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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때문에 죽지 마세요” 제윤경이 주빌리은행을 만든 까닭/ 정윤영

sosoart 2016. 12. 5. 16:19

http://news.bookdb.co.kr/bdb/Interview.do?_method=InterviewDetail&sc.mreviewNo=60822


“빚 때문에 죽지 마세요” 제윤경이 주빌리은행을 만든 까닭


가계부채 1,200조 원 시대.

저금리에 돈을 빌려줄 테니 집도 사고 “바쁠 땐 택시도 좀 타고” 살라며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속삭인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너무 많다. 치솟는 전세금을 내지 못한 사람, 아픈 가족의 병원비가 부족한 사람, 월 40만 원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사람에게 저금리 대출은 귀가 번쩍 뜨이는 반가운 얘기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허덕이는 서민을 유혹하는 것은 대부업체 광고만이 아니다. 정부의 대책 없는 대출제도와 철학 없는 언론 때문에 서민은 ‘빚도 자산’이라는 함정에 빠지고, 달콤한 덫은 삶의 파괴로 귀결된다.

‘경제민주화 전사’라는 별명답게,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의 저자 제윤경은 빚을 ‘땡처리’ 하는 약탈적인 금융제도를 고발하며, 채무자의 의무가 아니라 채권자의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서민에게 필요한 것은 저금리대출이 아니라 복지임을 환기시켜준다.



Q 에듀머니 대표이자 희망살림 상임이사, 최근 주빌리은행(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만든 시민단체 오큐파이 팀이 2012년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로 부채 탕감 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은 지난 8월 주빌리은행을 설립하고 채권을 소각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설립까지 굉장히 바쁘신데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주빌리은행 만들겠다고 했을 때 이렇게 대박 터질 줄 몰랐어요.(웃음) 기사 나오기만 해도 고맙겠다고 생각했는데 신문 1면에 나오고 사설에까지도 나오니까 책임감을 크게 느꼈죠. 이렇게까지 빨리 진행될지 모르고 출범부터 했는데 설립 이후에 문의가 폭주했어요. 준비가 아직 안 된 상태에서 시스템을 갖추느라 필요한 것이 많아요. 요새 재능기부 부탁하러 다니느라 바빠요. 채무자 분들은 문의 많이 하는데, 기부는 아직… 1년에 천억 원 정도 탕감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Q ‘경제민주화 전사’라는 별명이 있으시던데, 특히 금융제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그건 너무 과한 별명인데…(웃음) 재무설계 회사에서 교육 관련 일을 했어요. 상식의 잣대로 아닌 것은 아니라는 고집이 있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회사에) 아닌 것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과도하게, 무리하게 투자하게끔 만들어요. 이런 게 못마땅했죠. 그래서 직접 회사를 차렸어요.

처음에는 단순했어요. 고객들에게 좋은 정보, 객관적인 정보를 준다는 거였죠. 그런데 금융제도 자체가 좋은 정보를 주기가 힘든 거예요. 또 좋은 정보도 한계가 있고요. 빚 때문에 사람들이 자활을 못해요. 추심에 시달리고, 빚 때문에 죽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런데 제도적으로는 답이 없고. 그래서 저희가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거죠.


약탈적인 금융과 맞서는 ‘경제민주화 전사’

Q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굉장히 야만적이라고 하셨어요.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빚 때문에, 돈 때문에 사람이 죽잖아요. 그런데 금융회사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둬들여요. 이것만 봐도 너무 야만적이죠. 국민들이 수입의 40%를 이자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어요. 금융사가 그렇게 이자수익 거둬서 그걸 좋은 데 씁니까? 경제발전에 쓰느냐, 부가가치 생산하느냐? 아니에요. 수익률은 주주들한테 배당한단 말이에요. 예금자가 가져가는 게 아니에요. 이 정도면 금융식민지라는, 노예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채무자 구제하는 프로그램에 예금자가 화 낼 필요가 없어요. 사람들이 채무소각 운동을 ‘채무자들이 빚 떼먹게 세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오해해요. 그런데 채무자에게 세금 쓴 적 한 번도 없습니다. 우리도 세금을 쓰라는 게 아니에요. 은행들이 이미 손실로 상각하는 채권은 그걸로 끝내야 하는데 그걸 땡처리 해서 다시 팔고, 또 자녀들한테까지 대물림 하는 게 문제에요. 채무소각 운동은 은행 살리지 말고 사람 살리라는 운동이에요.

Q 부실채권 ‘땡처리’는 어떤 내용인가요?

