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 116- 오랜 무릎부상의 치료에 진저리를 치며....

sosoart 2007. 10. 13. 10:25

 



 

 

<동락재 통신 116- 오랜 무릎부상의 치료에 진저리를 치며...>   07. 10.13


올해엔 내 살아가는 이야기인 동락재 통신을 통하여 몇 마디 끄적여 보지도 못하고 어언 가을이 깊어지는 10월의 중순에 들어섰다.

전반기엔 숲길과 등산로조사를 한답시고 시간이 별로 나질 않아서 그랬고, 후반기에는 하산 도중에 무릎에 부상을 입어서 지금까지 병원에 다니며 물리치료를 하고 있는데, 통원치료를 하자면 매일 3-4시간 이상이 소요되니 일상생활의 맥이 끊겨 아무것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무릎의 부상 치료에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어언 5개월째 치료를 하고 있으니 짜증도 나고 생활의 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빨리 완치가 되면 좋겠는데, 나이 들어 다치면 이렇게 회복이 늦어지게 되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 이런 점도 새삼 느끼게 되니, 늙어간다는 것이 참 허무하고 가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설령 완치가 안 된다는 것을 가정하여 그에 대비도 하여야 될 것 같다.

남들은 더 늙어 70이 지나서도 자기의 건강을 위하여 등산에 입문하기도 하고 더욱 열심히 산행을 하고 있는데, 나는 젊었을 적부터 수 십 년의 등산경력이 있다고 몸을 너무 과신하고, 게다가 여러 가지 운동을 해 왔기에 너무 자신의 건강에 과신을 한 것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어서 여간 후회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제는 산을 오르지는 못하고 그저 산 아래에서 보행으로 산책정도나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어 오지만 누굴 탓하겠는가?


禮記의 大學 篇에 “物有本末”이란 말처럼 “모든 사물에는 근본과 끝이 있다”는 것인데 즉 내가 그런 원인을 만들었으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어서, 카톨릭에서 “내 탓이오”하듯이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이 된 것이니 씁쓸하지만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치가 아닌 가 싶다.


어찌 됐건 이번 겨울부터는 다시 初心으로 돌아가 목공예의 작업과 그림, 그리고 나의 삶의 흔적을 기록하는 “동락재 통신”에 전념을 하고자 한다.

그나마 산촌의 한 구석에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산을 응시하면서 묵상을 해본 듯, 大僧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할 터.

현실적인 나의 생활을 직시하고 나의 작업에 몰두하는 것만이 나를 다시 찾아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이번 달 부터는 공방의 리모델링 작업을 손수 하여 東山房 만의 작업실과 작은 전시공간도 만들어 볼까 한다.

더불어 나를 찾아오는 손님들과 차 한 잔 따뜻이 나눌 수 있는 茶室이나 흔히 茶人들이 “茶道”를 행하는 곳은 아닐지언정 커피든 홍차든 녹차든 우롱차든 그저 나와 손님들의 기호와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그 분위기에 취하는 차를 마시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이번 리모델링 작업에는 벽과 벽의 공간을 우리네 전통 한옥과 사찰의 문창살을 주조로 한 미닫이를 넓게 펼쳐 달고, 벽의 공간엔 浮彫나 꼴라쥬 형식의 나무 作業으로 목공예가의 특별한 작업공간과 휴식공간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이 작업은 하루, 이틀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서 한, 두 달.... 적어도 이번 겨울 내내 계속하여야 할 작업으로 여겨진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스스로 꾸며서 내가 편하게 작업하고 쉬는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겠다는 말이다.


어쨌던 작업 착수 전까지 무릎이 완치되었으면 좋겠고, 그 전에 필요 목재를 더 구입하여 이달 하순부터 시작을 하고자 한다.


뭐니 뭐니 해도 나의 작업에 몰두하고 정진하는 것만큼 즐겁고 행복한 것이 어디 또 있으랴?

다음 주 모처럼 아내와의 남도여행을 계획하며 이 가을의 한 가운데에서 빨갛게 물들고 싶다.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이란 시를 읽으며 가을의 한 복판에서 추억해 보고 싶다.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

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

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

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