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97: 버리면 다 얻어질 것.....

sosoart 2007. 4. 7. 16:21

 앞뜰에 열린 바가지 박. 이 박이 익으면 톱으로 슬근슬근 톱질하여 두 조각을 내고 소금물에 삶아서 박공예나

바가지에 음각을 하여 그림을 그린다.



 

동락재 통신-97: 버리면 다 얻어질 것.....        (07. 3. 1)


인터넷의 가상공간에서 오랜 동안 교류를 지속해오는 어느 누리벗이 있다.

그 벗의 편지를 받고 보낸 흔적을 남겨 놓는다.

살다가 보면 이런 저런 일들이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곤 또 다 망각하기가

일쑤인데, 닥치는 그 순간만은 자신들에게 적지 않은 과제와 부담으로 남겨지

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을 빌리면 한낱 우스운 해프닝으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것

이리라.


아무리 나이가 많은 인생의 선배에게 털어놓는 얘기일지라도 다 까집어 놓을

수는 없을 터, 그래서 보이는 글자만을 가지고 顚末을 추측할 수밖에 없는 노릇

이기는 하지만, 어쨌던 나의 추측이 맞을 것 같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보내 보

았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그 만용과 경솔함이 나에겐 또 약이 될 터.......


샤롯테,

설은 잘 보내셨겠지요?

산촌의 생활은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이 이러구러 시간만 지나가니, 그렇다고

거룩한 일 하느라 답장을 못한 것도 아닌데 이제야 답장을 보냅니다.


샤롯테, 그 사람이 누군지 매우 궁금하군요.

그러나, 그 사람으로 하여금  혹여 샤롯테가 찰나적刹那的 이나마 모든 것을 망

각하는 시간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杞憂였으면 좋겠습니다.


한 발짝 떨어져서 지긋이 바라보면 그 끝을 짐작할 수 있듯이, 두 눈을 크게 뜨

고 바로 눈앞에 놓여 진 사물을 바라보면 극히 일부분만 과장되어 대단히 크게

보일 뿐이라는 것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서도 지나칠 수가 있고, 나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부정하

다가 일을 그르치는 순간이 온다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샤롯테, 자기최면 또는 상상 속의 허상이란 그 한계의 테두리가 없는 것입니다

만 상상은 상상으로서만 즐기는 것이 우리가 지향할 일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

다.


거듭 얘기하지만, 싸이버의 세상이란 그야말로 허상의 세계이며 허구의 세상입

니다.


현실의 시간 안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면, 그를 좀 더 실상에 가깝게 판단할

기회가 있었을 법도 하지만, 오히려 그 허구의 수렁에 더욱 빠질 수 있는 것입

니다.


내가 본 샤롯테는 그 후자의 경우가 더욱 가까울 것 같습니다.


아니 샤롯테뿐이 아니고 모든 샤롯테와 비슷한 연령의 여성들은 거의가 그럴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일상의 일탈이 때로는 아름다운 환상이 될지언정 아름다운 현실은 절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다시금 국화 앞에 선 가을의 마음처럼, 세상은 모두 흘러가는 데에 있으며  애

써 잡으려 함은 오로지 욕망일 뿐, 사람은 그저 헤어지기 위해서   만나는 것,

모든 것은 버리기 위해서 잠시 내 손 안에 잡았었다고만 생각하기 바랍니다.


온 몸과 마음으로 겪고 난 후에는 이미 아름다운 환상이란 착각은 추한 흔적으

로 남을 것입니다.


그냥 놓쳐버린 기차는 아쉽지만 그 잔영은 깊이 남아 나를 오래도록 아름다운

殘像을 추억케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는 자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한 줌의 所有는 나를 한 줌의 인간으로밖엔 만들지 못합니다.

자유롭고 아름다운 나의 영혼과 평안을 위해 버리십시오.


이것은 비록 그의 존재만을 샤롯테에게서 버리라는 것이 아니며, 나의  소유와

소유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버리면 나는 마음이 한없이 행복한 자유인이 되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극복 할수록 마음은 즐거움을 향해 갈 수가 있겠

지요.


주제넘게 잘 못 짚었다면 샤롯테를 아끼는 마음으로만 알아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