연체된 빚을 금융권에서 손실 처리한 뒤에 그 채권을 대부업체에 5% 정도에 판매해요. 의류 땡처리랑 똑같아요. 묶어서 떨이로 파는 거예요. 그걸 매입한 대부업체는 원금, 연체이자에 법정비용까지 채무자에게 청구해요. 담보 회수하고 남은 200만 원짜리 잔존 채권을 2000원에 사서 1600만 원에 청구한 경우도 있어요. 이미 은행은 수익을 낼 만큼 내고 땡처리 하는 거죠. 채무자는 채권시장에서 사람 취급 못 받아요. 빚을 갚아야 하는 것까진 알겠는데 채무자가 노예는 아니잖아요. 시스템이 21세기 현대판 노예예요.

Q 채무자의 동의 없이 채권을 사고파는 것이 가능한가요? 규제가 있을 법도 한데요.

박근혜 대통령 공약 중에 채권 거래 시 채무자 동의를 구하겠다는 게 있었어요. 안 지켰죠. 채무자가 동의 안 하면 채무조정을 하게 돼있어요. 부실채권을 금융사가 계속 갖고 있으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니까. 다른 나라는 채무조정을 의무화하고 있거든요. 리스케줄링이라고 해서 채무 상환조건을 계속 다시 짜요. 이런 노력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채권자가 아무 노력 안 하고 있죠.

빚이 땡처리 되는 게 심각하니까 참여정부에서 배드뱅크(채무자 신용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채무자가 장기, 저리로 신규대부를 받아 기존 채권을 상환하고, 금융기관은 신용불량을 해제하도록 부실채권을 처분, 회수하는 은행)와 개인파산제도를 만들었어요. 채무자가 자기방어가 가능한 제도적 구제의 길이 있었던 거죠. 실제 성과도 있었고요.

그걸 다 없앤 게 이명박 정부예요. 배드뱅크도 사업화했어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배드뱅크를 운영했는데 정부가 이 사업을 시장에 내놓으라고 압박했어요. 아예 배드뱅크 자체를 없애려고 해서 그 법안을 저지하는 운동도 했어요. 에듀머니가 채무운동을 하는 곳은 아니었는데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채무운동에 더 관심을 갖게 됐죠.

Q 대부분은 빚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저 역시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요. 그 이유가 뭘까요?

보증 섰다가 날리고, 그런 경험들이 많아요. 연대보증제도 자체가 채무자들끼리 연대는 깨고 채권자에 동화되게끔 만들어요. 아주 봉건적이고 웃기는 제도예요. 은행이 해야 하는 평가를 방기하고 채무자를 노예화하는 거예요. 연대보증제도는 2000년대 초반에 없어지긴 했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었죠. 그런데 지금도 제2금융권에는 있어요. 그리고 금융권에서 끊임없이 그런 신념들을 심고 있죠.

물론 갚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빚은 당연히 갚는 거예요. 그런데 능력이 안 되면 못 갚아요. 그러니 능력 안 되는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지 말라는 거예요. 갚을 능력이 되는지 안 되는지 그걸 판단하는 건 금융이에요. 빌리는 사람이 그걸 어떻게 판단합니까, 당장 돈이 급한데. 에듀머니에서 재무 관련 교육을 많이 하는데, 금융사의 논리를 깨는 게 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해요, 빚은 꼭 갚아야 한다, 꼭 투자를 해야 한다는 금융사 논리가 신념화돼 있어요. 그 논리를 따를 필요가 없어요.


“서민에게 필요한 것은 대출이 아니라 복지”

Q 2006년 그라민은행(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액대출 은행)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후 저소득층이 복지에서 금융영업 대상으로 바뀌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사업이란 게 가능한가요?

환상을 유포시킨 거죠. 가난한 사람한테 저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섹시하게 들리죠. 전 세계 이목을 끌었고 초기에는 성공모델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사업은 성공할 수가 없어요. 돈이 있는 사람도 창업해서 성공하기 힘든데 가난한 사람한테 돈 빌려주고 창업해서 성공해라, 그럼 가난 극복할 수 있다? 이건 복지를 싫어했던 사람들한테 반가운 얘기였을 것 같아요.

< 블루 스웨터>라는 책을 쓴 재클린 노보그라츠는 자선 대신 일자리를 줘야 한다고 얘기해요. 물론 일자리도 있어야죠. 그런데 자선도 필요하고 복지도 필요해요. 자선을 베푼다고 해서 집 사주고 차 사주는 것 아니잖아요. 가진 사람은 조금 베푸는 것이지만 받는 분들은 먹고살거든요. 적은 자선으로 사람 먹여살리는 거예요. 자선을 베푸는 사람한테 더 축복이고 혜택이라는 걸 어필해야죠.

