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할 말 있어요!

 

 

 

 

 

<저기....  할 말 있어요!>           2007. 6. 8 

요즈음은 왜 그렇게 눈물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그냥 눈물이 나요.

조금 슬픈 드라마를 보더라도

아니 내가 생각해도 이건 슬픈 일이 아닌데,

왜 그냥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책을 읽다가도

남이 써놓은 시집을 읽다가도

아니 그냥 신문의 평범한 기사를 보다가도

그렇게 슬픈 것도 아닌데도

왜 스르르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이게 나이를 먹는 건가요?

아니면 내 할 일 없는

직장을 그만둔 나이 먹은 사내들의

슬픈 인생의 마지막 풍경일까요?

그냥 내 처지는 슬프다고 생각 않는데도

내 늙은 아내가 불쌍하고

어른이 다 된 내 아이들이 안됐고

내가 왜 이렇게 살아 왔을까? 생각이 될 때면

그냥 눈물이 나와요.

지나고 보면

내 인생, 그렇게 잘 못 살아온 것만은 아닌데

왜 이렇게 슬프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고적하고 외로운 산골 밑자락에서

혼자 있을 때면

그냥 눈물이 나올 때가 있어요.

그게 늙어가는 것인가 봐요.

왜 사람은, 아니 남자는

늙어지면 눈물이 흔해 질까요?

젊은 시절,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사내란......

눈물을 보이면 여자만도 못하다는

옛 어른들의 짓 누르는 말씀에

아직도 가위가 눌려서 일까요?

어쨌던 서글퍼져요.

가족들에게, 심지어는 제 스스로에게

나는 끝까지 강하다고

약하지 않다는 소리는 들어야 된다는

남 좋은 일만 생각하다가

 

내 스스로를 위한 일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결국은 늙어서

지는 꽃 잎만 바라보아도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이제는 모든 것이 다 늦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그냥 슬퍼서 눈물이 나는 날이 많아져요.

이게 사는 건가 봐요.

나의 얼굴 모르는 

아버지도 그랬을 거 같아요.

 

누군가 그랬어요.

내가 어느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면서

하찮은 드라마를 보고도

아내 몰래, 자식들 몰래

눈물을 훔치는 적이 있다고 했을 때,

 

어떤 내 딸과 같은 나이의 젊은 엄마가

댓글을 달았어요.  이렇게....

“저희 아빠도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려요.

그런 아빠의 모습 처음 보았을 땐

신기하기도 했지만,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우리 아빠도 늙어가는구나’ 생각하니,

저도 눈물이 났어요.“

그래요.

그런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아내와 아들과 딸이 있어서

이렇게 눈물이 많아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또 눈물이 나네요.

그냥 내 식구들 생각하면 눈물이 나네요.

그러게 이게 늙는건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