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오랜만에 자동대패 작업을 하며......

sosoart 2006. 4. 21. 01:37

 

 

내일은 단청색채로 벽걸이작업도 해야 하는데.......

 

 

 

 

 

 

 

 

오늘도 역시 가는 비가 내린다.


어제 오늘의 작업을 위하여 옆 마당에 쌓아놓은 나무들 중, 느릅나무, 蘇松, 마티카 등, 두께 40mm이상의 굵은 것을 골라 작업실 앞의 건조장(? 거창하지만, 실은 제재소에서 구입한 판재를 작업하기 전에 20여개 정도를 미리 바람이 잘 통하게 세워두는 곳)에 가져다 놓고, 일부는 우선 둥근톱으로 재단하여 작업준비를 하여 놓았다.


아침부터 바람도 많이 불고, 비도 오니 마당의 녀석들에게 밥도 주고, 물도 주고, 개똥도 치우고 하여야 하는데 귀찮고 성가시다.


그런데 오늘은 토순이 녀석이 이상하다.


쇠 철창으로  만들어서 그 놈들이 훤히 다 보이는 집인데, 사료통의 먹이를 먹지 않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료통을 발로 차는지 손으로 요란하게 흔들거리며 사료를 쏟아 버린다.


토돌이에게 시집을 보낸 지 한 열흘 정도 지났을까?

얘들은 신방을 차린 후, 2개월이면 새끼를 낳는다고 하는데, 벌써 입덧을 하는가?   얘들도 입덧을 하나?

사료의 냄새가 맡기가 싫은지, 사료를 많은 양을 발로차서 토끼우리 밖 아래로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다시 사료를 많이 넣어 주었는데, 또 손과 발로 사료통을 흔들더니 사료를 밖으로 내 버린다.


이상하기도 하고, 먹는 밥을 함부로 버리니 괘씸하기도 하나, 토끼들은 예민하여 하부로 다루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니, 야단을 칠 수도 없고....


계속 사료를 버리면 먹이를 당분간 주지 말아야 겠다.

숫놈 토돌이는 여전히 밥도 잘 먹더구만.....


어쨋던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부니, 강아지들 똥을 얼른 치우고, 추운 밖에 오래 있기도 싫어 작업실로 들어왔다.

요즈음은 작업실의 난로도 꺼버려 작업실도 썰렁하여 일을 하지 않으면 춥다.


어제 절단한 두꺼운 느릅나무와 지난 주, 광릉 제재소에서 가져온 각재와 판재를 사용하기에 알맞은 크기로 절단하고, 자동대패로 대패질을 했다.


이 대패는 소리도 요란할뿐더러, 대패 밥, 나무가루 등이 너무 많이 나와 작업을 할 때에는 보호경과 마스크, 그리고 머리를 자주 부딪혀 안전 헬멧을 꼭 쓰고 한다.


오전부터 오후4시까지 작업을 계속했다.

한 번 자동대패를 사용하면 톱밥이 많이 나오므로, 웬만하면 이 작업은 대패질 할 나무를 모아 놓았다가 한꺼번에 하고 톱밥을 버린다.


이 톱밥이 대량으로 나오는 제재소 같으면 농사짓는데 좋은 거름이 되고, 쇠똥이나 돼지 똥에 섞어서 우사나 돈사의 청결은 물론 거름으로  사용하게 되니 일거양득이지만, 이런 작업실이나 공방에서는 그렇게 대규모로 나오지 않으니, 손수 수레에 실어다가 버리든지 커다란 비닐봉투에 담았다가  치워야 한다.


태워서 채소 밭에 뿌리면 좋지만 태우는 것도 일이라서, 흙을 파고 묻어 두거나, 한 곳에 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태워 거름으로 쓰기도 한다.


아내가 있으면 몸이 불편하면서도 옆에서 도와주곤 하는데, 혼자서 하려니 그것도 힘이 든다.   옆에서 말을 나누는 사람이 없으니 더 힘들게 느껴진다.


또 판재 같은 경우는 두께가 40, 폭이 450, 길이가 3600 mm가 되니, 한 장을 들려해도 꽤 무겁다. 아마 3-40Kg 정도의 무게는 나갈 것이다.


이렇게 길이가 큰 판재는 작업실 안에서 둥근 톱으로 자르기 전에 밖에서 직소(Zig Saw)로 우선 반을 자른 다음에 둥근 톱으로 사용하기 알맞은 칫수로 재단을 한 다음, 자동대패로 대패 작업을 한다.


