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선 시 몇 편 모음 우물을 보는 소 이성선 동네 우물을 소가 들여다본다. 우물 속에는 상수리나뭇잎 피고 새가 날고 하얀 구름이 흐른다. 물 속의 소는 유난히 귀가 크다. 우두머니 올려다보는 얼굴 흔들리는 굴레 먼 옛날 어느 족장의 후예 같다. 종처럼 일하다가 거지처럼 떠돌다 늙어서 바리때 한 짊어지..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15
버리기 外/ 이광석 버리기 이광석 가끔 버스에 나를 두고 내린다 우산 모자 심지어 핸드폰까지 버스보다는 한밤 택시 뒷좌석이 더 썰렁하다 언젠가는 나도 이승에서 하차를 할 것이다 얼마 안 남은 종점이 눈에 자주 밟힌다 막버스가 끊기기 전에 서서히 채비를 하라고 한다 우산 모자 대신에 내 시도 버리..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15
외로운 사랑/ 이성선 외로운 사랑 이성선 나는 다른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안다. 풀잎과 마주앉아서 서로 마음 비추고 남들은 들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로 함께 꿈꾸며 별을 바라 밤을 지새는 시인이면 족하여라. 그것만으로 세상을 사랑한다. 그와 내가 둘이서 눈동자와 귀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사랑의 뿌리..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15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11
아버지/ 이원수 아버지 이원수 어릴 때 내 키는 제일 작았지만 구경터 어른들 어깨 너머로 환히 들여다보았었지. 아버지가 나를 높이 안아 주셨으니까. 밝고 넓은 길에선 항상 앞장세우고 어둡고 험한 데선 뒤따르게 하셨지. 무서운 것이 덤빌 땐 아버지는 나를 꼭 가슴속, 품속에 넣고 계셨지. 이젠 나도..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09
가을에는 / 오광수 가을에는 오광수 가을에는 나이 듬이 곱고도 서러워초저녁 햇살을 등 뒤에 숨기고갈대 사이로 돌아보는지나온 먼 길놓아야 하는 아쉬운 가슴 그 빈자리마다추하지 않게 점을 찍으며나만 아는 단풍으로 꽃을 피운다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09
[스크랩] 조병화 잊게 하옵소서 상실케 하옵소서 버리게 하옵소서 가깝게 하옵소서 // form_widget_amount_slider_big('slider_target2',document.bbsForm.vol2,28,0,100,"setVolume2()",11,13);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간 조병화의 고향 안성 난실리에서.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02
[스크랩] 산 촌 여 정 / 이상 산 촌 여 정 / 이상 // // 산촌여정 (山村餘情) 이 상 (李 箱, 1910~1937) 1 향기로운 MJB의 미각을 잊어버린 지도 이십여일이나 됩니다. 이곳에는 신문도 잘 아니오고 체전부는 이따금 하도롱빛 소식을 가져옵니다. 거기는 누에고치와 옥수수의 사연이 적혀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02
행복/ 천상병 행복 천상병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에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도 충분하고 예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02
[스크랩] 가장 사나운 짐승/ 구상 가장 사나운 짐승/ 구상 내가 다섯 해나 살다가 온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 동물원, 철책과 철망 속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짐승과 새들이 길러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구경거리의 마지막 코스 “가장 사나운 짐승”이라는 팻말이 붙은 한 우리 속에는 대문짝만한 큰 거..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