복지도 당연히 필요해요. 복지는 권리예요. 경제적으로 취약한 분들의 안전망이죠.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전제된 상태에서 사회적 금융이 필요한 것이지, 금융으로 다 풀 수 있다고 말하는 건 환상이고,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서민금융은 필요없어요. 서민복지가 필요하죠. 생계비가 필요한 사람은 은행이나 카드사가 아니라, 구청이나 복지단체를 찾아가야 돼요. 그런데 이걸 카드빚으로 해결하려고 하잖아요. 당연히 못 갚죠.

책에도 소개했지만 갚을 능력 없는 서민한테 돈 빌려주는 건 약탈이에요. 미국에는 아예 약탈적 대출방지법이 있고, 다른 나라들은 파산을 쉽게 해줘요. 과잉대출을 할 수가 없어요. 건전성 지표에 걸리니까 신중하게 대출해줄 수밖에 없죠. 그래도 서민들한테 저금리대출 필요하지 않느냐고 질문하는데, 저금리가 아니라 제로 금리여도 못 갚아요. <보노보 은행>이라는 책이 있어요. 세계 사회적 금융 사례들을 엮은 책인데, 그 책도 가난한 사람한테 대출해주는 게 사회적 금융이라고 얘기하지 않아요. 분명히 사회적, 경제적 약자가 있어요. 다 능력이 있을 수는 없잖아요. 실패한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해요.

Q 국민행복기금도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 프로그램으로, 내용만 보면 주빌리은행과 비슷한 프로그램 아닌가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서 추심하고 있어요.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빚이 사라지는데 그걸 국민행복기금에서 다시 살리는 거죠. 한 푼이라도 회수해야 그에 관계된 사람들이 행복한 거예요. 애초에 수익구조를 그렇게 만들어놨어요. 장사꾼들이 자기 지위에서 각자 지위만큼 가져가겠다는 거죠. 월 소득이 평균 40만 원인 사람들한테. 저는 국민행복기금에 사골국물위원회라고 별명을 붙여줬어요. 정말 마지막 한 방울까지 우려내겠다는 거예요. 대출과 연체, 그 안에는 사람 얘기가 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요

Q 금융감독원이 채권자의 편에서 채무자를 독촉하는 역할만 하는 등 균형 잡힌 역할을 못하잖아요.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정부, 언론 모두 채권자의 입장인 것 같아요.

삼성이 망하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은행이 망하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데 큰일 안 납니다. 삼성도 보세요. 장사하기 너무 쉬우니까 혁신을 하지 않아요. 경쟁력이 없어지죠. 과도하게 삼성 편드는 게 삼성을 망하게 하는 거예요. 삼성을 자꾸 감시하고 요구해야 혁신할 것 아니에요. 만날 베끼기 하고 세금 안 내고 쉽게 장사하는데 혁신하겠어요?

‘어떻게 하면 잘 사는 나라가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공정해야 누구나 각자 필요한 노력들을 하잖아요. 은행도 마찬가지에요. 은행이 망하기 싫으면 채무자를 잘 달래면 돼요. 이렇게 얘기하면 빚 갚는 사람만 바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빚을 잘 갚는 사람은 우대를 받아야 해요. 나는 빚 잘 갚고 있으니 혜택을 달라고 은행에 요구해야지, 돈 못 갚는 사람 인권이 침해되는 것에 동조할 문제가 아니죠.


‘당신의 빚은 소각되었습니다’ 빚 대신 빛을 주는 주빌리은행

Q 그래도 최근 채무자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생겨서 다행이에요. 주빌리은행이 어떤 곳인지, 기획하게 된 과정이 어땠는지 들려주세요.

주빌리은행은 시민들이 낸 후원금으로 2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부실채권을 뭉치로 사요. 대부업체를 설득해서 채권을 확보하는 거죠. 채무자들에게 형편이 되는 대로 갚으라고 말해요. 돈이 없으면 못 갚는 거고, 갚을 수 있는 분들이 있으면 그걸로 다른 채무자들 채권을 다시 사고요.

