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서 본 가리산 정상 바위
가리산 2봉에서 바라본 서쪽의 산과 하늘
가리산 정상에서의 조망
가리산의 정상 봉우리 사이로 바라본 먼~산
동락재 통신-99: 비오는 날 콧바람을 쐬다 (07. 3. 5)
그러니까 벌써 어제가 되는군요. 지금이 새벽 1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니
까.......
이곳도 오전부터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을 했습니다.
모처럼 답답하기도 해서 바깥바람이나 쐴까하고 무작정 밖으로 나섰습니다.
어디로 방향을 잡을까 하다가, 선장이 방향타를 잡듯이 핸들을 원주 쪽으로 틀
고, 원주에서 제천이나 여주 쪽으로 난 길로 가볼까 하다가, 횡성 쪽에서 길을
놓치는 바람에 그냥 쭉 동해 쪽으로 향했습니다.
속도는 그저 60-70Km 안팎으로 여유 있게 달리니 경제속도가 되어서인지 기
름도 별로 많이 먹지를 않더군요.
여행의 운치는 국도나 지방도를 다니는 편이 훨씬 좋아서 웬만큼 시간을 요하
는 일이 아니면 고속도로는 사양하고 있습니다.
옛날 낚시를 다닐 적에는 무에 그리 분초를 다툴 일이 있다고 고속도로로
100Km를 넘어 달린 적이 다반사였지만 말입니다.
장평, 속사를 지나 진부, 평창을 경유하게 되는데 비가 오면서 안개가 짙게 끼
기 시작을 하여 시야가 전방 50미터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곳이 많았습니다.
겨울이 된 후 이쪽으로는 처음이었는데, 지난 가을까지는 나무 잎들에 가려서
지난 수해의 현장이 적나라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에야 그 발가벗은 모양
을 보니, 그 피해의 몰골이 처참하여 당시의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
적, 물적 피해가 얼마나 컸을까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 강원도의 山河가 모두 엄청난 수해를 입었는데, 아직도 복구는 커녕
복구 작업을 시작하지 않은 곳도 널려 있었습니다.
TV에서는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하여 만반의 준비가 된 것처럼 보
도가 되지만, 동계올림픽 실사단이 와서 보고 어떤 판단을 했을지, 이 나라의
관리들은 중앙이나 지방을 가리지 않고, 또 매스컴 역시 어쩌면 이렇게도 실상
을 오도하고 있는지 참으로 그들의 이러한 한심한 작태는 아마도 눈에 흙이 들
어가기 전까지는 고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기왕에 이쪽으로 왔으니 대관령 산림박물관을 관람하고 갈 요량으로
舊 대관령고속도로를 탔습니다.
안개가 너무 짙게 끼어 삼사십 미터의 앞길도 잘 보이지 않는데, 어느 소형승용
차 몇 대가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기에, 먼저 가라고 신호를 해도 추월도 못
하면서 왜 그렇게 바짝 따라오는지......
대개 소형승용차는 젊은 친구들이 운전을 하는데, 요즈음 느끼는 것은 운전의
예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더구나 제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도 특히 젊은 사
람들은 남, 녀를 가리지 않고 겁 없이 나대는 꼴을 보면 참 어이가 없습니다.
오늘 같이 안개가 짙게 끼어 운전을 하기에 위험한 날엔 꼭 그런 녀석들이 사고
를 내고 남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지요.
이 박물관은 예전엔 “대관령산림박물관”이란 명칭이었는데 “대관령박물관”으
로 명칭이 바뀐 것 같았습니다.
명칭이야 어찌됐건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고, 이 박물관의 전시품들은 어느 개
인이 수집한 것을 기증하였다고 하는데, 개인의 수집품 치고는 양도 방대하고
질도 수준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요즈음은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 관광객이나 산행객들이 이런 박물관
의 관람이 빈번한 것을 보면, 보편적인 문화수준이 향상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오늘도 20대 젊은 부부로 보이는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
고 들어와서는 제 아이 귀엽다고 유모차를 요란스럽게 들었다 놨다하면서 커다
란 소리로 아이를 얼르고 합디다만, 왜 요즈음 젊은 아이들은 점점 더 공중도덕
이라는 것을 모르고, 최소한의 예절도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려.
가정교육에도 학교 교육에도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흘
러가버렸습니다.
그런 젊은 아이들의 자식들은 또 무얼 보고 배우려는지......
