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촌에도 눈이 왔습니다.
산에도 들에도 눈이 왔군요.
세상의 더러운 모든 것들이
모두 하얗게 덮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아침엔 쌓인 눈을 쓸고나니, 온 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눈이 오면 기쁨보다 귀찮다는 생각이 앞서니
젊음의 낭만보다는 메마른 늙은 촌부로 변하여 감이
서글프기도 합니다.
마당의 눈을 쓸고, 눈사진을 몇 장 찍어 보았습니다.
동락재의 왕솟대가 눈을 맞아도 위엄을 잃지 않는군요.
올빼미와 지난 번 강풍에 긴 장대가 부러진 솟대입니다. 긴 지주나무를 구하기 전까지
임시로 짧은 나무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이 올빼미는 나중에 만든 것인데, 이녀석에게 정이 더 가는군요.
이 꽃사과나무는 여름엔 그늘을, 가을엔 아내가 특별제조하는 한방 동락차의
원료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겨울엔 이렇게 설화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동락재 차실의 큰 창으로 보이는 호수, 저수지의 겨울 눈 온날의 풍경입니다.
동락재 앞 조그마한 산의 비탈에 서있는 소나무 위에도 눈꽃이 피었습니다.
솟대와 소나무는 잘 어울리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위를 향하여 바라보는 이 솟대는 동락재에서 제일 귀여움을 받는 솟대입니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높은 곳을 향하는 마음이 건강해 보이지 않습니까?
옆 울타리에서 본 동락재와 목공예공방 동산방의 풍경입니다.
이 울타리 옆으로 난 오솔길을 오르면 지금쯤은 고라니가 먹이를 찾아 내려왔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뒷산으로 오르는 길 옆 소나무 몇 그루가 아주 운치가 있습니다.
오늘은 토요일, 이 뒷산에 오두막 한 채. 그 주인이 오늘은 오는 날이군요.
일년 365일 10년간, 휴일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 주말주택으로 내려오는 그 주인은
은되를 앞둔 칫과의사인데, 손수 오두막 집을 짓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솟대 넘어로 보이는 얕은 산이 운무에 가려 더 예뻐보이는군요.
솟대여 영원하라!
이 눈온 날 아침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라는 시의 의미를 차분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대.......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이제와서 지난 날을 후회한들, 무슨 큰 보탬이 되겠습니까마는
지난 날을 돌이켜보고 앞 날의 후회를 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지난 일은 지난 일
지금 이 순간에 진실하고, 열심히 산다면
세상 떠나는 날엔
그래도 조금은 덜 후회하지 않을까 싶군요.
남은 인생이 단 얼마일지라도
더욱 열심히 모든 것을사랑하며
나의 모든 것을 다하여 살아가야지요.
그것이 나에게 남은 마지막
할 일이 아닌가 싶군요.
이제는 눈이 멎었군요.
사랑하는 내 아내와, 내 남편과
오늘은 눈길 한 번 걸어보지 않겠습니까?
좋은 하루들 보내십시오.
'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 > 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나의 茶軒에 놀러오다 (0) | 2007.10.19 |
---|---|
나는 부럽다. 행복한 밥을 짓는 사람들이 (0) | 2006.12.14 |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 앉아서...... (0) | 2006.11.20 |
차 한 잔의 이야기49 (0) | 2006.07.03 |
어머님의 기제사일 (0) | 2006.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