주빌리은행에 단초가 된 건 박원순 서울시장님이죠. 은행을 만드는 과정에 불을 붙여준 건 이재명 성남시장님이고요. 채무자 입장에서 무엇이든 하려면 정치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처음 의도대로 할 수 있었던 건 박원순 시장님 같은 혁신 정치가가 있어서 가능했고, 사건을 키우고 추진하는 데는 이재명 시장님이 역할을 해주셨어요. 주빌리은행을 준비하면서 작년에 위기가 있었어요. 세월호 이후에 무기력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추진력을 잃었는데, 성남시에서 같이 해보자고 해서 다시 시작했죠. 그리고 유종일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주빌리은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밝혀주신 게 큰 힘이 됐죠.

지금은 특정 채권을 매입하기 어렵지만 기획은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채무자가 ‘대부업체 추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면 어느 대부업체인지 확인해서 채무를 조정하는 거죠. 장기적으로는 그런 역할을 하려고 해요. 시민들이 모금에 동참해주시면 그걸 기반으로 채무자들 구제 프로그램에 쓸 거니까, 그냥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순환하는 거거든요. 모금을 하는 건 채권을 사는 데 쓰는 거지 개인 채무자한테 돈을 주는 건 아니에요.

Q 주빌리은행이나 채무자 구제 프로그램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에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주빌리은행 출범 이후에 오히려 악플이 엄청 줄었어요. 빚 떼먹으라고 조장하느냐는 댓글들이 많았었는데 최근에는 시민들이 채무 구제 프로그램에 공감하시는 거죠. 빚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많고 사례를 들어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물론 돈 있으면서 의도적으로 안 갚는 채무자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그런 분들은 채무자 구제 프로그램과 상관이 없어요. 우리가 하는 운동의 대상자들은 돈을 못 갚는다는 이유로 비인간적 대우와 수치심에 장기간 노출돼서 경제생활을 포기한 분들이에요.

Q 바람직한 금융제도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이 있어야 해요. 금융이 사람들을 약탈해서 쉽게 돈을 벌어요. 우리나라 금융사는 무능해요. 금융사가 기업의 프로젝트를 보고 거기에 투자를 해야 해요. 그러려면 판단해야 하잖아요. 그러고 싶지 않은 거죠. 그렇게 안 해도 개인대출 하면 돈 버니까, (기업 투자를) 안 해요. 극단적으로 ‘돈 떼먹기 쉬워야 금융이 발전한다’고 말해요. 금융이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금융이 손쉽게 장사 못하도록 규제해야 돼요. ‘돈 떼먹는 사람 욕하지 마라, 금융사가 너무 쉽게 장사하는 것 아니냐, 능력이 없으니까 돈 떼인 것 아니냐’ 이렇게 말해야 해요.

미국의 경우, 소득이 한 푼도 없는데 흥청망청 돈을 써요. 그럼 그 사람을 욕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카드사가 미친 거죠. ‘갚지도 못할 것 왜 빌리지?’가 아니라 ‘뭐 믿고 빌려주지?’ 이렇게 생각해야 돼요. 돈 빌려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 채무자한테만 엄청난 도덕성을 요구해요. 또 채무자도 권리의식이 전혀 없어요. 추심에 시달리다가 자존감이 낮아졌어요. 채무자도 밖으로 나와서 목소리를 내야 해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생각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남 얘기는 아니거든요. 나는 아니더라도 내 아이가 이런 사회에 살 수 있어요. 또 나도 늘 잘살라는 법은 없잖아요. 살다보면 실패할 수 있는데, 그럴 때 이런 끔찍한 사회여야 하나 싶어요. 다른 분야는 문제제기 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융은 없었거든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셔서 반드시 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문제제기를 하면, 사람들은 너무 이상주의 아니냐고 반문해요. 그런데 그게 무슨 이상주의에요, 상식이죠. 안 바뀐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식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사진 : 신동석





정윤영(북DB 객원기자)

낮엔 요가, 밤엔 과외로 밥벌이 하며 르포를 쓰고 있다. 세계평화를 꿈꾼다. 정말이다. 뭐라도 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팟캐스트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 대본을 썼다. freakss@naver.com

작가소개

제윤경

돈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관리 방법을 교육하는 (주)에듀머니의 대표이자, 금융으로 병든 살림살이를 치유하는 희망살림의 상임이사이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당연한 상식이 우리 사회에서 지켜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약탈적 금융에 맞서 싸워왔다. 빚을 사들여 소각하는 롤링주빌리 운동을 통해 불가피하게 얻은 빚 때문에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민들의 후원으로 부실채권을 사들여 소각하는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철저히 채무자들의 편에서 부채 상담과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그들이 새 삶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채무자들의 빚을 헐값에 거래한 뒤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부실채권시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고, 채권자 중심의 부당한 채무, 추심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