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잃어버릴 것을 / 조병화 제주도 저지예술인마을에서 나에게 잃어버릴 것을 조병화 나에게 잃어버릴 것을 잃어버리게 하시고 나에게 남을 것을 남게 하여 주십시오 와글와글 타오르던 무성한 여름은 제자리 자리마다 가라앉아 귀중한 생명들을 여물게 하였습니다 보시다시피 이젠 감당 할 수 없이 숨찬 계절이..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2.28
사평역에서 /곽재구 마라도 바람을 맞는 언덕에서 사평역에서 곽재구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2.28
[스크랩] 기다림은 아련히 / 조병화 기다림은 아련히 / 조병화 이제,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인생의 겨울로 접어들면서 기다림은 먼 소식처럼 아련해지며 맑게 보다 맑게 가볍게 보다 가볍게 엷게 보다 엷게 부담 없이 보다 부담 없이 스쳐 가는 바람처럼 가물가물하여라 긴 생애가 기다리는 세월 기다리면서 기다리던 것을 보..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2.28
송년에 즈음하면/유안진 제주 김영갑 갤러리에서 송년에 즈음하면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년이 한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 길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2.26
[스크랩] 아, 입이 없는 것들 / 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 저 꽃들은 회음부로 앉아서 스치는 잿빛 새의 그림자에도 어두워진다 살아가는 징역의 슬픔으로 가득한 것들 나는 꽃나무 앞으로 조용히 걸어나간다 소금밭을 종종걸음 치는 갈매기 발이 이렇게 따가울 것이다 아, 입이 없는 것들 이성복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2.23
[스크랩] 의미 / 서정윤 이순구 畵 의미 / 서정윤 사랑을 하며 산다는 것은 생각을 하며 산다는 것보다, 더 큰 삶에의 의미를 지니리라. 바람조차 내 삶의 큰 모습으로 와닿고 내가 아는 정원의 꽃은 언제나 눈물빛 하늘이지만, 어디에서든 우리는 만날 수 있고,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는 잊혀질 수 있다. 사랑으로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2.23
[스크랩] 과장님 먹을 쌀/ 류근삼 과장님 먹을 쌀 류근삼 시골 버스 삼백리 길 덜커덩거리며 과장으로 승진한 아들네 집에 쌀 한 가마 입석버스에 실었것다. 읍내 근처만 와도 사람 북적거린다 뚱뚱한 할매 울 엄마 닮은 할매 커다란 엉덩이 쌀가마 위에 자리 삼아 앉았것다. <이놈우 할미 좀 보소 울 아들 과장님 목을 쌀..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2.23
[스크랩]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잔 이 죽일놈의 고독..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2.19
[스크랩] 꽃피는 시절 /이성복 꽃피는 시절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귀먹고 눈먼 당신은 추운 땅속을 헤매다 누군가의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2.16
[스크랩] -길위에서 중얼거리다 / 기형도 - 길위에서 중얼거리다 . . .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