사실 이 나라의 주축이 될 젊은 아이들의 정신과 행동이 올바라야 이 나라의 희
망도 있을 터인데.
항상 아내와 여행을 다니다가 혼자서 나서니 재미도 없고 감흥도 없는 것 같았
습니다.
더구나 항상 아비가 사용하던 디지털 카메라를 작고 싼 것이라고 딸이 이번 중
국여행에 가지고 가고, 딸이 쓰던 카메라를 임시로 바꿔 쓰자고 했는데 이제는
복잡한 기계는 머리에 쥐가 나서 사용하기가 싫어서 카메라도 가져 오질 않아
서 바깥 풍경을 사진도 찍지 못하니 여행의 묘미가 반감이 되었습니다.
기왕에 온 김에 강릉이나 정동진의 해안도로를 따라 가볼까도 하다가 혼자서
별로 재미도 없어서, 양양을 지나 한계령으로 향했습니다.
구룡령 가는 길로 접어들려고 했는데 신설 사차선 도로에서 빠져나가는 길을
놓치는 바람에 그냥 한계령으로 올랐습니다.
이곳 역시 가을에 보았던 것보다 더욱 지난 번 수해가 엄청났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복구의 손도 안댄 곳이 너무도 많더군요.
한계령을 넘어 밑자락 한계리의 TV보도에 자주 났던 주민들 역시 복구 작업의
진척은 거의 없는 듯 했습니다.
그 자그마한 콘테이너 박스에서 지난겨울을 보냈으니, 그들이 내 가족이었다면
얼마나 더 마음의 고생들이 컸었겠습니까?
왜 개울의 바닥 가운데에 집을 짓고 살게 했는지, 현장을 보니 이해가 되질 않
더군요.
물론 그때에는 기상이변에 의한 재해가 드믄 때이기도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개울물이 흐르는 河床과 다를 바 없는 곳에 집을 짓고 산 격이니, 그
렇게 큰비에 해를 입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장차 산촌이나 전원에 주택을 짓고자 하는 분들은 절대 명심해야할 것이 주택
의 立地입니다.
아무리 경치가 좋다한들, 절대 산을 깎아 집을 짓지 말고 背山臨水라는 明堂과
名勝에 홀려서 그런 곳에 집을 짓지 말라는 것입니다.
경치보다 목숨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이미 부락이 형성되어 있고, 오랫동안 자연의 재해가 없는 것이 검증된 곳으로
터전을 마련해야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오는 길에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인제의 목공예갤러리라는 곳을 들려보았습니
다.
항상 그곳을 지나면서도 한 번 둘러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오늘은 마음
먹고 어떤 작품들이 있나 보려고 했더니 휴일이라 서인지 문을 닫았습니다.
며칠 전 아내가 친구들과 월례모임에 인사동 한국화 전시와 민속박물관을 관람
을 했는데, 마침 민속박물관에 인제의 목공예갤러리 팜프렛이 있어서 보았다는
얘기를 하기에, 한 번 먼저 둘러보고, 다음에 아내와 같이 자세히 관람을 해보
려고 했는데, 일요일이라고 문을 닫아서 아쉬웠습니다.
그곳은 인제의 木工藝家 십여 명이 작품 활동도 하고 전시, 판매도 한다고 서울
에 까지 팜프렛을 뿌리며 광고를 했다면 서울과 도시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주
말과 공휴일엔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데, 아마 그런 점들이 도시사람들과 지방 사람들의 관점의 차이가 아닌가합니
다.
그들이 무슨 분야의 어느 정도의 목공예가 이며 무슨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는
지는 다음에 아내와 함께 와서 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인제까지는 지난 연말에 4차선 도로가 완전 개통이 되어서 휴일에도 차가 밀리
지 않아 좋아졌습니다.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아까 대관령박물관에서 보았던 木家具와 木彫刻 소품,
그리고 상여에 쓰인 꼭두나 목장식 등을 스케치 해두어야겠습니다.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너무도 많은데 모두 언제 다 만들어보나......?
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
벼랑꼭대기에 있지만
예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숴버린 이.
조정권 시인의 <독락당>이란 시이다.
아무도 찾지오지 못하는 곳에 지은 독락당, 오르는 길도 내려오는 길도 없는
그 절망아닌 스스로 선택한 이 세상 모든 것과의 切緣.
모든 것과의 절연은 과연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곰곰히 반추해 볼 필요가 있는 시간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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