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56: 4 년 만에 인사동에

sosoart 2007. 4. 3. 21:56

청계천에서 구입한 마끈으로 다시금 갈아 매달았다.

 

 

눈을 너무 조그맣게 만들었나? 눈이 빼꼼하다.

 

 

턱도 너무 살을 뺐나? 요즘 턱수술한 여인네들 같다.

 

 

 

나무결 때문에 얼굴이 흉이 있는 사람같다.

 

 

가운데 공간을 넓혀 목탁소리를 내기위한 공명을 더 크게 했다. 

 

 

<동락재 통신-56: 4 년 만에 인사동에>    2006. 4. 13(목)


지난 주말에 아내와 함께 홍천에 내려 왔다가, 모처럼 4-5일을 쉬다가, 수요일

에 같이 서울에 올라갔다.

아들과 딸이 저희들끼리 있으니, 우선 밥을 해먹는 일이 제일 불편한지,  엄마

가 빨리 안 오신다고 성화다.


우리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엄마가 해주는 밥과 반찬이 아니면 식사를 잘 하지

못한다.

더구나 인스턴트식품에 습관이 들지 않아서, 좋은 食習慣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에는 조금은 부담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엄마가 안 계실 때에는 아무거나 사서 먹으면 좋으련만,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이

아니면, 잘 먹지를 않으니, 제 엄마가 이곳에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나 역시 제 엄마가 필요한데, 자식들 역시 더 절실할 터이니 내가 양보를 하는

수밖에......


그리고 나야 이제는 主婦가 다 되었으니, 밥이나, 국이나, 반찬이나 먹고 싶은

것을 스스로 해 먹을 정도가 되었고, 또 아내가 없을 때라도 손님이 온다면 밥

을 해서 충분히 대접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아이들 음식 수발들기 위해

아내보고 빨리 서울에 올라가라고 채근을 하는 정도가 되었다. 


아내는 교통사고 이후 후유증으로, 또 요즈음은 갱년기 증상인지, 아내가 자꾸

아프다고 하니 매우 신경이 쓰인다.

남들처럼 일찍이 갱년기를 치뤘으면? 좋았으련만, 뒤늦게 온몸이 쑤시고, 아프

고, 얼굴도 열이 나서 벌개 진다고 하고,  온 몸에 열이 나서 덥다고 하니 갱년

기인 모양인데..........

그래서 여기 홍천에 오면, 아침, 저녁으로는 아내의 온 몸을 주물러 주는 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나 역시, 몇 년 전에 스스로 동락재의 정원을 가꾼다며, 주변에서 조그만 수레

에 돌이니 흙을 주어 담고, 퍼 오느라, 또 뒷산에 벌목하여 버려둔 나무를 주워

오느라 팔과 손을 혹사하여 무리를 하는 바람에, 병원의 진단결과, 손에 관절염

은 아니지만 손가락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해, 아내의 팔 다리와 교통사고로 인

한 통증을 풀기위해 어깨를 주물러 줄 때에도 예전처럼 힘을 주질 못하니, 시원

하질 않다고 아내는 짜증 겸 투정을 한다.


낸들 손가락 힘이 없으니, 木作業을 할 때에도 당사자인 내가 더 짜증이 난다.

그전부터 손가락이나 손의 악력, 그리고 어깨는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70이 되려면 멀었는데도,  손과 팔이 반병신이 되었으니, 억울하기도 하고 늙어

간다는 것이 서럽기도 하다.


어쨌던, 집에 오면 그래도, 자식보다는 서방이 낫다고......,

舊郞이 안마하고 주물러 주는데, 서울엘 가면 공부하는 자식들에게 주물러 달

라 하기도 안쓰럽기도 하거니와 서방이 주물러 주는 것 보다 시원하지도 않고

성의가 없다고 불만이 대단하다.


그러니, 늙으면 서방은 아내가, 아내는 서방이라는 존재와 함께 있어야 서로 위

로도 되고, 자식들에게  천대도 받지 않을 법하다.

우리 부부는 죽어도 같은 날  죽길 바라지만, 어찌 인간의 뜻대로 되겠는가?


