편하게, 나물 먹고 물 마시며 살자고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것이 아니던가요?


욕심 많고 등 따숩고 배부르자 생각하는 사람은 전원으로 귀의할 자격(?)은 애시당초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 주에도 아욱 씨 뿌린다 해놓고 또 실행을 못했습니다.

다음 주로 또 미루어야겠습니다.


다음다음 주부터는 방학이 시작되니, 이번에는 명퇴하면서 이제까지 4년째 휴가다운 휴가를 못 갔었는데(실은 휴가라 해야, 집사람의 일 때문에 온가족이 함께 하지는 못하고 기껏 2-3 일 뿐일 테고, 어차피 가족 중에서 나 혼자만 떠나는,  낚시친구와 함께하는 조용한 낚시휴가 이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3박4일은 낚시휴가, 2-3일은 여행을 할까하고 큰맘을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날을 대비해, 기회가 된다면 목공예를 같이 배우는 늙은(?) 학생이 관여하고 있다는 "누룩두레" 사람들과 만나 좀 더 싸고, 편안한 친환경의 집을 짓는 일에 대해서 좀 알아보려고도 합니다.


오늘은 <너와 나는>이라는 시가 문득 읽고 싶어졌습니다.


이별하기에 

슬픈 시절은 이미 늦었다


모두가 어제와 같이 배열되는

시간 속에

나에게도 내일과 같은

그 날이 있을 것만 같이

그 날의 기도를 위하여

내 모든 사랑의 예절을 정리하여야 한다


떼어 버린 캘린더 속에

모닝 커피처럼

사랑은 가벼운 생리가 된다


너와 나의 회화엔

사랑의 문답이 없다


또 하나 행복한 날의 기억을 위하여서만

눈물의 인사를 빌리기로 하자


하루와 같이 지나가는 사랑들이었다

그와도 같이 보내야 할 인생들이었다


모두가 어제와 같이 배열되는

시간 속에

나에게도 내일과 같은

그 날이 있을 것만 같이


이별하기에 슬픈 시절이 돌아간

샹들리에 그늘에

서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작별을 해야 한다

 

너와

나는 




어느덧 이 밤도 깊어져 가는 군요.


<甘川 街路>로 이 밤의 인사를 고하여야겠습니다.     내일도 좋은 날 되소서!!

 


이렇게 맑은 봄날

송도를 끼는 나의 회랑 도로를 돌아

감내로 내리는 길 고갯길을 걸어 보십시오


호수와 같이 누워 있는 바다가

산간에 조올고

먼 낙동강 하구에 아지랭이가 한창이올시다


이곳에선 가슴에 미어지는

외로운 이야길랑 마십시오


돈과 출세와 명예와 ..... 이득

이러한 문서들이 충돌하는 도시의 유리창을 잠시 떠나


이렇게 맑은 봄날

건강한 애인이 되어

호수와 같이 누워 있는 바다를 돌아

감천 가로를 걸어 보십시오


인생은 짧고 고독은 길고 

 

 

<댓글>

 

화니: 님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금년휴가는 언제쯤 하실계획이신지...?? 북쪽에사시니 휴가는 남쪽으로... 지난번에 글 올린기억있는데 무주에(청정호수)좋은 낚시장소가 있습니다 있고요 비용은 저희집에서 자고먹고 돈들일이 적겠지요 가족모두오셔도 됩니다 코드맞으면 같이 낚시와 전원생활 그리고 인생이야기 나누면서... 2003/07/07

 

화니: 우리집엔 술도 좀있구요 부담되신다고 생각하시면 다음엔 동락재로 저희를 초대하면 쌤쌤이니까..?? 부담갖지마시고 사정이 된다면 전화주세요 핸드폰 011.9966.5250김영환입니다 2003/07/07

 

부루스박: 님의 생활이 보이는듯합니다....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03/07/08

 

보아embro: 안녕하세요 귀촌일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글을 위부터 읽고 다시 한 번 끝에서 거꾸로 읽었습니다. 거꾸로 읽는 것은 무척이나 세롭네요. 감사합니다. 다음 글을 기다립니다 2003/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