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꼴/ 오탁번 개꼴 오탁번 진소천으로 소풍 가는 병아리빛 어린이집 버스를 보고 텃밭에서 김을 매다가 허리를 펴고 손을 흔든다 오종종한 아이들이 밀짚모자를 쓴 할아버지한테 고사리 손을 흔든다 옆자리의 아이 엄마들은 입을 삐죽하며 정산 나간 늙은이 보듯 왼고개를 젓는다 허허, 참! 개꼴이 된..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5.01.18
먼 산/ 김용택 먼 산 김용택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 산입니다 산도 꽃 피고 잎 피는 산이 아니라 산국 피고 단풍 물든 산이 아니라 그냥 먼 산입니다 꽃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입니다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5.01.10
그리움/ 박건한 그리움 박건한 빈 곳을 채우는 바람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앉아 나뭇잎 흔들리듯 나를 부들부들 떨게 하고 있나니.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아니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어둠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앉아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게 나를 뒤척이고 있..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5.01.10
어머니 / 황금찬 어머니 황금찬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네게 일러 주는 말을 잊지 말고 자라나거라. 네 음성은 언제나 물소리를 닮아라. 허공을 나는 새에게 돌을 던지지 말아라. 칼이나 창을 가까이 하지 말고 욕심도 멀리 하라. 꽃이나 풀은 서로 미워하지 않고 한 자리에 열리는 예지의 포도나무 강물은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5.01.10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원태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원태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 만큼 나를 아껴줬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거지, 눈 씻고 찾아봐도 내겐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따뜻한 눈으로 나를 봐줬던 사람입니다. 어쩜 그렇게 눈빛이 따스했는지 내..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5.01.10
오래된 사이/ 김재진 오래된 사이 김재진 사랑이란 말 만큼 때 묻은 말이 없습니다. 사랑이란 말 만큼 간지러운 말도 없습니다. 너무 닳아 무감각해진 그 말 대신 달리 떠 오르는 말 없어 당신을 묵묵히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인연도 오래되어 헌 옷처럼 편해지면 아무 말도 더 보탤 것이 없습니다. 한 마디..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5.01.05
세월은/ 조병화 세월은 조병화 세월은 떠나가면서 기쁨보다는 슬픔을 더 많이 남기고 갑니다 봄 여름이 지나가면서 가을을 남기고 가듯이 가을이 지나가면서 겨울을 남기고 가듯이 만남이 지나가면서 이별을 남기고 가듯이 사랑이 지나가면서 그리움을 남기고 가듯이 아, 세월 지나가면서 내 가슴에 지..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5.01.05
서시/ 이성복 서시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5.01.05
풍경/ 오탁번 풍경 오탁번 영월에서 열리는 시낭송회에 가려고 제천에서 시외버스를 탔다 깊은 가을 뙤약볕이 눈부셔서 불붙는 단풍에 불을 델 것 같았다 중간중간 버스가 설 때마다 내리는 사람이 한둘은 됐다 차창 밖 풍경에 푹 빠져 있던 나는 그때 참 이상한 풍경을 보았다 학생이고 아주머니고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5.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