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2.15
[스크랩] 가정 -박목월 가정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의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2.15
[스크랩] 명자꽃 만나면 / 목 필균 명자꽃 만나면 - 목 필균 쑥쑥 새순 돋는 봄날 명자야 명자야 부르면 시골티 물씬 나는 명자가 달려 나올 것 같다 꽃샘바람 스러진 날 달려가다가 넘어진 무릎 갈려진 살갗에 맺혀진 핏방울처럼 마른 가지 붉은 명자꽃 촘촘하게 맺힌 날 사랑도 명자꽃 같은 것이리라 흔해 빠진 이름으로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2.10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 류시화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2.09
함박눈/ 목필균 함박눈 목필균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은빛 속에 있습니다 깃털로 내려앉은 하얀 세상 먼 하늘 전설을 물고 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같은 기억을 간직한 사람과 따끈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다면 예쁜 추억 다 꺼내질 것 같습니다 하얀 눈 속에 돋아난 기억 위로..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2.09
[스크랩] 망향 / 노천명 망향 / 노천명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 아이들이 한울타리 따는 길머리론 鶴林寺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글레山에 올라 무릇을 캐고 접중화 싱아 뻑꾹새 장구채 범..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2.08
[스크랩] 오늘 / 구상 // 오늘 /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2.08
백년/ 문태준 백년 문태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2.08
[스크랩] 저녁 노을 / 도종환 저녁 노을 / 도종환 // // 저녁노을 / 도종환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앉아 저녁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뿜어져나오는 해의 입김이 선홍빛 노을로 번져가는 광활한 하늘을 봅니다 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 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 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2.08
[스크랩]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