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철원 삼부연폭포
태종대 휴게소에서 내려다 본 바다
해운대의 어느 콘도에서 바라본 수영만의 야경
남해의 고깃배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서 내려다 본 해운대의 앞바다 풍경
<동락재 통신- 78: 태종대 곤포의 집이 그리워.....> (06. 8.16)
이 지겹고 지루한 더위에 다들 무고하신지요?
올해의 여름은 보름동안 폭우를 내 쏟아 붓더니, 또 보름이상을 찌고 삶는 듯한
더위에 모든 심신을 지치게 하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8월 15일을 분수령으로 더위도 제법 꺾일까 기대를 했는데, 마치 이번
팔일오때 자국의 신사를 참배한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나, 우리나라의 노모 대
통령처럼, 모두들 더위에 지쳐 다들 “더워 죽겠다”고들 하는데도, 일체 아랑곳
하지 않으며, 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나서야 한풀 꺾일 모양 같습니다 그려. 허 허 참.....
찜통 안에 있는 것처럼 불 섶을 지고 있는 것과 같이 덥고, 만사가 다 귀찮고 의
욕이 떨어지는 덥디 더운 여름이 아직도 그 꼬리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목공예
의 작업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어영부영 그저 하릴없이 시간만 축내고 있습니
다.
유일한 낙이라면 “글사랑.....”에 들어와 가족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좋은
음악을 들으며 더운 시간의 한 가운데에 있다가 보면, 어느덧 해가 지고, 해가
떨어지면 서늘해지는 강원도의 청정 공기만이 또 하나의 친구가 되어 위로를
해주고 있는 것이, 서울이나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카페의 가족님들 보다 조금
은 해피(?)하다고 자위를 하고 있습니다.
기실, 서울에 있는 자식들이 보고 싶어 가끔 올라가 보면, 가위 살인적이라 할
더위 때문에, 단 하루 밤도 자지 못하고 새벽녘에 내려오기도 합니다.
“에어컨을 켠다한들 늦은 밤이면 서늘한 이곳 홍천의 맑은 공기만 하겠으며,
피서라 한들 이곳의 지붕 밑만 하겠는가?“ 생각을 하며 더위를 잊고 있습니다.
어느 날 카페에 들어와 보니, 이 사람의 머리 위에 누런 왕관 같은 것이 씌워져
있는 것을 보고 짐짓 놀라기도 했습니다.
머리에 씌워진 모자들의 모양이나 색깔이 자세히 살펴보니 신참내기인 이 사람
으로서는 구분을 할 수가 없으나, 어쨌던 감투(?)가 씌워졌으니 앞으로는 경거
망동하지 말고. 카페를 위해 열심히 해달라는 무거운 소명 같아서 적이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막상 퇴직을 하고 6년여를 이렇게 백수로 시간을 덧없이 버리다 보니, 게으름
과 편안함, 무위도식의 연속에 익숙해져서인지 어떤 일에 있어서 백의종군을
하는 것도, 책임과 의무가 따르지 않으니 편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보기도 합
니다.
이 카페를 이끌어가는 주인장과 운영진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는 마음입니
다.
요즈음 같은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에 비해 볼 때 “글사랑....”카페와 같은 청정
유익한 곳은 쉽사리 접할 수가 없기에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느덧 시간은 가을을 향해 걸음을 재촉을 하고, 이곳에선 이제는 다가올 겨울
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어갑니다.
이 산촌의 겨울은 이렇게 여름이 지나면서부터 잠시 머뭇머뭇하다간 어느새 다
가와 버리니, 추운 지방의 농부들은 따뜻한 남쪽지방의 농부들 보다 훨씬 이전
에 겨울을 대비하여야 하는 것처럼 “나의 갈무리”를 준비하여야 하겠습니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그 지겹던 더위는 가고, 높은 하늘에 뭉개구름이 일듯 마음
과 시야를 시원하게 해주는 날씨가 그나마 삶을 위로해 주지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허리띠를 여미고 나의 작업에 열중하며, 열심히 나의 삶의 가운데에서 나
의 내일을 또 기약하여야 하겠습니다.
서경(書經)에 사일목목(思日牧牧)이라는 채찍의 말이 있지 않습니까?
“매일 매일을 열심히 하려고 생각을 하라”
내가 어느 처지에 있던 열심히 살다보면 그 보답이 나에게로 올 것이라는 신념
을 가지고, 비록 늙어갈 망정 마음과 행동은 젊고 투지를 가지고 열심히 하다보
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를 잡을 수 있다는 생활철학을 지속적으로 실천
하려고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日沒(일몰)
-태종대 곤포의 집에서
하늘에
어린달을 남기고
세상을 서서히 사라지는
해는
그 마지막 光焰(광염)을 바다에 뿌린다
아 다 마쳤도다
희비애락, 그 변화무상한 세상
인간의 더위를 다 바쳤도다
물결치는 파도에
산산이 부스러지는 그 잔해
피물결치는 그 임종
부산 태종대 곤포의 집
난간에 걸려 있는 건
적막
일체의 적막을 마시며
정에 취한다
선생님예
좋지예
더 드이소
南都 女大生의 남부 사투리
예, 예
예,
술은 비우나
아직도 내가 다 미치지 못한 건
“나”라는 희비애락이다.
조병화 시인의 시 “일몰”입니다.
문득, 저 멀리 오륙도가 일렁이는 물결위에 멈춰 서있고,
바닷가 휴게소 아래로 바라다 보이는 깊은 바다의 파란 색깔은, 마음을 잠시 시
원하고 탁 트이게 하는 그런 부산 태종대의 앞바다가 그리워 조병화 시인의 시
를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얼마 전, 경남 창원에서 찾아온 중년 여성의 손님에게서 “매일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고층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은 그 넓은 바다가 답답하다.....”고 말을 한
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그렇기도 하겠다”싶어 아내와 같이 그 말을 공감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바다를 곁에 두고 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바다는 영원한 “동경의 대상”
이 아니겠습니까?
시골 사람들에게 “서울”이 동경의 대상이듯......
지금 서울엔 소낙비가 온다고 하는데, 이 좁은 나라에서도 이곳 홍천은 뜨거운
태양이 지칠 줄 모르고 열기를 뿜고 있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그저 가만히 있어야겠습니다.
그 높은 온도와 열기에 순응하면서.......
박재삼 시인의 無題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며 오늘을 접습니다.
뒤에는 산이 겹겹으로 누워
그 꼭대기까지 가기에는
하도 아득하여
中途에서 그만둘 수밖에 없는데,
아, 이것이 인생의 어떤
斷面을 보여주는 것인가.
적당한 데서
결국 포기하는 것이 흔하건만
아무도 그를 허물로 느끼지 않네.
그러다 문득
땅위를 자세히 보면
새카맣게 개미들이
죽자사자 곡식을 나르고 있는
그 광경을 하염없이 보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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