아내가 서울에 있을 때엔, 아들이나 딸에게 전화를 해서, 엄마 좀 자주 주물러

드리라고 하면, 얼른 “예!”하고 대답을 하기는 하는데, 어쨌됐던 간에 남편만큼

은 안 되는가 보다.


기운이야 젊은 자식들이 제 애비를 능가하겠지만.........

우리 자식들은 그래도 제 부모를 끔찍이들 생각해서, 하느라 한다고는 하지만,

옛  말에 애비만한 자식 없다고 하는 말이 맞는가 보다.


서울에서도 같이 있으면 항상 아내를 주무르고 안마해 주는 것은 젊은 자식들

의 몫이 아니라, 늙은 이 애비의 몫이다.

솔직히 이제는 나이가 들어 손과 다리, 그리고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니, 아내

를 주물러 주는 일도 힘이 든다.

더구나 손이 시원찮으니 더 하다.   그래도 어떡하랴!  아내에겐 이 서방밖엔 없

으니.

나 때문에 교통사고로 다친 아내가 아닌가?

어제는 모처럼 청계천과 인사동엘 나들이하기로 했다.

아내는 워낙 몸이 부실하여, 조금만 걸어도 기운이 없어 죽겠다 하지만, 그래도

바늘 가는데 실 안 가랴?


주차하기도 힘들어, 버스를 타고 종로 2가에서 내려 인사동으로 걸어갔다.

4년 전 보다는 또 많이 달라졌다.

큰 건물들이 많이 들어선 것 같다.


아내는 피곤하기는 해도, 오랜 만에 인사동에 같이 나와서 각종 그림, 조각, 도

자기 전시회와 때마침 시작하는 고미술품의 전시회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점심도 잊고 관람을 했다.


날이 음산하고 바람이 불어,  다니는데  추위를 느껴, 점심을 먹고 전시회 관람

을 계속하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외식을 즐겨하지 않기에, 모처럼 집 밖에서 끼니때를 만나면 메뉴

결정에 애를 먹는다.

어쨌던, 사먹는 음식은 깔끔하질 않으니, 먹어도 개운치가 않다.


식사를 마치고, 고미슬품 전시회를 보았다.

주로 전라도지방의 목가구, 고서화와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값이

만만치가 않다.


KBS의 일요일 프로 “진품 명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고, 또 실제로 書畵의 감

정위원 이었던 “김선원” 위원을 거기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값이 너무 비쌌다.

고서화 중에서 의재 허백련의 그림도 몇 점이 있었는데,  전성기 때의 작품이

아니어서 인지? 아니면 진품이 아니어서? 인지는 몰라도 작품의 진위도 미심

쩍고 가격이 너무 高價였다. 허백련의 작은 그림도 천만원대를 呼價하니 무언

가 신뢰성이 떨어졌다.


또한 고가구라고 내놓았지만, 전통가구를 재현하고자 하는 사람의 눈으로 보

니, 이것은 지난 시절에 만든 생활용품이 아니고, 현재 제작한 것으로, 나무를

태우거나(낙동법) 약품이나 다른 방법으로 부식시켜 문외한이 보면 고가구처럼 보이게  만든 것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충청도 반닫이라 하는 것도 천만 원 이상을 呼價하니, 이를 판매하러

몰려든 인사들은 외모도 그렇거니와 작품 설명이나 대화의 수준도 “아니올시

다!” 였다.


더구나 喪輿의 여러 가지 장식품을 따로따로 떼어서 한 점에 백만 원 이상을 呼

價하니 도저히 상식을 벗어난 상도의에 혀를 찰 뿐이다.


과반수 이상이 모작이나 조작품으로 여겨진다.

현재 나의 작품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고가구나 소품들을 진품인양 판매

하려는 수작을 보니, 절로 콧방귀를 뀌게 한다.


어쨋던,  형태에서는 고가구와 유사한 형태나 진품도 보았으니, 안본 것 보다는

소득이 있었다고 생각을 하였다.


인사동 상가의 점포에 들어가 보면, 도자기 종류들은 그래도 가구 종류보다, 조

악하거나 눈속임이 적다고 생각이 된다.

골동품이라며 팔지 않고, 그냥 현재에 만든 도자기로 판매를 하니까.....


