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 서 정주 ♥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 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종일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9.18
[스크랩] 산경 (山經) / 도종환 " 설악산 雲海 산경(山經)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9.18
[스크랩] 상징과 실재 / 윤석산 상징과 실재 / 윤석산 어렸을 적 내가 살던 신당동에는 "일산 배추"라고 외치며 다니는 야채장수가 있었다. 아무도 그 아저씨가 파는 배추가 일산에서 재배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일산이 여기서 어딘데, 정말 저 배추를 일산에서부터 가지고 왔을까, 하고 의..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9.16
[스크랩] 헤어진다는 것은 /조병화 헤어진다는 것은 /조병화 맑아지는 감정의 물가에 손을 담그고 이슬이 사라지듯이 거치러운 내 감정이 내 속으로 깊이 사라지길 기다렸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시간에 해와 달이 돌다 밤이 내리면 목에 가을옷을 말고 -이젠 서로 사랑만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9.15
사람이 산다는 것이 / 오광수 사람이 산다는 것이 / 오광수 사람이 산다는 것이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아서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은 집채같은 파도가 앞을 막기도 하여 금방이라도 배를 삼킬듯 하지만 그래도 이 고비만 넘기면 되겠지 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 삽니다. 우리네 사는 모습이 이렇게 비 오..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9.15
[스크랩]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 이기철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창문은 누가 두드리는가, 과일 익는 저녁이여 향기는 둥치 안에 숨었다가 조금씩 우리의 코에 스민다 맨발로 밟으면 풀잎은 음악 소리를 낸다 사람 아니면 누구에게 그립다는 말을 전할까 불빛으로 남은 이름이 내 생의 핏줄이다 하루를 태우고 남은 빛이 별이 될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9.15
[스크랩] 가을편지 / 이성선 가을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칸씩 비워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 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9.11
[스크랩] 가을 편지 / 나호열 가을 편지 / 나호열 당신의 뜨락에 이름모를 풀꽃 찾아왔는지요 눈길 이슥한 먼 발치에서 촛불 떨어지듯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꽃 어느날 당신이 뜨락에 내려오시면 이미 가을은 깊어 당신은 편지를 읽으시겠는지요 머무를 수 없는 바람이 보낸 당신을 맴도는 소리죽인 발자국과 까만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9.10
[스크랩] 가을밤 / 김용택 가을밤 / 김용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나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속 집들은 보..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9.10
[스크랩]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푹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