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29: 전원생활 아무나 하나?

sosoart 2007. 3. 26. 06:30
 

 이 거실에 놓인 장식장은 요즘 대량 생산되는 가구들과 마찬가지 공법으로 제각한 장식장이다.

내가 전통 짜맞춤식으로 만들어 대체하기는 시간이 없고, 그냥 두고 보자니 눈에 거슬리고, 버리자니

잡다한 것을 수납할 것이 마땅치 않아, 그림을 그려넣고 보니 그냥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동락재 통신-29>     2003. 7. 14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느낌이군요.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그만 개만도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몸 상태가 좀 좋지않다 했는데, 그만 기침, 목감기가 덜컥 걸렸습니다. 가슴이 기침할 때마다 찢기듯 따갑습니다.


지난 금요일,  학교가 끝나자마자 동락재로 곧장 향했습니다.

도착하면 동락재를 향해 왼쪽에 복순이와 해피, 두 계집아이(Dog)와 오른쪽엔 길동이와 복돌이 두 사내녀석을 배치(?)해 놓았는데 한 70-80여 미터 전방에서 제 차가 나타나면 벌써 반가워서 목청 높여 짖어대며 저를 맞이 합니다. 나의 귀여운 녀석들이지요.


1주일 동안 집도 잘 보고, 네 녀석들이 서로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는 것이 고마워 일주일 분의 밀린 머리 쓰다듬음에 한 10여분을 할애를 합니다.


왼쪽 녀석들에게 먼저 가면, 오른쪽 사내녀석들이 샘을 내고 난리를 치며, 오른쪽 녀석들에게 먼저가면 해피라는 애완견 종의 녀석은 자지러지게 짖어대지만, 진돗개인 복순이는 진돗개답게 의젓하게 두어 번 짖고는 꼬리만 흔들흔들 거리며 만져줄 때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안으로 들어서서 짐을 대충 정리하고, 간단히 청소를 했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마당으로 나와 뒷 곁에 심은 상추, 도마도, 고추, 쑥갓 등을 보니, 지난 주에 뿌렸던 비료 탓인지 잎파리들이 타서 죽은 것도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물에 희석하여 비료를 주려 하다가 날씨도 흐렸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물을 주지 않았더니 ...... 또 집사람이 어제 비료를 조금 주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만 깜박하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앞마당에도 상추와 쑥갓, 가지와 고추, 호박, 깻잎 등의 잎이 까맣게 타들어가 상태가 좋지가 않았습니다.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더니, 비료를 밭고랑에 뿌리지 않고 그냥 위에서 뿌려서 잎새에 묻어 타죽은 것 같다고 구박을 하더군요.

어쨌던 제 실수이니 유구무언일 밖에......


그렇지만 워낙 땅심이 좋고 토종 채소이니까 도로 살아나리라 믿습니다.



지붕이 새어 고친 것은 결국은 성공을 한것 같습니다. 그간 몇 차례 비가 왔었는데 거실 창으로 비가 흘러들지 않았다니 다행이었습니다.


지붕의 아스팔트 슁글 중간에 못을 박아 놓았던데(왜 못을 박았는지는 몰라서 뽑지는 않고) 그 언저리에 목공용 본드를 발라 물구멍을 막고 방수를 했는데, 원인은 아마 그 못구멍 사이로 빗물이 흘러 들었던것 같습니다.


그날도 저수지엔 서울과 경기 차량이 서너 대 서있고,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이 동양화의 釣魚圖 그림처럼 보이더군요.

요즈음은 배수기며 갈수기인데도 고기가 꾸준히 나오는가 봅니다.

바로 지척에 저수지를 두고서도 낚시를 하지 못했는데......

