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산수국 / 김용택 산수국 시 / 김용택 아침 저녁으로 다니는 산 아래 강길 오늘도 나 혼자 걸어갑니다 산모롱이를 지나 한참 가면 바람결처럼 누가 내 옷자락을 가만가만 잡는 것도 같고 새벽 물소리처럼 나를 가만가만 부르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 자리를 그냥 지나갑니다 오늘도 그 자리 거기를..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6.21
[스크랩] 겁나게와 잉 사이 / 이원규 겁나게와 잉 사이 / 이원규 전라도 구례 땅에는 비나 눈이 와도 꼭 겁나게와 잉 사이로 온다 가령 섬진강변의 마고실이나 용두리의 뒷집 할머니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겁나게 추와불고마잉! 어쩌다 리어카를 살짝만 밀어줘도, 겁나게 욕봤소잉! 강아지가 짖어도, 고놈의 새끼 겁나게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6.21
[스크랩] 비의 냄새 끝에는/ 이재무 비의 냄새 끝에는/ 이재무 여름비에는 냄새가 난다 들쩍지근한 참외 냄새 몰고 오는 비 멸치와 감자 우려낸 국물의 수제비 냄새 몰고 오는 비 옥수수기름 반지르르한 빈대떡 냄새 몰고 오는 비 김 펄펄 나는 순댓국밥 내음 몰고 오는 비 아카시아 밤꽃 내 흩뿌리는 비 청국장 냄새가 골목..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6.21
[스크랩] 자화상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6.21
경주길/ 박태일 경주길 박태일 경주길 삼십 리 더는 볼 데 없을 때 일오내서 절골로 누런 동부꽃 흐리리 휘파람도 귀에 설어서 목언저리 환한 안산 두어셋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6.21
산이 날 에워싸고/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박 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山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그믐달처럼 살아..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6.21
[스크랩] 만해 한용운 선생 시 몇 편 * 떠날 때의 님의 얼굴 *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해는 지는 빛이 곱습니다 노래는 못 마친 가락이 묘합니다 님은 떠날 때의 얼굴이 더욱 어여쁩니다 떠나신 뒤에 나의 환상의 눈에 비치는 님의 얼굴은 눈물이 없는 눈으로 바로 볼 수가 없을 만큼 어여쁠 것입니다 님의 떠날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6.14
[스크랩] 깡통/ 곽재구 깡통/ 곽재구 아이슬랜드에 가면 일주일에 한 번 TV가 나오지 않는 날 있단다 매주 목요일에는 국민들이 독서와 음악과 야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국영 TV가 앞장을 서 세심한 문화 정책을 편단다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돌아와 앉은 우리나라 TV에는 이제 갓 열여덟 소녀 가수가 선정적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