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 하나/ 김준태 콩알 하나 김준태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할머니의 구멍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었다. 그때 사방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19
해, 저 붉은 얼굴 / 이영춘 해, 저 붉은 얼굴 이영춘 아이 하나 낳고 셋방을 살던 그 때아침 해는 둥그렇게 떠 오르는데출근하려고 막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 뒤에서 야야! 야야! 아버지 목소리 들린다 “저어--너-- 한 삼 십 만 원 읎겠니?” 그 말 하려고 엊저녁에 딸네 집에 오신 아버지 밤 새 만석 같은 이 말,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13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정호승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정호승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사람을 멀리하고 길을 걷는다. 살아갈수록 외로워진다는 사람들의 말이 더욱 외로워 외롭고 마음 쓰라리게 걸어가는 들길에 서서 타오르는 들불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고독하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13
[스크랩] 류근/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내가 세상에 와서 한 일이라곤 오로지 울고 싶을 때 그 울음을 참은 것이 전부였다. 나무는 꽃을 따라 울고 꽃은 바람을 따라 울고 바람은 이승의 별자리를 따라 운다. 그러니 나도 울리라. 당신의 울음을 들어주는 來生의 바람 한 잎, 저쪽에서 내게로 불어온다. 류근/ 사랑이 다시 내게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04
[스크랩] 왜 나는 순수한 민주주의에 몰두하지 못할까 / 마광수 왜 나는 순수한 민주주의에 몰두하지 못할까 / 마광수 노예들을 방석 대신으로 깔고 앉는 옛 모로코의 왕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돌아온 날 밤 나는 잠을 못 잤다 노예들의 불쌍한 모습에 동정이 가다가도 사람을 깔고 앉는다는 야릇한 쾌감으로 나는 흥분이 되었다 내겐 유일한 자유, 징..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04
[스크랩] 송도 앞 바다를 바라보면서/ 장기려 송도 앞 바다를 바라보면서/ 장기려 수도꼭지엔 언제나 시원한 물이 나온다. 지난겨울엔 연탄이 떨어지지 않았다. 쌀독에 쌀을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세끼 밥을 먹었다.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신다. 언제나 그리운 이가 있다.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더 키울 수 있다. 그놈이 새끼..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04
[스크랩] 칠십/임종/아버지의 멍에-김복수 칠십 김복수 내 나이 한 잎 두 잎 단풍들어 가을인줄 알았는데 벌써 빈 들판을 지나는 찬 바람 소리 기러기처럼 울고 있구나. 돌아보면 문을 열어 놓고 사는 날보다 문을 닫아 놓고 사는 날들이 쾌청한 날보다 눈비 오는 날들이 많았던.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날들 뿐이었을까? 이제 내 인..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04
[스크랩]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04
어느 대나무의 고백/ 복효근 어느 대나무의 고백 복 효근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컨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개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