아무튼 같이 낚시를 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제 1주일만 지나면 방학이니까 저도 낚시친구와 한 사나흘 낚시도 할 겸 여행도 할 겸 전라도나 경상도, 아니면 좀 더 가까운 충청도 태안 쪽으로 낚시를 갈까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만의 낚시!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모기와 더위와 땀과 싸우는 여름날의 낚시 이지만, 댐 낚시터 같은 곳은 계곡이 있다면 시원한 그늘에서 피서도 겸할 수도 있지요. 아무튼 장소선택에 고심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마당에 심은 바가지 박나무에 제일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 옆에 심은 호박보다 잎파리가 적으며 꽃은 흰꽃이 피었지만, 올해에는 박이 잘 맺혀 건강하게 자라줄지 걱정이 앞섭니다.


작년에는 줄기가 뻗쳐 올라가도록 줄을 매어주지 못하고, 땅에 그냥 박을 열었기에 그냥 두었더니, 조금 지나고 나니 박이 썩고 말더군요.

그래서 올해에는 기댈 언덕을 만들어 주고 줄기를 얹어주었습니다.


작년에는 박이 썩고 흠집이 난 여나무 개는 버리고, 2개만을 건졌는데 그나마도 반쪽씩 건져서 딱 2개의 바가지를 만들었습니다.


아직 작품을 만들지는 못하고, 올해 수확하는 것과 같이 수량에 따라 작품구상을 달리 하려고 합니다.


전에 있던 바가지엔 달마도를 그려 음각을 하고 먹으로 색을 주었습니다.

그리곤 낙관까지 넣었습니다.

친구들이나 집에 온 손님들이 어찌나, 자기들에게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는지..... 하여, 좀 더 다른 소재와 색상으로 만들어 볼까 구상중입니다.


더구나 올해에는 목조각, 목공예까지 배우고 있으니, 그림과 목공예의 신비로운 조화를 표현해 볼까 합니다.


지난주에는 집에 과반과 필통을 만들어 가지고 갔습니다.

집사람이 아주 좋아 하더군요. 아들도 아버지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애착을 갖는것 같더군요.


요즈음은 학교에서 속칭 개다리소반을 만들고 있습니다. 벌써 며칠째 작업 중입니다만, 다리에 조각하는 과정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다리 짜맞춤과 상판은 그다지 손이 가는 일은 아닌데, 다리의 당초무늬 입체 투각, 조각에 아주 손이 많이 갑니다.


방학 전엔 작업을 완료하고, 집사람에게는 실내장식용 솟대를 방학선물로 주기위해 오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본연의 솟대가 내포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 구상을 했던 것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어제 아침에는 저의 동락재 뒷편 산 깊숙이 있는 농가주택을 오래전에 사가지고, 주말 전원주택으로 삼고 있는 분당의 치과의사네 손님들이 한차에 빼곡이 타고서, 천렵을 가는지 왁자지껄하면 저의 집을 지나쳐 가더군요.


이제 여름휴가 철이니 서울에서 내려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원 주민들이나 서울에서 내려와 둥지를 튼 신참 주민의 집안들이 분주하고 왁자지껄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맘때 쯤이면 이곳 산촌의 한적한 마을도 활기가 차고 시끄러워집니다.

지나가는 행락차량도 많아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우리 동락재도 한동안은 또 한 참 분주해 지겠지요.

그런 이야기가 있지요? 별장을 가진 사람보다 별장을 가진 친구를 가진 사람이 더욱 실속있고 즐겁다는.......... 


이곳이 별장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별장이 무에 별 것이겠습니까?

물론 저희는 별장은 아니지만........, 집안이나 지인들 중에 시골에 집이 있는 사람을 안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여름 휴가철이나마 그런 집을 찾아 며칠 쉬면, 관리 및 유지에 신경 쓰지 않고, 경제적이면서 전원의 향취와 즐거움, 그리고 전원생활을 아무 부담없이 느끼고 맛볼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시골의 전원이나 산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때 만은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하니 사람 사는 맛도 나고, 모처럼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운 몇 날의 여름에 추억을 새겨 놓을 수 있으니......


동락재의 여름밤은 겨울 이불을 그냥 덮고 자도 덥지가 않습니다.

