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11월 / 나희덕 11월 /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1.23
[스크랩] 홍도 일숙/ 복효근 홍도 일숙 복효근 먼 서해남단 홍도에는 *빠돌 해변이란 곳이 있지 애초에 뾰족뾰족 날카롭던 빠돌 바닷가 그 돌들은 밤새워서 옆엣놈들과 한 바탕 씨름도 하고 꼭 홍도초등하교 코흘리개 녀석들이 그랬듯이 치어박기도 하면서 더러는 징징 울기도 하면서 말다툼도 하고 뉘우치기도 하면..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1.23
[스크랩] 별을 쳐다보며 / 노천명 별을 쳐다보며 / 노 천 명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친구보다 좀더 높은 자리에 있어 본댔자 명예가 남보다 뛰어나 본댔자 또 미운 놈을 혼내주어 본다는 일 그까짓 것이 다 무엇입니까 술 한 잔만도 못한 대수롭잖은 일들입니다 발..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1.23
[스크랩] 길위에서 중얼거리다/기형도 길위에서 중얼거리다/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1.21
[스크랩] 다 운다 / 김용택 다 운다 / 김용택 나무에서는 매미들이 맴맴 울고 풀숲에서는 풀벌레들이 찌르르르 울고 하늘에서는 새들이 후루루 울고 교실 구석에서는 귀뚜라미가 귀뚜르르 울고 마을에서는 염소가 매애 울고 나는 형한테 맞고 훌쩍훌쩍 우네 오늘은 다 운다 다 울어 *개구리 왕눈이 / 모래시계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1.20
[스크랩] 꽃의 이유 / 마종기 꽃의 이유 詩 / 마종기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1.20
장독대가 있던 집 /권대웅 장독대가 있던 집 권대웅 햇빛이 강아지처럼 뒹굴다 가곤 했다 구름이 항아리 속을 기웃거리다 가곤 했다 죽어서도 할머니를 사랑했던 할아버지 지붕 위에 쑥부쟁이로 피어 피어 적막한 정오의 마당을 내려다보곤 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떠나가던 집 빨랫줄에 걸려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1.20
인연이란/ 한용운 인연이란 한용운 정말 사랑하고 있는 사람앞에서 사랑하고 있단 말은 아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진리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땐 잊겠다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도 헤어지기 싫기 때..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1.20
[스크랩] 가 난/ 문병란 가 난 문병란 논 닷 마지기 짓는 농부가 자식 넷을 키우고 학교 보내는 일이 얼마나 고달픈가 우리는 다 안다 집 한 칸 없는 소시민이 자기 집을 마련하는 데 평생을 건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네 명의 새끼를 키우고 남 보내는 학교도 보내고 또 짝을 찾아 맞추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뼈를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1.20
잘 지내고 있어요 / 목필균 잘 지내고 있어요 목필균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며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2013.11.20