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수제 원목 장식장은 한 번 만들면 불에 타지 않는 한 정말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백년 이백년 가도 그대로.... 지금은 건조 중이라 도색이나 기름칠을 하지 않았다.
고급 원목 천판은 우리나라에서 구하기도 어렵지만 가격이 너무 고가이어서 이렇게 원목의 집성목을 사용하였다.
백화점이나 고급 가구점에서 이런 정도의 원목 수제가구는 2~3백을 호가하고 있다.
<동락재 통신-91: 오랜만에 작업을 시작하며> 07. 1. 23(화)
오랜만에 공방에서 8시간의 작업을 시작했다.
작년부터 만들어야 할 주문 작품도 있고, 서울의 아파트에 교체할 거실장을 만든다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름 장마철엔 습기가 많아서 작업을 하지 못했고, 가을엔 또 가을대로 가을걷이와 고추 말린다고 일을 하지 못했고, 추운 겨울이 오고 나니 또 겨우살이 준비 이것저것 하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100% 농땡이를 친 것은 아니지만, 그래봤자 목조각 소품 몇 개나 작업을 했지, 작품다운 작품 하나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낸 셈이다.
작업을 하면 긴장을 하게 되고, 이런 저런 작업의 아이디어를 뽑아내기 위한 작품구상은 물론 국내 외 미술과 공예 전문 잡지도 훑어봐야 하는데, 이래저래 게으름만 피우다가 한 겨울을 보내고 있었으니, 보다 못한 아내가 제발 작업을 시작하라고 성화다.
아내와 떨어져 있으니, 우선 끼니를 때우는 일이 제일 먼저이고 이런 저런 홀아비 살림살이를 챙기다 보니 자연 시간도 많이 뺏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에이! 내일부터 하지......” 하다보면 또 하루가 지난다.
어쩌다 아내가 내려오면 그동안 혼자서 아무하고 얘기도 못하고 있었으니 입안에 가시가 돋쳐, 반가움에 이런 저런 얘기하다 보면 또 하루가 가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게을러지고, 운동도 하게 되지도 않고, 밥버러지처럼 밥이나 축내는 내 꼴이, 이건 아니다 싶어 오늘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하긴 원래 게으른 성정은 아니어서 무엇이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못 배기는 성미이기에 끊임없이 무엇을 하기는 했고, 다만 나의 원래의 작업에 소홀했던 것뿐이라 할 수 있겠다.
더구나 작년 8월 이후 아르바이트로 민박을 하다 보니, 주말엔 펜션 손님을 맞기 위한 청소와 집안 정리, 또 손님이 난 후에는 또 침구의 빨래와 청소,
평소엔 4마리의 개들 건사하고, 2마리의 토끼까지 돌보는 것이 시간을 너무 뺏겨서 얼마 전에 토끼 2마리는 처분을 하고, 토끼집도 아주 철거를 해버렸다.
공방의 작업장에는 연탄난로를 때기 때문에 연탄불 갈아대는 것도 일이다.
더구나 눈이 오면 마당을 쓸어야 하는데, 그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말이 그렇지 한 200평의 눈을 치운다는 것이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어쨋던 오랜만에 작업을 해보니, 조금은 낯설기도 하고 힘이 든다.
오늘은 주먹장 맞춤을 위한 마름질 칫수를 나무 위에 직접 표시를 하고 내일은 재단의 본격 작업에 들어갈 작정이다.
물론 다른 일이 생기지 않으면 말이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을 하니 어설프기도 하고 아직도 조금은 꾀가 나기도 한다.
어차피 작업을 시작하면 탄력을 받아 계속 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 시작 전에는 항상 작업도중 다른 일 때문에 중단을 하지 않기 위해 꼼꼼히 챙겨야 한다.
오늘은 일단 거실 장식장 3개의 마름질을 마쳤다.
이제는 재단과 접착, 설합의 제작, 상판과 측판의 연결, 접착 작업 등의 과정을 거쳐 도장 작업까지는 약 1주일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近思錄의 虛受人이라는 말처럼 이제 다시 텅 빈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하려한다.
이상하게도 목공예의 작업을 하면 무언가 쓸 것이 많아진다. 생각이 많아 진다는 얘기도 되는가 보다.
목공예의 작업을 하면 끊임없이 나 자신과 말없는 대화를 한다. 작업을 하면서도 작품의 모양에 미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독창성을 나타내 보이기 위한 작업과 절단과 접착의 모든 과정을 진행하며 내 자신과 끊임없이 상의하고 토론하며 작품을 탄생시키는 시간의 鍊磨를 한다.
비록 결과물은 의도한 바에는 전혀 미치지 않는다 하여도, 다음의 작품에는 지금의 구상과 의도가 표현이 되기를 기대하며, 혼자만의 끝없는 대화는 하루의 과정을 마치고 밤에 컴퓨터 앞에 앉으면, 그 대화의 실마리는 서서히 풀려 나가며 자판을 통해 나의 이야기가 옮겨지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었다.
그것이 이 강원도 구석지고 한가한 산촌에서 혼자 생활하는 자만의 특권이기도 하며, 혼자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해에 시인으로서는 드물게 고비사막에서 한 열흘쯤을 보냈다는 최승호 시인이 부럽다는 생각이 별안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나의 삶도 별난 인간의 사는 방법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의 시도 생각도 뜬금없이 엉뚱하며 기발하고 독자적이라서 좋다.
옥수수밭 너머에 함초롬이 피어 있던 달맞이꽃들이 마른 대궁들로 변해, 묵은 눈 위에 서 있다. 산마루 위로 둥실 떠오르던 달도 초생달로 떴다가 한 조각 그믐달로 지고, 달빛도 적막해져서 흰 눈 위에 서걱이는 마른 대궁의 그림자나 드리울 뿐이다. 묵은 눈 위에 된서리 내리는 겨울, 내 의식의 한 뾰족한 끝이, 달맞이꽃이 사라지고 달맞이꽃을 보던 나도 사라지는, 적멸을 겨눈다.
최시인의 <달맞이꽃에 대한 명상> 全文을 읽어보며, 강원도 춘천 출신이라는 “강원도”의 공통점에서 연유된 것인가?
그이 진지한 명상에서 우러나오는 육성에 공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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