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바 다 - 이성복 바 다 - 이성복 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 나는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 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 길을 갔어요 눈앞을 가린 소나무 숲 가에서 서러움이 숨고 한 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 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 짙푸른 물굽이를 등지고 흰 물거품 입에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8.08
풀꽃/이성선 풀꽃/이성선 맑은 마음을 풀꽃에 기대면 향기가 트여 올 것 같아 외로운 생각을 그대에게 기대면 이슬이 엉킬 것 같아 마주 앉아 그냥 바라만 본다. 눈 맑은 사람아 마음 맑은 사람아 여기 풀꽃밭에 앉아 한나절이라도 아무 말 말고 풀꽃을 들여다 보자. 우리 사랑스런 땅의 숨소릴 듣고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8.07
[스크랩] 겉절이/김복수 겉절이 /김복수 ~ 맛있어? ~ ~ 응. 참 맛있어 ~ 텃밭에서 서둘러 따다가 주물럭주물럭 무쳐 놓은 겉절이 먹는 입 보다 보는 눈이 더 맛있다. 다 늦은 저녁 들일을 마치고 종종걸음치든 엄니의 바구니에는 언제나 푸정가리가 담겨있었다. 해거름 어미 새를 애타게 기다리는 노란 주둥이들 어..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8.07
술 /천상병 술 /천상병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것도 막걸리로만 아주 적게 마신다. 술에 취하는 것은 죄다. 죄를 짓다니 안 될 말이다. 취하면 동서사방을 모른다. 술은 예수 그리스도님도 만드셨다. 조금씩 마신다는 건 죄가 아니다. 인생은 苦海다. 그 괴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술뿐인 것이다.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8.03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8.03
바람이여 ... 정호승 바람이여 ... 정호승 바람이고 싶어라 그저 지나가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모습도 없이 휙하니 지나가버리는 바람..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목숨을 거두는 어느 날 내 가진 어..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7.30
[스크랩]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7.30
[스크랩] 거짓말 / 공광규 거짓말 / 공광규 대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속을 더 크게 비워가고 오래된 느티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몸을 썩히며 텅텅 비워간다 혼자 남은 시골 흙집도 텅 비어 있다가 머지않아 쓰러질 것이다 도심에 사는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도 머리에 글자를 구겨 박으려고 애쓴다 살림집 평수를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7.28
[스크랩] 이런 사람과 사랑 하세요..김남조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에게 이별이 찾아와도 당신과의 만남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줄테니까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익숙치 못한 사랑으로 당신을 떠나 보내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무언가를 잃어본 적이 있는 사람..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7.27
[스크랩] 그리움 더하기-그리움이 길이 되어/이정하 David Rabinowitz 그리우면 가리라 -이정하 그리우면 울었다. 지나는 바람을 잡고 나는 눈물을 쏟았다. 그 흔한 약속 하나 챙기지 못한 나는 날마다 두리번거렸다. 그대와 닮은 뒷모습 하나만 눈에 띄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들개처럼 밤새 헤매어도 그대 주변엔 얼씬도 못했다. 냄새만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