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71: 소나무와 소월의 시 '가는 길'

sosoart 2007. 4. 6. 23:07

하늘의 뭉개구름이 시원하다

 

가을하늘처럼 푸르고 깨끗한 울산암 풍경

 

필례약수의 한산한 모습

 

 

동락재의 사람들

 

 

동락재 거실창 옆에 걸려져 있는 오브제와 Uncle Kim

 

 

넝쿨장미와 오브제

 

 

<동락재 통신-71: 소나무와 소월의 시 '가는 길'>    (2006. 6. 21)


오늘도 날씨가 맑아서, 숲 생태 관찰이나 목공예의 작업을 하기에도, 또 여행을 하기에도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숲 해설가의 일을 맡은 사람으로서, 장마기간 동안에는 숲의 생태 관찰이 여의치 않으므로, 장마가 오기 전에 날씨가 맑거나 개인 날은 차를 몰아 홍천군 내에 있는 국유림과 산을 두루두루 살펴보고 있습니다.


손님이 찾아 올 적이라든지, 아내가 바다라도 보고 싶다고 할 적에는 문득, 훌쩍 콧바람을 쐬러 멀리 동해의 바다나 설악산, 오대산 아니면 대관령이나 정선 쪽으로도 가기도 합니다.


아무리 시골의 생활이라 하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에 마음이 후줄근히 처지게 되거나, 새로운 풍경이 그리울 때면 열 일 제치고 떠나곤 하는 습관은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숲 해설가의 일을 맡고나서부터는 산림으로 우거져 있는 산 속에서, 무심히 서있는 나무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고, 이름을 잘 모르는 나무들이 태반이어서 여러 권으로 나뉘어져 있는 자원식물도감이라는 책을 귀찮다 하지 않고 찾아보기도 하면서, 나무에 대한 이름도 익히고 나무와 관련된 상식과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평소에 가까이 하지 않던 분야에 입문하는 설레임은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은 저로서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욱 더 의욕이 절로 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제가 관심을 갖는 나무는 소나무로서, 나무를 다루는 전통 목공예가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 아닌가도 생각이 됩니다.


우리 재래종 소나무로 만든 목가구나 생활용품은 괴목처럼 木理(나뭇결)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면서도 오랫동안 사용하거나 곁에 두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그야말로 오래 묵은 술처럼, 또는 오랜 친구처럼, 나의 아내처럼, 

오래 같이 있을수록 정이 더하는 그런 친근한 나무이므로, 소나무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소나무에 대해 깊이 탐구와 공부를 하고자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욕심이 많아진다고 하더니, 제가 그 꼴이 되었습니다.

진즉, 젊은 시절부터 이런 욕심과 적극성을 가졌다면, 이렇게 여러 가지 여건이 척박하지는 않게 즐기며 많은 것을 얻을 수가 있었을텐데......


후회가 되지만 그래도 아직 많이 늦지는 않았다는 자위를 하며, 관심이 가는 사물이나 분야에 대해  더욱 더 열심히 열정을 가지고 하고자 합니다.


소나무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공부를 하여, 제가 얻은 지식을 장차, 저의 블로그에 간략하고 체계적으로 게재하여, 우리 소나무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사랑의 마음도 여러 블로거들에게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산과 숲 속을 거닐며, 자연의 생태관찰과 더불어 삼림욕도 하며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어떤 길인가?도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숲길을 걸으며 모처럼 素月의 “가는 길”이란 시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왜 숲속을 거닐고 있을 때에, 느닷없는 素月의 시가 떠올랐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素月의 시 한 두 수는  중고교 시절 누구나 읊조리고 좋아하던 시였고, 그는 온 국민의 시인이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그 시절엔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모든 이들이 낭만적이었고 정서가 풍부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한 인정이 풍부한 그런 지나간 시간들이었습니다.


해질녘에 집으로 돌아와 작업실에서 반닫이를 만들기 위한 나무의 재단을 해놓고 내일의 작업준비를 하였습니다.


밤이 되자,  기왕에 생각이 났던 素月의 시집을 서가에서 꺼내, 실로 오랜만에 그이 시를 음미하여 보았습니다.


그 시절의 詩語들이 조금은 빛바랜 古語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딘가 마음을 포근하게 하며, 옛사랑의 정에 빨려 들듯,  시골의 간이역의 정취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듯 했습니다.


홀로 잠들기가 참말 외로와요

밤에는 사무치도록 그리워와요

이리도 무던히

아주 얼굴조차 잊힐듯해요


벌써 해가 지고 어둡는데요,

이 곳은 인천에 제물포, 이름난 곳,

부슬부슬 오는 비에 밤이 더디고

바다 바람이 춥기만 합니다.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하이얗게 밀어드는 봄 밀물이

눈앞을 가로막고 흐느낄 뿐이야요.


김소월의 시 “밤”이었습니다.



“맘 캥기는 날”


오실 날

아니 오시는 사람!

오시는 것 같게도

맘 캥기는 날!

어느덧 해도 지고 날이 저무네!


새삼 읽어보니, 간략하면서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언어의 驅使가 隔世之感을

느끼게도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것이 예나 지금이나 다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마음도 글도 “節制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일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밭일은 할 수가 없을 터이니, 오전엔 작품 디자인 구상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하여 외국 공예잡지와 미술잡지를 훑어보아야겠습니다.


남의 작품을 보면, 홀연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스쳐지나갈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형태나 이미지를 메모장에 스케치 해 놓으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독창과 모방은 어떻게 보면 종이 한 장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외국 화가나 공예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이제는 우리의 전통문양이나 우리네 생활에 쓰던 공예품이나 그림속의 소재들이 많이 표절되고 모방, 또는 리모델링되어 작품화 되는 것을 적지 아니 보게 됩니다.


그래서 세상은 세계화가 되며, 인류는 하나가 되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밤이 깊어 옵니다.


조병화님의 시를 뒤로하며 내일을 기약해야 겠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맑아지는 감정의 물가에 손을 담그고

이슬이 사라지듯이

거치러운 내 감정이 내 속으로

깊이 사라지길 기다렸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해와 달이 둘다 밤이 내리면

목에 가을 옷을 말고

-이젠 서로 사랑만 가지곤 견디지 못합니다

-그리워서 못 일어서는 서로의 자리올시다.


슬픈 기억들에 젖는 사람들.


별 아래 밤이 내리고 네온이 내리고

사무쳐서 모이다 진 자리에 마음이올시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