홑이불을 덮고 자면 추울 뿐 더러, 창문을 열고 잘 수도 없습니다.

한 여름에도 집안의 창문은 꼭 닫고 잡니다. 방범상의 문제가 아니라 추워서 이지요.


별천지에서 사는 여름 날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긴 지하수를 쓰니, 한 여름에도 찬물로 샤워를 못합니다.


올 봄엔 앵두와 자두를 수확을 못했습니다.


열매를 많이 열리게 하려면, 꽃이 필 때 농약을 뿌려주라 해서 꽃이 피자마자 농약을 주었더니, 농약의 독한 성분때문에 아마도 벌이 꽃에 접근을 하지 못하니까 수술, 암술의 꽃술을 이리 저리 옮겨놓질 못해서 열매가 안 열린것 같더군요.


이래저래 시골 초년생은 시행착오를 끊임없이 많이 겪어야 진정한 전원교향곡을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앵두, 자두 술을 담지 못하고 작년에 담아둔 남은 앵두술을 가끔 홀짝 홀짝 마시고 있습니다.


이제 내년에는 목공예공부를 끝내고 동락재로 돌아오면 창고와 작업실로 쓰고 있던 창고건물을 목공구를 갖춘 완전 목공예작업실과 화실로 적합하게, 작업실로 개조를 하고, 때가 됐다 싶으면, 본채와 창고의 외관수리작업이나 신축공사를 할까 합니다.


목조로 할지, 황토로 할지는 좀 더 검토를 해본 후 결정을 하려 합니다.

본채는 3-4천만원이나 수리비를 들여 수리를 했기에, 그 돈이 아까워서 헐고 새로 지을 수가 없습니다.


이 창고건물을 통나무집으로 개축을 할까, 황토로 할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직 결정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원주에 있는 통나무학교 교장선생님이 동서의 친구와 교분이 두텁다하고, 저 역시 통나무집과 통나무학교에 관심이 많아서 재작년에 통나무학교에 가본 적도 있고, 그 교장선생님이 저렴하게 지어줄 수 있다하여 가급적 경제적이며 건강에도 좋고 친환경적인, 실용적인 집이 어떤 집일까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시골 집에는 큰돈 들이고 집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직접 체험으로 알게 되어ㅡ 가급적 최소한의 경비로 집을 지을까? 아니면 조금 내부나 외양을 수리하여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지낼까? 완전한 선택을 아직은 하지 못했습니다.


氣分學 상으로는 새집, 근사한 집을 지어 살고는 싶지만, 가진 것은 돈이 아닌 혜픈 마음과 시간만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은 돈을 함부로 쓸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아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시골에 땅을 사고, 집을 지을때, 평소에 구상했던 그림같은 집을 짓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구옥이 있던 자리에는 구옥을 헐고, 또 새로 신축할 때에는 대부분 통나무집 아니면 황토 흙집을 짓거나 지으려 하고 있는데......


자기 자신이 직접 간여하여 짓지 않으면 평당 아무리 싸도 250에서 350 정도 이니까, 그림같은 2층집을 지으면 적어도 50평정도 이니까 대략은 건축비만 2억 정도 들어갑니다.

통나무주택은 고급으로 지으려면 평당 천만원 정도도 들어갈 수 있어 건축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 하니.....


그런데, 공식과도 같은 것이 대부분 시골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도로 도시로 나오는 시간은 6개월에서 2년정도...... 약 50% 이상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집을 처분하려면 지은 건축비의 반도 못 건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홍천의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혹 그렇게 싸게 나온 집을 원하는 분이 있다면 제가 소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전원생활을 하기 전에 신중하고 완벽에 가까울 만큼 마음과 몸의 준비를 하고,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낭만의 그늘에는 슬픔과 실패와 후회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을, 준비된 후회의 길이 되지 않기위해 뚜렷한 소신과 결심, 그리고 끈질긴 적응력과 자신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전원생활을 하려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 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도 갈등과 후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지요.

