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1178

[스크랩]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

[스크랩]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곷송이 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후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 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에 서럽게 서 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

[스크랩] 살다가 보면 / 이근배

살다가 보면 /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

[스크랩] 주막(酒幕)에서 / 김용호

주막(酒幕)에서 / 김용호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集散)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엄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

[스크랩] 한 줄기 눈물도 없이 / 박인환


 한 줄기 눈물도 없이 / 박인환 음산한 잡초가 무성한 들판에 용사가 누워 있었다. 구름 속에 장미가 피고 비둘기는 야전병원 지붕 위에서 울었다. 존엄한 죽음을 기다리는 용사는 대열을 지어 전선으로 나가는 뜨거운 구두 소리를 듣는다. 아 창문을 닫으시오. 고지탈환전 제트기 박격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