이렇게 큰 나무는 다루기도 힘들고, 무거워서 잘못 다루다가는 다치기가 십상이다.


그러니까 항상 둥근톱이나 대패를 사용할 때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을 하며 작업을 한다.


하긴 다른 공구 즉, 전동공구나 수공구도 조각칼의 경우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손을 베거나 다치기가 다반사이다.


학교에서 실습을 할 적에는 손이 잘린 사람은 물론 이고, 손을 벤 사람들이 많아서, 학교 근처에 단골 병원이 있을 정도이다.


잠시 딴 생각을 하면 어김없이 표시가 난다.

피를 보는 일이 매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나의 작업실의 기계는 남이 절대로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우선 함부로 건드리면 다치는데, 그것도 약간 다치는 정도가 아니라 잘못하면 손가락은 물론 팔이 절단되기 때문에, 내 가족도, 더구나 남은 작업실의 공구나 기계를 만지지 못하게 하며, 잘 보여주지도 않고 있다.


이웃에 목공예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나는 그들을 받지 않는다.

나의 기계를 쓰다가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나에게 돌아오게 되므로, 그런 짓을 할 이유는 전혀 없을뿐더러, 호기심에 배운다고 해도 그런 사람들은 한 달도 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몇 푼을 받기위해 나의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도 않고, 나의 작품 아이디어 및 소재가 유출되는 것도 반가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열흘 전에도 어떤 인사가 마당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길옆에 차를 세워두고 마당에 세워놓은 솟대라든지 각종 조형물에 카메라를 대고 열심히 찍고 있었다.

나이는 50은 되었을까 하는 인사인데, 내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까, 차를 타고 얼른 도망을 간다.


마당의 조형물이야 이미 공개가 된 것들인데, 작품의 임자인 듯싶거나 그 집의 주인인 듯싶으면, 가벼운 인사로 "이러 저러해서 사진을 좀 찍었습니다“하면 오죽 좋은가?

기왕 찍은 것, 무어 그리 대단하다고 필름을 뺏을 것인가?

그러지 않아도 내 작품의 사진을 찍기에, 무엇 하는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왕이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안으로 불러 들여 차나 한 잔 대접하려고 했더니, 죄를 지은 놈처럼 잽싸게 핸들을 잡고 도망을 갔다.

사람의 예절이란 것이 그리도 차리기가 어렵단 말인가?


하긴 동락재의 안에 들어와서도 양해도 없이 작품의 사진을 모조리 찍어가는 인사들도 여럿 있다.


그냥 내버려 둔다. 

내 블로그에도 공개를 했는데, 사진을 찍어가서 모방을 해도, 제가 만든 것과 나의 작품과는 다르지 않겠는가?


어쨋던 오랜 만에 커다란 판재를 가지고, 둥근톱과 자동대패 작업을 하고나니 어깨가 아프고, 팔에 쥐가 난다.


정말 이제는 늙었다는 것을 느낀다.  조금만 무리를 해도 팔과 다리에 쥐가 난다.


너무 운동을 소홀히 한 결과다.


젊은 시절 운동 속에 살았다고 자부하며 운동을 안 한지가 10 수년이니 제몸 자신하는 인사가 어리석음을 알면서도, 내가 그 짝이니......


항상 요즈음 아내가 강조를 한다.

매일 매일 운동을 하라고.

뒷산의 산책은 적어도 이틀에 하루는 가지만, 목공예작업이 운동이라 핑개를 대면서 별도로 운동을 하지 않았다.

땀을 내는 운동과는 다르니, 이제는 몸 관리에 게을음을 떨지 말아야겠다.


톱밥 가루와 나무 먼지를 많이 뒤집어써서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책상위에 둔 손 전화에 문자멧세지가 왔는데, “자기야, 나 지금 아파!  지금 시집에 왔으니 내가 전화할게, 전화 하지마”라며 엉뚱한 전화번호가 찍혀 있다.


어떤 바람난 여우가 제 애인한테 전화를 한 모양인데, 그 애인이란 녀석이 그 문자 메시지를 받지 못한 것은 분명할 테고....,  그런 줄도 모르고 그 바람난 여우에게 전화하다가 꼬리가 밟히지 않으려는지......


걱정도 팔자다.


피곤하니, 오늘은 일찍 잠을 자야겠다.  일찍 잠을 잔다고 해야 밤 1시에서 2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