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sosoart 2006. 12. 9. 11:16

이 산촌에도 눈이 왔습니다.

산에도 들에도 눈이  왔군요.

세상의  더러운 모든 것들이

모두 하얗게 덮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아침엔 쌓인 눈을 쓸고나니, 온 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눈이 오면 기쁨보다 귀찮다는 생각이 앞서니

젊음의 낭만보다는 메마른 늙은 촌부로 변하여 감이

서글프기도 합니다.

 

마당의 눈을 쓸고, 눈사진을 몇 장 찍어 보았습니다.

 

동락재의 왕솟대가 눈을 맞아도 위엄을 잃지 않는군요.


올빼미와 지난 번 강풍에 긴 장대가 부러진 솟대입니다.  긴 지주나무를 구하기 전까지

임시로 짧은 나무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이 올빼미는 나중에 만든 것인데, 이녀석에게 정이 더 가는군요.


이 꽃사과나무는 여름엔 그늘을, 가을엔  아내가 특별제조하는  한방 동락차의

원료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겨울엔 이렇게 설화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동락재 차실의 큰 창으로 보이는 호수,  저수지의 겨울 눈 온날의 풍경입니다.




동락재 앞 조그마한 산의 비탈에 서있는 소나무 위에도 눈꽃이 피었습니다.


솟대와 소나무는 잘 어울리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위를 향하여 바라보는 이 솟대는 동락재에서 제일 귀여움을 받는 솟대입니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높은 곳을 향하는 마음이 건강해 보이지 않습니까?


옆 울타리에서 본 동락재와 목공예공방 동산방의 풍경입니다.


이 울타리 옆으로 난 오솔길을 오르면 지금쯤은 고라니가 먹이를 찾아 내려왔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뒷산으로 오르는 길 옆 소나무 몇 그루가 아주 운치가 있습니다.

오늘은 토요일, 이 뒷산에 오두막 한 채.  그 주인이 오늘은 오는 날이군요.

일년 365일 10년간, 휴일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 주말주택으로 내려오는 그 주인은

은되를 앞둔 칫과의사인데, 손수 오두막 집을 짓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솟대 넘어로 보이는 얕은 산이 운무에 가려 더 예뻐보이는군요.


솟대여 영원하라!

 

이 눈온 날 아침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라는 시의 의미를  차분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대.......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이제와서 지난 날을 후회한들, 무슨 큰 보탬이 되겠습니까마는

지난 날을 돌이켜보고 앞 날의 후회를 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지난 일은 지난 일

 

지금 이 순간에 진실하고, 열심히 산다면

세상 떠나는 날엔

그래도 조금은 덜 후회하지 않을까 싶군요.

 

남은 인생이 단 얼마일지라도

더욱 열심히 모든 것을사랑하며

나의 모든 것을 다하여 살아가야지요.

그것이 나에게 남은 마지막

할 일이 아닌가 싶군요.

 

이제는 눈이 멎었군요.

 

사랑하는 내 아내와, 내 남편과

오늘은 눈길 한 번 걸어보지 않겠습니까?

 

좋은 하루들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