그런데, 이 전통 목가구의 형태로 만든 모조품들은 가격도 만만치도 않지만, 너

무 조잡하고 粗惡스러워, 저런 것을 외국인들이 보고, 실제로 우리네 전통 고가

구라고 믿을까 걱정이 된다.


예를 들어, 반닫이나, 장이나, 농 같은 것들도, 베니아 합판에 무늬목을 붙인

것, 또  MDF등으로 눈속임 한 것이, 참으로 한심한 짓거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값은 진짜 원목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싸고, 전혀 고가구에 대한 제작 기

법(결구법 등에서 짜맞춤이 아닌)과 칠이나, 목재에 관해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

이 보면,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볼 것이 자명하다.


그러기에 우리 고유의 원목이나 비록 외국에서 수입한 나무이지만 합판과 같은

가짜 원목이 아닌 진짜 나무 원목으로 고유의 짜맞춤 기법으로 제작한 가구는

그러한 조악한 제품과는 가격이나 품격과 질에서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사람들은 알지를 못한다.


또한 古材로 만들었거나,  새 재목으로 만들어 태우고 화학 칠로 오래된 가구처

럼 보이게 제작한 제품들을 비싸게 파는 것을 보면 그 장사꾼들도 밉지만, 그런

것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고, 전통 목가구에 대해 너무 무식(?)한 나머지, 싼 것

이나 비싼 것이나 다 그게 그거라는 사람들을 보면 실망보다 천박함에 정나미

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내가 만든 다탁의 경우, 원목을 통째로 잘라 만든 다탁의 가격이 재

료비와 상징적인 수공비(인건비?)로 100만 원을 받는 다면, 우리네 옛 한옥(50

여 년 전의 일반적 서민의 한옥) 집의 철거시, 툇마루를 뜯어서 다탁이라고 손

질하여 파는 것과, 또한 새(new?) 나무로 그러한 툇마루짝의 모양으로 만든 다

탁의 가격을 보니 1800 x 600 x 300mm 정도의 싸이즈를 180만원 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게 공장에서 규격품을 양산하여 파는 제품들의 가격이 그 정도라

면, 우리 같은 목공예가들이 정성을 들여 작업한 “手製 작품”의 경우는 그 보다

훨씬 고가로 평가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우선 가격도 가격이지만, 재료의 선정이나 제작기법에서 질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그것도 高價에 매매된다는 것은 안타깝다.


물론 게 중에는 느티나무(괴목이라고도 하지만)나 먹감나무 등 비싼 재료를 가

지고 제작한 다탁이나 소품들도 있기는 하지만....,

자기들 말로 전통 짜맞춤이라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짜맞춤처럼 보이지만, 겉

으로 보이지 않는 면을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즉 “타카”라 하는 공기압축을 이용 해, 못을 박는 기계로 감쪽같이 속으로 박아

놓고 겉은 짜맞춤의 모양을 한 것들이지만, 일반인들의 눈으로는 식별을 할 수

가 없다.


그러기에 그렇게 고가로 그러한 목재의 생활용품이나 소품을 구입하려면, 비록

아주 매끄럽게 보이지는 않더라도,  공예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작품의 품

위나 견고성, 미적인 면에서 훨씬 현명한 일이다.


또한 요즈음 유행하는 DIY가구로서, 서양식도 아니고 동양식도 아닌 말하기 좋

은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라며 고가에 판매하는

소품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원목도 아닌 합판이나 싸구려 나무에 불로 태우거나 끄슬려서 고가구의 모양을

내거나, 색깔도 이상할뿐더러, 화려하지도 못하며 유치의 극을 달리는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보면 차라리 연민의 정을 느낀다.


어느 수공가구 판매하는 점포에 들어가 보니, 소위 DIY 가구 제작을 하는 친구

가 만든 것인데, 문갑형 앉은방이 장 하나에 250만 원을 호가하는데, 세일기간

이라 30% 할인을 해준다며, 구입을 권유하기에,


도대체 어떤 목재로 어떻게 만든 DIY 제품이기에 그렇게 비싼가? 생각을 하며,

요모조모 제품을 보니, 판재는 집성목도 아닌 합판에 소위 상감기법의 조각을

한 모양을 보니, 우리네 전통가구의 결구법이나 제작 기법은 전혀 모르는 친구

가 그저 모두 톱으로 재단하여 접착제로 붙이고, 타카를 사용하여 못질을 한 제

품을 그렇게 비싸게 팔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제작한 그러한 작품은 1,000만 원을 받아도 싼 것이 아닌가? 싶

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모르는 게 약이다.  모르며 사는 사람도 있을 법 하다.  더구나 퓨전가구니 이태

리식 가구니 하며, 좋다고 사겠지.....


