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고쳐 말했더니/ 오은영 고쳐 말했더니/ 오은영 사다리가 전봇대를 보고 놀렸어요. "넌 다리가 하나밖에 없네." 전봇대도 사다리를 보고 놀렸어요. "넌 다리가 두 갠데도 혼자 못 서지?" 사다리가 말을 바꿨어요. "넌 대단해! 다리가 하난데도 혼자 서잖아." 전봇대도 고쳐 말했어요. "네가 더 대단해! 사람들을 높은..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8.03
따개비/ 박두순 따개비 박두순태어나딱 닷새만 다니고는바위에 따악 붙어일생을 보낸다네고착된 일생이라고비웃지 말일 그게 세상 파도에맞서는 그의 법이니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8.03
[스크랩] 비 듣는 밤/ 최창균 비 듣는 밤/ 최창균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빗소리 참으로 많은 생을 불러 세우는구나 제 생을 밀어내다 축 늘어져서는 그만 소리하지 않는 저 마른 목의 풀이며 꽃들이 나를 숲이고 들이고 추적추적 세워놓고 있구나 어둠마저 퉁퉁 불어터지도록 세울 것처럼 빗소리 걸어가고 걸어오는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8.03
슬픔으로 가는 길 / 정 호승 슬픔으로 가는 길 정 호승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8.03
[스크랩]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26
[스크랩] 망초꽃 / 송기원 망초꽃 송기원 마침내 보았단 말이지? 누구도 보지 못한 캄캄한 나락에서 기어이 너만은 보았단 말이지? 돌아보면 이승과 저승이 함께 먼데 까마득한 거리를 뛰어넘어 끝끝내 너만은 보았단 말이지? 오늘 밤도 벌판 가득히 망초꽃 하얗게 흐드러지는데. * Biblis / William Bouguereau 畵 (French pai..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26
[스크랩]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26
[스크랩] 구멍 / 이성복 아침이라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는데, 오층 건물 현관 입구 내가 늘 나와 담배를 피우던 곳, 허벅지 높이의 스테인리스 재털이가 세워져 있어 꽁초를 비벼 끄던 곳, 그날 아침 유달리 어두운 것도 아니었는데, 필터 바로 앞까지 억세게 빨고 남은 담배를 스테인리스 재떨이에 비벼 끄는데,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26
[스크랩] 물안개....류시화 var articleno = "77";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 안개처럼 몇 겹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 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 거리는 모든것은 그대로였..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26
[스크랩] 이 바쁜데 웬 설사/ 김용택 이 바쁜데 웬 설사/ 김용택 소낙비는 오지요 소는 뛰지요 바작에 풀은 허물어지지요 설사는 났지요 허리끈은 안 풀어지지요 들판에 사람들은 많지요 - 시집『강 같은 세월』(창작과 비평사, 1995) .................................................... 사노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 이런 최악의 긴박한 위..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