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어요/ 목필균 잘 지내고 있어요 목필균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며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10.12
[스크랩] 구절초 / 김용택 구절초 / 김용택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가는데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10.12
오늘의 약속/ 나태주 오늘의 약속 나태주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매미 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10.06
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나는 이제 강물을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10.05
어둠속에서 어둠속에서 김용오 지난 주중에 공안과에서 눈수술을 하였습니다 아예 두 눈을 질끈 감고 한 열흘 깜깜한 어둠속에서 지냈습니다 이상한 것은 땅바닥에 떨어져 누워 있는 낙엽들이 부서질까봐 뒷발을 쳐들고 살금살금 지나가는 바람의 발자국 소리가 보이고 정처없이 여기저기 떠돌아..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17
이성선 시 몇 편 모음 우물을 보는 소 이성선 동네 우물을 소가 들여다본다. 우물 속에는 상수리나뭇잎 피고 새가 날고 하얀 구름이 흐른다. 물 속의 소는 유난히 귀가 크다. 우두머니 올려다보는 얼굴 흔들리는 굴레 먼 옛날 어느 족장의 후예 같다. 종처럼 일하다가 거지처럼 떠돌다 늙어서 바리때 한 짊어지..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15
버리기 外/ 이광석 버리기 이광석 가끔 버스에 나를 두고 내린다 우산 모자 심지어 핸드폰까지 버스보다는 한밤 택시 뒷좌석이 더 썰렁하다 언젠가는 나도 이승에서 하차를 할 것이다 얼마 안 남은 종점이 눈에 자주 밟힌다 막버스가 끊기기 전에 서서히 채비를 하라고 한다 우산 모자 대신에 내 시도 버리..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15
외로운 사랑/ 이성선 외로운 사랑 이성선 나는 다른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안다. 풀잎과 마주앉아서 서로 마음 비추고 남들은 들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로 함께 꿈꾸며 별을 바라 밤을 지새는 시인이면 족하여라. 그것만으로 세상을 사랑한다. 그와 내가 둘이서 눈동자와 귀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사랑의 뿌리..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15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11
아버지/ 이원수 아버지 이원수 어릴 때 내 키는 제일 작았지만 구경터 어른들 어깨 너머로 환히 들여다보았었지. 아버지가 나를 높이 안아 주셨으니까. 밝고 넓은 길에선 항상 앞장세우고 어둡고 험한 데선 뒤따르게 하셨지. 무서운 것이 덤빌 땐 아버지는 나를 꼭 가슴속, 품속에 넣고 계셨지. 이젠 나도..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