인사동을 나오는 길에 길거리에 늘어놓은 난전에서 내가 며칠 전에 만든 오브

제-복돌이와 똑 같은 제품을 보았다.


나 역시 몇 년 전 공예잡지에 소개된, 외국에서 구입한 작품이라 해서 그대로

한 번 만들어 보았고 나의 블로그 “작품 갤러리”에도 사진을 올렸지만, 형태와

제작의 기법에서는 나는 전통 짜맞춤의 기법과, 통으로 된 나무를 조각 칼로 속

을 파내어, 나무가 부딪힐 때 공명현상으로 목탁 소리가 나도록 하였지만, 그

판매제품은 나무의 재료도 粗惡할뿐더러, 못으로 박아 접합하고 형태만 비슷하

게 만든 것을 보았다. 


어느 것을 모방하여 시장에 제품으로 판매되기까지의 시간은 참 빠르다.

그러기에 나 역시, 나의 작품을 되도록 인터넷 상에 올리지 않으려 하지만....


아내가 매우 피곤해 했지만, 자주 인사동쪽으로 나오기가 쉽지가 않은 만큼, 韓

紙商에 들려 판화용 韓紙와 아내의 사군자용 고급 화선지도 구입을 하였고, 목

각으로 제작한 목걸이용 끈과,  오브제의 나무 연결용 麻 끈, 그리고 수제 실톱

등 몇 가지 나온 김에 구입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피곤에 떨어졌다.


서울에 오면 우선은 인사동과 그림전시회, 민속 박물관 등 박물관과 대형 서점,

외국 미술잡지 서점, 그리고 황학동의 공구점, 또한 목재상과 왕십리의 가구장

식용 장석과 금속 소재 제품 등의 구입 등으로 하루의 시간이 많이 모자를 정도

로 바쁘다.


물건을 사면 무거운 것을 들고 다녀야 하기에, 또 하루에 여러 곳을 다녀야 하

므로 차를 가지고 가야 편리한데, 서울은 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도 가까이 있

지 않아 문제이지만, 주차료가 만만치 않아서 매우 불편하다.


그래도 목가구의 재료들은 황학동이 매우 싼데, 주차문제로 차를 가져가도 한

군데나 두 군데 밖에 들리지 못하니, 재료의 구입도 쉽거나, 만만치가 않다.


인사동엘 갔다 오면 작품에 제작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구상이 된다.

이번에도 소득은 그리 적은 것 같지는 않다.  작품 디자인에 반영하여 또 다른

새로운 작품 작업을 할 예정이다.

            

머리에서 그때그때의 구상에 대한 아이디어가 사라지거나, 건망증으로 잊기 전

에 빨리 빨리 수첩에 그리기도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의 간단한 메모작업도 시

간과 장소가 여의치 않아 시간이 지나면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니, 역시 나이를

먹을수록 메모는 더욱 즉시즉시 철저히 해야 한다.


아직도 메모를 하지 못했으니, 아이디어 디자인 북에 얼른 그려 넣어야겠다.


이성선 시인의 맑은 詩 한 편- “깨끗한 영혼”을 옮겨 놓는다.


<깨끗한 영혼>

영혼이 깨끗한 사람은

눈동자가 따뜻하다

늦은 별이 혼자 풀밭에 자듯

그의 발은 외롭지만

가슴은 보석으로

세상을 찬란히 껴안는다

저녁엔 아득히 말씀에 젖고

새벽엔 동터오는 언덕에

다시 서성이는 나무.

때로 무너지는 허공 앞에서

번뇌는 철망보다 깊지만

목소리는 숲 속에

천둥처럼 맑다.

찾으면 담 밑에 작은 꽃으로

곁에서 겸허하게 웃어주는

눈동자가 따뜻한 사람은

가장 단순한 사랑으로 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