그 단계를 넘어서야 "얻으려면 버려라" 하는 이야기의 진의를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농사도 아무나 짓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텃밭이라 할지라도 도시의 사람은 이,삼십평 정도의 밭매기도 쉬은 일이 아닙니다.

땀 흘려 가꾸고 먹는 것이 아닌, 내 몸 모두를 바쳐도 짓지 못할 것이 우리네 도시인들이 짓는 농사의 행태 입니다.


섣불리 농사 짓는다고 이,삼천평 땅을 사가지고 시작하다가는 땅의 노예가 됩니다.


하늘에 살고 싶어라

바람에 

떠 있고 싶어라


날개에, 날개에

떠 있고 싶어라


바람이 쓸어가는

하늘 


인간보다 쓸쓸히

보이지 않는 곳에


눈물보다 쓸쓸히

차가이, 하늘 깊은 곳에


외로움보다 쓸쓸히

바람에 쓸려

바람에 쓸려

날개처럼 

떠 있고 싶어라


조병화님의 <솔개>라는 시였습니다.


오늘의 커텐은 序詩로 내리고자 합니다.


이제는 

입버릇처럼 되어 버린

"슬프다" "고독하다"라는 넋두리는

주고 받지 않도록 해 보자


안으로는 

가난한 마음일수록

많은 꿈을 키울 수 있게

꽃밭 하나를 마련해 놓고

다가오는 날들을 위하여

좁다란 문이나마 활짝 열어 두자


계절마다 

어둠이 나릴 때면

별의 은총은 달빛의 손을 빌어

우리의 염원을 인도할 게고

순이의 뒷모습을

숨어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뒷집 아이의 뛰는 가슴을


나이 먹은 이들이여!


놀라게 하지 마시고

어렸을 적의 그때처럼 샛길로 살며시

옷으며 돌아가 주십시요


지금은, 모두가

옷깃을 여미듯 정신을 가다듬고

자기의 시간을 바쁘게 가져야 할 때


--- 할 일은 많다면서,

--- 세월은 빠르다면서,

쓸데 없이 방황하지만 말고


이제는, 누구나

"슬프다" "고독하다"란 넋두리는

여기서 끝맺도록 하자


장마 때이면서 장마 같지 않은, 좋은 세상 같으면서 좋은 세상이지 못한, 국민의 정부 이면서 국민의 정부이지 않은, 참여 정부라면서 저희끼리만 코드를 따지고 있는 패거리 정부같은 그런 후텁지근하고 지루하며 불쾌지수만 올라가는 오늘 날입니다.


모쪼록, 우리 카페의 님들과 우리 국민 모두에게 다 좋은 날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허허로운 생각을 해봅니다. 虛! 虛! 虛!

 

 

<댓글>

 

바람나라: 님의 멋진글을 보면서 언제나 저를 반성합니다. 늘 멋진 하루가 되시기를.... 2003/07/14

 

 

화니: 감기 조심하셔야죠?나이 있을수록...저도5년에 한번씩 정기적 감기오는데 왔다하면 반죽이고 가는데 금년에 조심하고 있습니다 메일답은 수신은 되었는데 어쩐일인지 컴에 뜨지않아서 읽지를 못하였습니다 죄송하고요 제폰은01199665250입니다 오늘은 본체옆으로구옥2채를 허는날입니다 건강하세요 2003/07/15

 

 

보아embro: 오늘도 좋은글 공짜로 읽고갑니다 다음 글 기다림니다. 감사합니다 2003/07/15

 

 

태양의 아들: 님의 삶에 대한 관조에 예()와 멋()스러움이 배어납니다...^^ 2003/07/15

 

 

배비장: 앵두술도 있군요.오래전에 우리 부모님 산소옆에 앵두나무 심었는데 한식일하고 추석때만 성묘가니 한번도 앵두를 따본적이 없네요. 많이 열릴텐데......... 200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