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 1351

[스크랩] 그대에게 가자 / 이정하

그대에게 가자 / 이정하 가자, 밤열차라도 타고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수년간 떠돌던 바람 여지컷 내 삶을 흔들던 바람보다도 빨리. 어둠보다도 더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가자,밤열차라도 타고 차창가에 어리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다 스치고 난 후에야 그것들도 내 삶의 한 부분이었구나 솔직히 ..

[스크랩]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

[스크랩] 누구나 삶 안에 가시 하나쯤 박혀 있다 / 최태선

누구나 삶 안에 가시 하나쯤 박혀 있다 / 최태선 삶은 너와 나 사연이 쌓여 계절을 이룬다 나만 아픈 것이 아니고 너도 아프고 생은 그런 것이리라 가슴의 생체기 가시가 박혀 아픔을 느끼지만 누구나 삶 안에 가시 하나쯤 박혀 있다 깊이를 모를 뿐 우리네 삶은 박힌 가시 하나씩 뽑으면서 사는 것이리..

[스크랩] 누군가가 울고 있다 / 문태준

누군가가 울고 있다 / 문태준 가을날 오후의 아름다운 햇살 아래 노란 들국화 몇 송이 한지에 정성 들여 싸서 비밀히 당신에게 보내 드립니다 이것이 비밀인 이유는 그 향기며 꽃을 하늘이 피우셨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와서 눈을 띄우고 차가운 새벽 입술 위에 여린 이슬의 자취 없이 마른 시..

[스크랩]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 호 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 호 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

[스크랩]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시를 읽는다 /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

[스크랩]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 류시화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 류시화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을 이 人生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